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보다 더 충실한 선거제도 입법방안 모색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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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다 더 충실한 선거제도 입법방안 모색 필요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8.18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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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헌법재판소는 7월 20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반 유권자 등이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5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투표권 평등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킨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2023년 7월 20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189조제2항 등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해서 기각 및 각하결정을 했다. 

이는 소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건으로서, 2020년 1월에 개정된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헌법상 직접선거원칙이나 평등선거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본권의 침해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8.16.(수) 헌법재판소 각하 및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헌법원리에 보다 더 충실한 공직선거법의 개선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검토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헌재결정과 입법」 보고서(작성자: 김선화 선임연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비록 법률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하였다고 해도, 헌법재판소는 최대한 입법자를 존중한 결정을 할 권력분립상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 제도가 잘 설계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선거는 국민의 주권행사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제도이므로, 이번 헌법재판소 기각결정은 입법자를 최대한 존중한 결정임을 감안하여, 현행 선거제도의 헌법적 쟁점에 대해 입법자로서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유권자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며 헌법적 원리에 보다 더 엄정하고 충실한 입법적인 조치와 더불어, 중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할 보다 근본적인 제도설계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 보고서가 제안하는 선거제도 설계 원칙과 실현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의 최후보루라는 기능이 있지만 권력분립원칙상 입법권을 넘어서서 사실상 입법기능을 하면 안되는 한계가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한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명백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라는 논증을 하지 않는 한 마치 당파성을 가지는 외관이 된다는 우려도 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입법자로서는 최대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비록 최대한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존중한 결정을 하더라도, 이로써 입법자의 입법개선 의무를 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법자는 입법시에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최대한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선거에 관한 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므로 더욱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 정치적 기본권의 평등한 보장

선거제도에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기본권이 모든 유권자에게 평등하게 보장될 것이 요구된다. 즉, 유권자가 골고루 평등하게 국민대표기관에서 자신이 대표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선거제도가 이전의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불비례성과 표가치의 불평등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한 후 평등한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것임을 긍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려서 국민의 정치선호도와 의석간 비례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평등한 선거제도가 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든 유권자의 대표성이 1:1로 똑같은 것이겠지만, 선거제도가 그렇게 되기는 현실적으로 선거구, 지리적 여건 등으로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가능한한 대표성의 차이가 최소화되는 범위에서 정해야 할 것이다.

선거구간 인구편차상 표의 성과가치 뿐 아니라, 정당의 득표율과 각 정당의 국회 의석점유율 간의 성과가치 차이의 경우에도 그 정도가 크지 않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법률에 투표 가치 차이의 한계를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성정당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위헌이라고까지 하지는 않았으나, 위성정당으로 인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즉, 위성정당이 나타나 선거비례성이 오히려 약화된 점과 양당체제가 심화된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위성정당을 제도가 아니라 전략에 불과하다고 보아 위헌이라고까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후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위성정당을 유발하는 제도에 대해서 앞으로 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성정당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분명히 입법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이다.

▶ 선거제도의 객관성과 투명성 담보를 위한 방안 

선거제도의 헌법적 원리를 보다 더 잘 구현하기 위한 과제로 객관성과 투명성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선거제도는 법률로 정해야 하므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게 된다. 선거제도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구현하는 매개체가 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도구이다.

문제는 그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국회의원이 제도를 설계한다는 점이다. 이해당사자가 직접 관련된 제도를 설계한다면 다수석을 점하는 정당 또는 복수의 정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원리를 구현하며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므로, 무엇보다도 대표되기 어려운 국민까지 포함한 모든 국가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할 필요가 있으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선거제도를 구현하기 위하여, 중립적인 선거제도 연구기관을 두고 선거제도에 대해 충분한 의사수렴을 통해 제도를 연구하고 설계하여 제안을 하게 한 후, 국회에서는 단지 가부 결정만 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제도를 직접 정하는 것 자체가 ‘특권’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체 선거제도가 아니더라도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 영국처럼 정당이나 의원이 직접 정하지 않고 선거구획정위원회(Boundary Commission)가 정하고 의회에서는 가부만을 정하게 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한가지 방안으로서 차후에 개헌을 하게 되면, 선거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로 정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합의된 원칙을 헌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해외 헌법규정을 살펴보면 자유,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와 같은 원칙 외에도 입법자들이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선거제도의 구체적 원칙을 정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 헌법 제31조는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 혼용과 비례대표제 채택 중 어떤 것을 택할지는 입법자가 선택한다고 정하면서, 비례대표제는 반드시 택하도록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헌법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대해서 선거구 선출 의원수와 선거구 인구의 비율의 전국적 동일성에 대해서 규정하며(제16조), 모든 선출직 상원의원선거는 단기이양식 비례대표제임을 명시하고 있다(헌법 제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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