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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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과 학생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역사교육
  • 승인 2023.08.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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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학생의 막무가내 행동과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갑질’이 꿈을 안고 교직에 몸을 담은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교사들이 학생의 행동이나 학부모의 과잉 민원으로 겪는 어려움의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론이 연일 보도하는 학부모의 ‘갑질’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적지 않은 교사들이 진상 규명과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무더위에도 매주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시달리면서도 ‘교사’라는 이유로 억눌렸던 목소리를 비로소 내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아는 학생들의 행동과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극성에 시달리는 학교 사회와 교사들의 현실을 사회에 호소하는 목소리다. 

그런데 학교 교육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대표되는 학생 인권의 과잉보호가 교사의 교육권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수시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간단하게 만든다. 교권과 학생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권리를 교사에게 다시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이처럼 단순한 것일까? 과연 문제의 성격을 이렇게 보는 관점과 그에 대한 대책이 타당할까? 

그런데 사회적 논의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의외로 위험할 수 있다. ‘학생 인권의 과잉보호’라는 어법을 보자.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과잉 조치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말을 되돌려 보면 인권을 보호하는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공익에 해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호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권리를 인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단순한 어법의 문제를 따지는 것은 여기에 깔려 있는 시각 때문이다. 교권과 학생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당연해 보이는 말에는, 교권과 학생권이 대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어가 있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대립하는 것인가? 물론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교권의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교권을 단순히 교사의 전반적인 권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교사의 교육지도권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적어도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교사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여기에 깔려 있다. 물론 어찌 보면 이런 요구는 당연하다. 그것이 교사가 학교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교원 자격증을 주고, 또 교사로 임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사만이 학생을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교육적’의 기준도 명확하지는 않다. 

이 문제의 본질을 교권이나 학생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교사는 교사이기에 앞서 사회구성원이고 시민이다. 근래 교사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교권 이전에 인권이다. 교사는 수업을 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특별한 직책이어서 다른 사람이 가지지 않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교사에게 일반적인 다른 사회구성원보다 특별한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 이른바 ‘성직’의 역할 수행이다. 이는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반대로 교사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언, 다른 학생에게 해를 입히거나 학습을 방해하는 행위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학부모의 ‘갑질’과 악성 민원은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교사 개인의 판단으로 처리하고 그 권한을 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 당장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사에게 더 큰 책임과 의무를 지울 것이다. 이런 행동들을 막고 교육을 보호할 수 있는 학교 사회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사뿐 아니라 교육 행정가, 지역 사회의 구성원, 그리고 학생 대표 등 이런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집단의 대표자들이 참가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서 교육을 방해하고,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스템이다. 

지금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막거나 사후 처리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생과 학생 사이에 일어난 문제만을 다룬다.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교사들이 한다. 그러기에 학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교사의 부담감만 더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업무가 ‘학폭’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생과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학교 사회가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문제를 보는 핵심은 학교 구성원의 인권 침해 행위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학생이 교사에게 가하는 폭언이나 학부모의 ‘갑질’은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학생이 학습을 방해하는 행위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 침해 행위를 막는 역할을 교권이라는 명목 아래 교사에게 돌리지 말고, 학교 교육과 구성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권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학교 사회가 겪는 지금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역사교육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박물관장, 한국역사교육학회 회장, 청람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역사교육과정과 교과서연구』(선인출판사),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책과함께), 『민주사회와 시민을 위한 역사교육』(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10대에게 권하는 역사』(글담출판사),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역서, 삼천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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