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이후 상당수 교대생 “다른 진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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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이후 상당수 교대생 “다른 진로 고민”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8.1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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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교사 1200명 연서명 발표…“서초구 교사 죽음은 사회적 타살”
- “교사 혼자 힘듦 떠안는 학교·사회 바꾸겠다”
- “학생과 교사의 인권 모두 존중받아야”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대표들이 지난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예비교사 1200명의 연서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교대련 제공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이 학교 현장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모은 예비교사 1,200명의 연서명을 16일 발표했다.

예비교사들은 지난달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이번 초등학교 선생님의 죽음은 교사의 힘듦을 교사 개인에게 해결하도록 책임을 미룬 정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교대련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서는 의혹이 논란이 되기 전에 교육당국과 수사당국이 책임있고 신속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경찰과 교육당국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대학생들에게 이번 사건은 '나의 일'"이라며 "전국 어느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것은 이 사건이 개인사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된 학교 현장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 결과도 공개했다. 대교련이 실시한 '서이초 교사의 죽음 및 학교 현장에 대한 전국 교육대학생 인식조사'에 응답한 680명 중 '정부와 교육청의 대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응답자의 51.1%는 서이초 사건 후 무력감과 불안감으로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28.4%)은 이전에는 교사가 빨리 되고 싶었는데, 서이초 사건 이후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 나머지(22.7%)는 전에도 고민이 있었는데 사건 이후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혼란스럽다”는 답변이 25%,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교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현장에 나가 현장을 바꾸겠다”는 응답은 23%였다.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는 이들 가운데 81.3%는 ‘사건 이후에도 교사를 보호할 정책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71.9%는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의 학생대표들이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예비교사 1200명의 연서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교대련 제공

교대련은 "사건 이후 교육 현장의 바람과 달리 교사를 보호하는 정책적 대안 논의는 전무하고 교육현장의 문제를 학생,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와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현재 교육현장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는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대교련은 교사가 더 나은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교사와 학생 인권이 모두 더 존중받아야만 더 나은 교실,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다"며 “학교현장을 바꾸고 학생과 교사의 인권 모두가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성예림 교대련 의장은 “전국의 교육대학생들에게 이번 사건은 매우 중요한 기점”이라며 “이번 사건을 ‘나의 일’이라고 느낀 교육대학생들에게 이번 사건이 두려움과 불안감에서 끝나지 않도록 선생님들과 함께 목소리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사의 어려움을 개개인이 해결하게 방치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고, 예비교사가 교직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애정으로 현장에 나갈 수 있게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교대련은 서초구 초등 교사 49재 날인 9월4일까지 전국의 교육대 캠퍼스에서 추모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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