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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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3.08.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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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집전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폐막 미사에서 차기 대회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 2014년 아시아청년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가톨릭 교회와 관련된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세계청년대회는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행사로서, 400만여 명이 참가한 1995년 마닐라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는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다.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교회에서 주관하고 그 프로그램 역시 교리 교육과 미사 등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지만 본래 종교와 교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이가 함께 참여하는 것을 지향한다. 행사 중에 이루어지는 교리 교육 또한 종교적인 주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시대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교 신자들은 물론 무종교인들에게도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세계청년대회에서는 이론적인 교육 행사뿐만 아니라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컨대 홈스테이도 그중 하나이다. 수십만 명이 한데 모이는 본행사는 1주일 동안 진행되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그보다 1주 정도 먼저 개최 도시 또는 개최국의 다른 도시에 도착해 현지인 가정에 묵으면서(홈스테이) 그 지역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공부한다.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다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찾는 20~30대 청년들이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을 배우고 한국인 가정과 유대 관계를 맺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08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필자는 대한민국 참가단 대표이자 사실상의 아시아 대륙 대표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 수십만 명 가운데 출신 국가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열두 명이 교황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교황은 오찬에 참석한 청년들에게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물었고 각 국가의 사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특히 한국 가톨릭 교회를 ‘젊고 생기 있는 교회(young, living church)’라고 평가했고, 이에 필자는 한국의 신자들과 성직자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오랫동안 앞장서 온 덕택이라고 화답했다.

세계청년대회의 중심은 ‘청년’이다. 따라서 청년의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도 무관할 수 없다. 4년 뒤에 개최할 행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21세기 대한민국과 세계의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청년들이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세계청년대회에 전국 각지의 대학들 또한 관심을 기울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특히 종교 재단에서 설립한 학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 기회에 여러 종교 관계자들이 서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으면 한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대한민국의 청년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규모 국제 대회가 특정 종교의 행사로만 머물지 않고 청년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전국의 교수들과 교육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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