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대 감사 결과 논란 ... “총장 해임건의” vs “정치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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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대 감사 결과 논란 ... “총장 해임건의” vs “정치탄압”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8.07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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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한국에너지공대 감사결과 발표…총장 해임건의·5900만원 환수
-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 산업부 감사결과에 조목조목 반박
- 야당 의원 95명 "한국에너지공대 감사는 정치탄압…총장 해임안 규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감사를 통해 총장 해임을 건의하자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달 27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학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전력과 그룹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으로 만든 대학에서 관리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산업부의 감사 결과 발표 후 정치권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공약사업으로 설립한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해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국회 국정감사나 교육부의 대학 종합감사 선례와 비교할 때 이번 총장 해임 요구는 과도한 처사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표적 감사', '호남 홀대'라며, 에너지공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를 놓고 정치권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적 탄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 감사 결과 공개 직후 "산업부에서 요구한 총장 해임 건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던 한국에너지공대 측이 3일 추가로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 산업부, 에너지공대 비위 적발…총장 해임건의·5,900만원 환수

산업부는 27일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 결과, 총장 해임 건의를 비롯한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감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4월24일부터 시행됐다.

산업부는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해 △예산‧회계 분야 294건 △인사‧총무 분야 4건 △공사‧계약 분야 3건 △연구분야 2건 등의 비위를 적발하고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연구비 환수 조치 5,900만 원 등도 조치하도록 했다.

우선 인사‧총무 분야 비위가 드러났다. 대학은 지난해 학교 개교 후 이사회‧산업부 보고 없이 내부결재로 직원 1인당 급여를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3,500만 원, 평균 13.8% 올렸다. 직원 47명이 허위 근무 등으로 206건, 1,700만 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도 지적받았다.

공사 및 계약 분야에서는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사택을 계약하면서 지원 한도를 벗어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 수백만 원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임대인이 보수해야 할 학생 기숙사 방수 공사를 대학 스스로 부담해 약 1,000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

가장 많이 규정 위반이 적발된 분야는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 부적정으로 총 264건, 1억2,600만 원이 지적됐다. 음식값 등을 법인카드, 연구비카드를 쪼개 결제한 사례가 여럿 나왔다. 연구 분야에서도 연구과제 수행과 무관한 비품 구입 등 31건, 2,000만 원이 드러났다. 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 원을 기관운영비와 시설비로 사용한 경우도 지적됐다.

이번 감사는 4월 국회에서 한전이 지난해 9월 한국에너지공대 업무 컨설팅에서 일부 비위가 지적됐지만, 대학 감사를 겸임했던 한전 감사가 이를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산업부는 "해당 감사가 4월 퇴임해 별도의 징계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공직자 심사 때 참고하도록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올해 한국에너지공대 출연액을 애초 계획인 1,016억 원에서 30% 줄인 708억 원으로 결정했다. 한전은 산업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및 에너지공대와 협의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이사회를 통해 기존 계획보다 출연금을 30% 줄일 계획이다. 이 경우 올해 한국에너지공대 출연금은 예정된 1,588억 원에서 482억 원 적은 1,106억 원으로 줄어든다. 재무위기 상황에서도 한전과 계열사는 2020~2022년 1,724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고 약정된 출연금도 2024년 1,321억 원, 2025년 743억 원을 비롯해 12년 동안 약 1조 원에 달한다. 이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5월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출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너지공대는 전남에 세계적 에너지 특성화대학을 설립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추진됐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을 설립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됐지만 정부는 에너지공대 설립과 운영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쓸 수 있게 2021년 1월 전기사업법시행령을 개정했다. 전력기금은 도서벽지 전력 보급 등을 위해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3.7%를 추가로 떼어 조성한다. 이어 같은 해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에너지공대법이 제정됐고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에너지공대는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대학 설립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부영주택이 에너지공대 캠퍼스 부지를 무상기부한 배경이 핵심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나주 부영CC를 쪼개 절반을 학교 부지로 무상기부했는데 나머지 부지에는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약을 전라남도와 맺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과 의원(전남 나주·화순)과 같은 당 김성환·민형배·강득구·전용기·김한규 의원 등 국회의원 6명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철회·정치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신정훈 의원실 제공) 

■ 야당 "윤 정부, 한국에너지공대 정치탄압 중단하라"…총장 해임 철회 촉구

야당 의원들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에너지공대 윤의준 총장 해임 안건 상정 결정에 대해 공대 폐교를 위한 수순으로 단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과 같은 당 김성환·민형배·강득구·전용기·김한규 의원 등 국회의원 6명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철회·정치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결의안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산업부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산업부에 대해 총장 해임 건의안 이사회 상정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 95명이 연대 서명을 통해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산업부가 감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은 개교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대학 내부규정 미비로 인한 위반사항이며, 이미 대학의 자체 점검 과정에서 확인돼 개선 중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가 대학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나 교육부의 대학 종합감사 선례와 비교할 때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감사권의 남용이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교육부의 대학 감사 결과에 따라 총장 해임이나 파면을 요청한 경우는 모두가 총장이 직접 관여된 사건뿐이었다는 점을 선례로 들었다.

이들은 "산업부의 이번 감사처럼 실무자의 비위 때문에 총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원의 무리한 한국에너지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에너지공대 부실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며 "대학 최고 경영진인 총장을 해임하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던 한국에너지공대의 운영을 무력화하고 폐교의 수순을 밟겠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년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할 미래세대의 교육과 산업정책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드는 건 우리나라 미래 발전을 위협하는 자해행위"라며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정상적 재정지원과 안정적 대학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정치감사에 따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를 당장 철회하고 정부는 한국전력 출연금이 계획대로 이행돼 학교 운영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을 국민께 약속한다"고 천명했다.

 

나주시의회(의장 이상만)는 1일 의회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에 대해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나주시의회 제공)

■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 산업부 감사결과 반박

'총장 해임 건의'를 골자로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결과에 대해 한국에너지공대가 3일 반박성 자료를 배포했다.

대학 측은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과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번 산업부 감사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가감없이 표출하면서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공대는 3일 '산업부의 감사 결과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업무점검을 한 주체는 한전 감사로 보고 주체 또한 한전 감사여야 한다"며 총장이 업무점검 결과를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는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전에서 실시한 업무점검은 감사가 아니고 개교 초기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진단해 내부 시스템 개선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가 지적한 예산·회계분야에 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대학 측은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부적정 사용에 대해 "산업부 감사 결과 개인의 사적 목적으로 공금을 횡령하거나 방만하게 집행한 것이 아니라 개교 초기 입학생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업무용 공용물품, 연구비품 구입 등을 목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소명되었다"며 "그럼에도 일부(15건, 210만원) 사례는 부적정하다고 판단돼 환수조치할 예정이고, 앞으로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에 대한 관리와 교육을 보다 철저하게 할 것"을 약속했다.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 지적에 대해서는 "출연 주체별 출연시기가 상이함에 따라 경영상의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해 출연기관과의 협의하에 부득이 계좌를 통합·관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정관리에는 소홀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직원 보수인상 절차 부적정에 대해서도 "직원 보수규정이 제정되기 전 채용된 직원은 경력에 의해 개별적으로 연봉이 체결됨에 따라 보수 수준이 오히려 과기특성화 대학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급되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며 "보수 규정을 신설해 이사회에 상정·의결하고 산업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연구비로 무선헤드폰이나 실험실 전용 신발건조기 등 연구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물품을 구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착연구비는 초기 연구실 구축을 위한 용도의 연구비로 구성하고, 집행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감사 결과는 다소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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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대는 "지난해 3월 개교 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에너지특성화 대학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설명자료를 통해 대학에 대한 오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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