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질서유지권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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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질서유지권 강화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8.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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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품위있고 절제된 언어사용으로 국회의 권위와 신뢰 회복해야

■ [NARS 이슈와 논점]_ 국회의원의 말; 언어의 품격

 

한국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대 당이나 의원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유권자 수준에서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친 언어사용이 지지세력 동원에 오히려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장기적으로 국회의원과 국회의 품위를 추락시킴으로써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정치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8월 10일(목), 「국회의원의 말; 언어의 품격」을 다룬 『이슈와 논점』(저자: 전진영 정치의회팀 팀장)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정치양극화에 따라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을 제재하고 발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의회의 품위와 예절을 중시하는 영국과 미국 의회에서 의원의 발언규범을 살펴보고,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서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제재 수단과 징계수위를 비교·검토했다.

제13대 국회 이후로 국회에 제출된 의원징계안의 41.2%가 폭언이나 모욕 등의 발언을 징계사유로 들고 있는데, 실제로 징계 받은 의원은 1인에 불과하다. 의회의 권위와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 의회의 경우 부적절한 발언을 비의회적인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로 보고, 회의장 퇴장이나 호명(naming)  및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통해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 국회도 의원의 막말에 대해서 경고나 퇴장명령 등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중상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국회의원의 발언규범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가지며,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모욕적 발언이나 사생활 관련발언을 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하거나 함부로 발언해서도 안 된다는 점은 현행 「국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을 어기고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국회의장은 경고나 제지할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는 의원에게는 당일 회의에서 발언금지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또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사생활 관련 발언과 모욕적 발언을 금지하고 있는 「국회법」을 어길 경우 징계에 처해질 수 있다.

제13대 국회 이후로 제20대 국회까지 제출된 의원징계안(235건)의 41.2%가 의원의 폭언·인격모독성 발언·모욕 등 부적절한 발언을 징계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실제로 징계가 의결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해당 의원에 대한 징계사유는 성희롱 발언으로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었고, 윤리특위가 심사·보고한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30일 출석정지’의 징계가 의결되었다.

나머지 징계안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대부분 상대 당 의원들이 요구한 것이다. 해당 사안들에서 의장이 해당 의원을 공식적으로 경고·제지하거나 발언금지 또는 퇴장을 명령한 선례는 찾기 어렵다 즉. 회의장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서 「국회법」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부여한 제도적 권한이 실제로는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영국 의회의 발언규범

영국은 의회제도의 모국답게 의원의 명예와 권위를 매우 중요시하며, 그에 걸맞은 발언 예절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다. 따라서 영국 하원의 경우 의원의 막말이나 폭언을 비의회적인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로 규정하고, 회의장 퇴장이나 호명(naming) 및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통해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의장은 원내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의제를 벗어난 발언이나 자신의 주장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발언, 다른 의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폭력적이거나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한 의원에 대한 의장의 제재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경미한 발언규범 위반에 대해서 의장은 발언 중지와 착석을 명령하며, 의원이 이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당일 의사일정 동안 본회의장을 퇴장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의장의 지시에 계속해서 불복하는 의원에 대해서 회의당일 동안 의회 영내에서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원은 표결을 비롯한 어떤 의사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의장의 퇴장명령을 거부하는 등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여 회의질서를 어지럽히고 의장의 권위를 훼손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명이 아닌 지역구명으로 의원을 부르는 영국 의회의 전통에서 불명예로 여겨지는 의원명 호명을 통해서 직무정지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다.

회의장 퇴장 등의 제재를 받은 발언을 보면 멍청이·거짓말쟁이·겁쟁이·부랑아·배신자·쥐새끼 등이 있으며, 심지어 “총리가 하원을 호도하고 있다(Prime Minister misled the House)”는 표현조차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제재를 받았다.


□ 미국 의회의 발언규범

미국 하원에서도 의제를 벗어난 발언이나 인신모욕적인 발언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의장은 해당 의원에게 주의를 주고 착석을 명령할 수 있다.

의장의 주의에 대해 이의가 제기될 경우, 의장은 이를 즉시 표결에 부쳐서 주의의 타당성을 하원에 물어야 하며, 표결 결과 발언 의원을 지지할 경우 해당 의원은 발언을 지속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해당의원은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하원에서는 의장이 연설하거나 의제를 상정하는 경우 의원은 본회의장을 걸어 다니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본회의 개회 중에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소란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건심의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 하원에서 회의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는 1800년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부 분 견책(censure)의 징계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최근인 1995년과 2009년에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견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인 공개비판(reprimend)의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 국회의원의 과격하고 절제되지 못한 발언은 사회통합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정치갈등을 조장하고 유권자의 정서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놓이게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의 ‘명예훼손적이거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 

국회의장은 의원의 막말이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경고·발언금지·퇴장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발언질서의 확립을 위해서 제12대 국회까지 존재했던 ‘발언취소’를 명령할 수 있는 의장의 권한을 재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장선출과 동시에 당적이탈을 의무화한 것은 중립적 중재자로서 불편부당하게 의사운영을 함으로써 원 
내 질서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내 발언질서 확립을 위해서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서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과 질서유지권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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