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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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7.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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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제8강_ 김종법 대전대 교수의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열 번째 시리즈 ‘오늘의 세계’ 강연이 매주 토요일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섯 섹션 총 5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인류 공동체에서부터 개인의 실존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의 어젠다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론의 장을 펼친다. 국제 질서의 변화 및 전개 양상을 다루는 첫 번째 섹션 ‘오늘의 국제질서’ 제8강 김종법 교수(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


김종법 교수는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주와 난민 현상을 역사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시각”으로 보겠다는 전제 아래 우선 “19세기 이후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과 현상”과 더불어 그 같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연관된 쟁점들과 내용을 설명”한다. 그에 이어 근래 주로 유럽 지역에서 집중하여 발생한 “난민 관련 주요 사건들”과 “제도 및 기록들을 통해 난민 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연관 문제들을 상호 영향 관계 중심”으로 살펴보고, 또 “갈수록 악화되는 난민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제도와 정책 등”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유럽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난민 문제”의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끝으로 “2015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쟁점이 되기 시작한 난민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 변화 등과 연계”하여 검토해보고 그에 맞춰 “슬기로운 대응과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한다.  

 

지난 7월 8일, 김종법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오늘의 세계>의 8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들어가며: 국제 이주의 과거와 현재

역사적으로 증명된 다양한 이주 사례들을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인간 이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주’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희망, 기대, 혹은 더 나은 삶의 바람 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 이에 반해 ‘난민’이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에는 박해, 피해, 도피, 도망, 절망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내용이 전제된다. 

고대의 이주 동기가 주로 전쟁을 피하거나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이유였다면, 현대는 정치적 박해를 피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결혼 혹은 학업 등과 같은 동기로 이주나 난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 국제 이주에서 난민으로

1) 국제 이주의 양상과 현황

국제 이주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19세기 전후는 발전된 운송 기관의 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력의 대거 이주가 빈번하고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 시기 국제 이주는 두 가지 형태의 양상을 띠고 전개되었다. 첫 번째 양상은 국가 내의 이주 혹은 인접 지역으로 이주였고, 두 번째는 국가를 넘어 새로운 국가 혹은 대륙의 편입이라는 원거리의 이주 형태로 일반적으로 이민으로 통칭할 수 있는 형태였다.

첫 번째 국제 이주 양상은 신생 통일 왕국이나 국가들에서 농업 지역 주민들이 산업화 지역으로 이주하는 형태로 주로 새로운 일자리나 경제적 터전을 구하기 위한 이주였다. 두 번째 국제 이주의 양상은 유럽으로부터 신대륙인 북미 혹은 남미로의 이주였다. 대부분의 국제 이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세계로의 이주 양상이었다.

비교적 다양했던 국제 이주의 요인과 원인들이 전쟁과 인종 및 정치적 박해와 같은 이유로 ‘난민’이라는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일반화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 결정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종과 민족에 의한 집단 이주가 현실화되었다. 결국 20세기 국제 이주 문제는 정치적 쟁점과 갈등을 둘러싼 난민 문제로 비화했고, 다양한 국가에서 난민 문제가 돌출되었다.

2) 이주와 난민의 갈림길에서

국제 이주의 빈번하고 다양한 양상들은 단순한 이주나 정주의 문제가 아닌 보다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잉태했다.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의 충돌로 인한 문화적 갈등 양상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으며,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유무형의 충돌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종교, 민족, 인종, 문화,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신념 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화적 공존의 방식을 지역에 맞게 만들어내어 여러 형태의 공존이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이주민들을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정치경제적 제도와 사회문화적 완충 정책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전통적인 귀화와 이민 이외에도 디아스포라 개념과 형태, 다문화 사회의 유형과 특징, 불법 체류자와 난민을 공공의 적으로 돌리는 극우주의 행태의 등장, 유럽 통합과 지역 통합 등에 의한 세계시민주의의 강화 움직임, 그에 대한 반동으로 민족과 인종 중심의 축소민족주의와 단일국가주의 등 이전의 사회보다 더욱 복잡하지만 직선적인 형태의 양상과 특징을 가진 사회 현상들이 나타났다.

국제 이주라는 오랜 역사적 현상은 현대 사회 구성의 중요한 일부분을 담당하며 이민, 디아스포라, 난민 등의 동질성에서 출발하여 이질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난민 발생의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지역은 유럽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중심이 되는 지중해이다. 지중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난민 현상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고 머지않아 도래할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3. 난민 문제의 쟁점과 현황

지중해 연안의 난민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지역의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던 비극의 출발점은 알바니아 사태였다. 알바니아 난민 사태는 이후 이어지는 지중해 지역 난민 문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라는 점을 깨닫게 하였다.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이 다시 한 번 복합적으로 발생한 지역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들이었다.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인명 피해와 내전에 가까운 시위와 탄압 등으로 많은 해당 국가 국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에 동참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난민과 이민 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보다 통제되고 엄격한 수용으로 바뀌게 되었고, 유럽 주요국의 국민들이 제기하던 테러와 경제적 위기의 불만이 적극적으로 난민 수용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더군다나 유럽에서 때마침 발생한 이슬람 세력에 의한 테러리즘과 유사한 사건들이 난민 처리를 대하는 유럽인들의 인도주의적 입장까지 변화시켰다. 실업률 증가와 경제 상황 악화 등이 맞물리고, 무고한 시민들의 인명을 빼앗는 점증하는 테러 위협과 사건들로 인해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극우 정치 집단이 부상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럽에서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Euroscepticism)와 난민 지위 인정 경향의 엄격화 및 비유럽(Non-EU) 국가들로부터의 이민 반대와 축소 경향 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진행되어온 지중해 난민 사태와 연계하여 등장한 현상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주춤하던 난민 행렬이 다시 한 번 유럽 사회에 난제로 등장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국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였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최대의 난민 사태를 낳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난민 현황과 유형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나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 등에서 정의하고 있는 난민은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첫 번째 유형은 조국을 떠나 타국에 살고 있는 난민(refugee)이며, 두 번째는 자국 내에서 살기는 하되 안전한 다른 지역으로 떠나 살고 있는 국내 유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 IDP)이고, 세 번째는 다른 나라에 살면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망명 신청자(asylum seeker)이다. 세 가지 난민 유형은 난민 신청 사유 등에 의해 다시 세분화하여 구별될 수 있는데, 종교나 인종 등의 일곱 가지 사유에 따라 구별하며, 한국의 난민 구별 역시 이러한 유형에 의해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난민의 유형화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난민이 결코 단순한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이나 내전 혹은 사회 체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은 각각 다른 국내외적 환경과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난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나 일률적인 재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에 따라 난민 발생 요인이 다른 만큼 그러한 난민이 발생하도록 개입하는 국내외의 다양한 세력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대응과 대처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4. 난민 문제의 이해와 해결을 위한 노력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2023년 6월 19일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세계에는 1억 8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이 중 난민(refugees)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 약 3,530만 명이며, 국내 실향민(IDP)은 약 6,25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세계 인구 80억 명 중에 1억 명이 넘는 이들이 난민 혹은 난민과 유사한 지위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은 난민 문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과 대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특정 형식과 내용을 갖춘 난민 관련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난민 자격 심사 제도를 비롯하여, 귀화나 국적 취득 제도 및 정착과 이주 등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을 운영 중이다. EU는 오랫동안 난민들에 대하여 생명권 존중의 원칙 아래 난민들을 수용하고 처리하였다. 그러나 천부인권과 인간의 생명권 존중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수용 기준이 내전과 중동 국가들의 ‘아랍의 봄(오렌지 혁명)’ 이후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들에 의해 바뀌기 시작하였다. 더군다나 세부 기준이나 정책의 구체화 필요성은 최근 유럽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통의 위협인 테러 사건과 관련하여, 난민 지위나 이민자의 자격 조건 등에서 국가별로 차별화된 정책과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 

실제 EU 차원의 난민 정책은 개방성과 수용성의 원칙에서 폐쇄성과 거부성의 원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난민 정책은 2000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강화되었고, 유럽에 들어오는 많은 난민들을 일정 부분 제어하거나 통제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들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나 소요 사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2009년 이후에는 그 실효성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2015년 난민 할당제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반발과 문제점들로 인해 난민 심사를 보다 강화하고 유럽 내 국경을 통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강화했지만 ‘보트 피플’형 난민 유입을 저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2019년 기준에 따르면 불법 이민 유입이 약 14만 2000명, 신규 난민 신청이 약 67만 6000건에 이르며, EU에서 수용하고 있는 난민 규모도 260만 명에 이른다고 조사되었다.

이에 EU는 다시 한 번 난민과 이민 정책을 재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으로 난민 문제의 쟁점이 약화되었고,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난민들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023년 6월 18일에 발표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2년 EU의 난민 수는 2021년에 비해 64% 증가한 220만 2,022명이었다. 증가한 난민 수의 많은 부분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난민 혹은 유사한 지위를 가진 이들이었다.

난민 심사나 입국 심사 등을 강화한다거나 불법 체류나 국경 침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고 해도 난민이나 불법 체류 외국인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난민 문제는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모든 국가들이 동질적인 기준과 원칙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자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난민 정책이나 제도보다는 난민이 발생하지 않는 정치경제적 상황과 사회 구조의 안정화이다. 사전 스크리닝(pre-enter screening)과 국경 입국 절차(border procedure) 강화, 유로닥(Eurodac) 등의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도도 중요하지만 난민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최선의 난민 정책이라는 것이다.

 

5. 난민 문제와 한국 사회

한국 사회에서 난민 사태나 난민 문제는 매우 낯선 사회 현상의 하나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외국인들의 난민 신청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정치적 이유와 종교 등의 요인으로 연 수백 명의 난민 신청이 발생하는 난민 보호국이 되었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한국의 난민 현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6년 이후 증가폭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난민의 국적도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까지 매우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난민 현황 (2022년 12월 31일 기준) / 출처: 난민인권센터https://nancen.org/2345(검색일: 2023. 6. 23.)
한국 난민 신청 사유 및 신청 현황 (2008~2021년) / 출처: 난민인권센터 https://nancen.org/2256(검색일: 2023. 6. 23.)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난민 문제나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로 간주하기에는 사회 내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이나, 국제 결혼이나 국제 이주 혹은 이민 등의 보편적인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민과 난민은 다르다’는 주장이나 ‘단일 민족 국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인구 감소와 축소 사회 시대의 대한민국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민과 난민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격변하는 글로벌 정치경제질서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위치와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며, 한국 사회 구성원의 범위와 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 (김종법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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