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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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8.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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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

 

YTN 뉴스 캡처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문제는 고령화에 따라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노년 인구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피하기 어려운 사회적 현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빠른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 속도, 현행 60세 정년제와 연금 수급 연령과의 괴리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관련 논의가 서둘러 이뤄질 필요가 있다. 

연공성 임금체계 및 기업별 노사관계 등 여러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분이 많고,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에 돌입한 일본의 경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의 정년 연장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으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 노동 관계 법령에 민간부문 종사자에 대한 별도의 정년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가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된 일본의 정년 연장 방식은 향후 우리나라의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7월 31일(월),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을 다룬 『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저자: 전진호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은 각 단계별로 정년 연장 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먼저 노력 규정을 의무화한 이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고용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높게 도달한 이후에야 사실상 최종단계인 법정 의무화로 나아감으로써 정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보고서는 임금 체계 및 인사제도의 개편 등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첨예한 갈등과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일본의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와 이로 인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미래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해 본다면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충분한 사전 준비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공감대 없이 쫓기듯 진행되는 정년 연장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서야 60세 정년이 연착륙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다 면밀하게 정년 연장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정년제 도입 이후에도 실제 퇴직연령은 49.3세로 법적 정년과 10년 이상 차이가 있고, 중소기업은 정년제를 미운영하는 사업장이 8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60세 정년제가 완전히 안착된 것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고서는 향후 정년 연장 논의 시에는 이와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다양한 기업 특성과 근로자의 취업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마련을 통해 정년 연장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미래세대에도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파른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여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 가능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년 관련 일본 법제 현황

법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하로 할 수 없도록 ‘60세 정년제’를 규정하는 한편,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65세까지 고용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65세 정년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4년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를 비롯하여 최근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노력 의무화에 이르기까지 우선 ‘노력 규정’을 의무화한 이후 ‘법정 의무화’로 나아가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의 정년 연장이 이루어져 왔다. 일본 정년제도의 변화와 관련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의 구체적인 제・개정 경과는 다음 표와 같다.

일본 고령자고용안정법은 제8조에서 60세 이상 정년 원칙을 우선 규정한 후, 제9조 및 제10조의2 등에서 사업주의 추가적인 고용연장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 정년 제도 주요내용

▶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60세 정년제가 실시된 후 15년이 지난 2012년, 일본에서는 사업주가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이하 ‘65세까지 고용 의무화’라 함)하도록 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 법 개정을 통해 일본 기업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희망하는 고령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되, ① 정년 연장, ② 계속고용제도 도입, ③ 정년 폐지라는 고용연장 방식의 선택지를 주었다. 또한, 계속고용제도의 의무를 지는 기업의 범위를 ‘개별 기업’에서 ‘기업 그룹’으로 확대하고, 근무태도가 현저히 불량하거나 정상 직무 수행이 어려운 근로자에 대해서는 계속고용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조치를 위반한 기업의 경우에는 지도, 권고 등의 조치와 함께 위반 사항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99.9% 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 약 70%의 기업은 ‘계속고용제도’를, 나머지 30%의 기업은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임금수준이나 지위에 큰 변동이 없는 ‘정년 연장이나 폐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계속고용제도가 기업 입장에서 선호된 결과이다. 계속고용제도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우선 퇴직 시킨 후 매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형태가 다수를 이루는데, 이와 같은 ‘계약직 재고용’은 평균 30~50% 수준의 임금감소를 수반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

 

▶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노력 의무화

2020년 일본에서는 65세까지 고용 의무화에 더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희망하는 경우 70세까지 취업기회를 확보할 것을 사업주의 노력 의무로 규정하는(이하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노력 의무화’라 함)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고령화에 맞춰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100세시대를 맞아 원하는 사람에게는 연령에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이른바 ‘생애현역(生涯現役) 정책’의 일환이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3가지의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조치(① 정년 연장, ② 계속고용제도 도입, ③ 정년 폐지) 외에, ④ 다른 기업 재취업 지원, ⑤ 창업지원, ⑥ 프리랜서 계약, ⑦ 사회공헌활동 지원 등의 선택지를 추가한 후 어느 한 가지의 조치를 통해 65세에서 70세까지 안정된 고용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노력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 중 정년 연장이나 폐지, 계속고용제도가 아닌 새롭게 추가된 이른바 ‘취업기회확보’ 조치를 통해 사업주가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관련 계획서를 작성하여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하였으며, 그 계획을 사업장 내에 게시하는 방법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하였다.

2021년 4월부터 시행된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의무는 사업주의 ‘노력’의무이므로, 노사 협의를 통해 대상자를 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대상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경우 사업주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하였고,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일부 고령자를 배제하거나 다른 노동관계 법령에 위배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노력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27.9%로, 이 중 정년제 폐지가 3.9%, 정년 연장이 2.1%, 계속 고용 제도의 도입은 21.8%, 2021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취업기회확보 조치는 0.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70세까지 취업기회확보 ‘노력 의무화’는 앞선 일본의 정년 연장 사례와 같이 노사의 준비 상황과 실시 경과에 따라 완전 ‘의무화’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일본 정년 제도의 시사점

일본의 정년 제도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고령자 취업률을 살펴보면 60~64세 고령층의 경우 2012년 57.7%에서 2022년 73.0%로 그 비율이 상승하였고, 65~69세 고령층의 경우에도 2012년 37.1%에서 2022년 50.8%로 그 비율이 상승하는 등, 각 단계별 정년 연장 조치가 외형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일본은 각 단계별로 정년 연장 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먼저 노력 규정을 의무화한 이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고용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높게 도달한 이후에야 사실상 최종단계인 법정 의무화로 나아감으로써 정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임금 체계 및 인사제도의 개편 등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첨예한 갈등과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일본의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같은 일본의 고령자 고용연장 정책에는 일부 한계도 엿보인다. 65세까지 고용의무화 조치의 경우 외형적으로 60~64세 고령자의 고용률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계약직 재고용’ 형태가 주를 이루는 계속고용제도의 선호는 고령자의 근로조건 악화와 함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최근 도입된 ‘취업기회확보’ 조치의 경우에도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고령 근로자를 개인사업주화 또는 프리랜서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에는 미흡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향후 우리나라의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기업의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일부 조치들이 고령 근로자의 빈곤이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정책을 설계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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