‘낙성다역’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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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다역’을 지나며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3.08.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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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대한민국 땅에는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체류하고 있다. 관광객도 적지 않고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만큼 도로 표지판에 로마자로 한국어 지명들을 표기하고 주요 시설물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안내문을 붙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표지판들을 살펴보면 잘못 표기된 로마자 지명 또는 영문 표현이 적지 않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주변의 지하철 역만 보더라도 지금 당장 수정해야 할 표지판이 두 개나 된다.

우선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쪽 안내 표지판의 ‘관악구종합청사’ 영문 표기가 잘못되었다. “Gwanak-gu the Integrated Government Building”이 과연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대입구역과 인접한 낙성대역 4번 출구에는 ‘Nakseongda’라는 로마자 표기가 몇 년째 고쳐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가 빠지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틀니나 임플란트 등 보철물을 만들어 빠진 이를 채워 넣는데 이 ‘낙성다역’ 표기에 빠진 이(e)는 언제쯤 채워 넣을지 의문이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안에서만도 이렇게 여러 곳에서 잘못 만들어진 표지판들이 보일 정도니 전국 방방곡곡의 각종 표지판들을 모두 조사하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드러날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러한 것들은 아무리 돈이 많이 든다고 해도 보이는 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서 불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글을 쓰는 시대에 자동 번역기도 하지 않을 실수를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낙성다(Nakseongda)’ 역이 아니라 ‘낙성대(Nakseongdae)’ 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을 지날 때 영어로도 제대로 안내되는 관악구청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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