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제한토론의 대상 안건 범위 「국회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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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제한토론의 대상 안건 범위 「국회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 있어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7.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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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국회 무제한토론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전략 (filibuster)의 하나로, 소수파의 의견 개진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다수결 원리에 따름으로써 의회민주주의 구현에 이바지한다. 무제한토론은 의사진행을 일시 지연하는 동안 다수파가 소수파의 견해를 들으며 합의점을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하여 정당 간의 극단적·물리적 대치를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제한토론 대상 안건의 범위나 종결 방식 등 여러 쟁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이 청구되는 등 무제한토론제도가 다수파와 소수파 간 갈등의 원인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이에 국회입법사무처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비롯해 국회 무제한토론제도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쟁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을 논의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 〈국회 무제한토론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저자: 김태엽 입법조사관)를 7월 14일 발간했다.

국회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적으로 의사를 운영할 수 있는 만큼, 「국회법」에서 모든 의사 절차 원칙을 일일이 정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협상을 통해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적합한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안마다 협상과 합의가 매번 요구된다면 입법 갈등에 따른 교착과 지연이 잦아져 입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해될 수 있으므로, 의사 절차의 기본 원칙을 가능한 한 사전에 상세히 명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5월 헌법재판소는 ‘회기 결정의 건’이 무제한토론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였는바, 이 취지를 고려해 무제한토론의 대상이 되는 안건의 범위를 「국회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무제한토론 종결에 필요한 가중 과반의 특별 의결정족수를 우회하는 회기 결정을 제한하는 방안, 찬성토론을 허용하고 ‘의제 외 발언 금지 원칙’을 적용해온 전례를 「국회법」에 명문화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무제한토론의 법적 근거 및 사례

▶ 법적 근거

「국회법」 제106조의2는 무제한토론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가 본회의 개의 전까지 제출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실시해야 한다. 각 의원은 한  차례만 토론할 수 있으며, 무제한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본회의는 산회하지 않고 계속된다. 

무제한토론은 토론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회기가 끝나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제출한 종결 동의(動議)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결된다. 이때 종결 동의는 제출 시점부터 24시간이 지난 때에 무기명투표로 표결되므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무제한토론 종결에 찬성하더라도 소수파는 만 하루의 토론 시간은 보장받게 된다. 다만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은 어떠한 경우라도 헌법상 의결 기한을 고려해 12월 1일 밤 12시가 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2)  실시 사례

국회가 무제한토론제도를 도입한 2012년 5월 이후 2023년 6월 26일 현재까지 무제한토론을 실시한 사례는 [표]에 나타나 있다. 총 8건의 사례 중 토론을 신청한 의원이 더 이상 없어 종결된 사례는 1건이고, 회기가 종료되어 종결된 사례는 5건이다. 나머지 2건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 동의에 찬성함으로써 종결되었다.

 

■ 무제한토론제도를 둘러싼 쟁점

▶ 무제한토론 대상 안건

「국회법」 제106조의2에서는 무제한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안건의 종류를 특정하는 대신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라고만 규정한다. 본회의에서 다루는 안건은 동의안·결의안·승인안·선출안 등 의안 청원, 또는 동의 등 매우 다양하므로 무제한토론 대상 안건의 범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회기 결정의 건’이 그 성질상 무제한토론의 대상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관 4인은 반대의견에서 무제한토론제도의 적용이 배제되는 안건이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국회법」이 처리 시한을 규정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및 대통령 등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실시는 곧 부결 또는 폐기의 효과를 가지므로, 이들 안건을 무제한토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안건의 경우 무제한토론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제기될 여지가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무제한토론 대상 안건과 배제 안건을 「국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무제한토론 종결 방식

국회는 안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의 일반 의결정족수를  대체할 ‘가중 과반’의 특별 의결정족수를 규정할 수 있다. 무제한토론제도는 다수파와 소수파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므로, 회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무제한토론을 종결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 의결정족수만을 요구하는 ‘회기 결정’으로 특별 의결정족수를 요구받는 ‘무제한토론 종결’이 사실상 가능하게 된다.

무제한토론 종결에 가중 과반의 특별 의결정족수를 요구하고 최소 24시간의 토론 시간을 보장한 데에는 실질적 토론과 소수자 참여를 전제로 하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취지가 있다. 따라서 일반 의결정족수만으로 무제한토론을 종결하는 ‘우회 전략’이 소수자의 참여를 제한해 의회민주주의를 저해하지 않도록 무제한토론 신청 이후부터 종결 전까지는 회기를 결정할 때 예외적으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의 특별 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 찬성토론 허용 근거

무제한토론에서 반대토론만 허용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부결이 예상되는 안건에 대해 소수파가 찬성토론을 하기 위해서 무제한토론을 신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파와 다수파가 각각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논거를 제시하며 입법 갈등을 완화하는 무제한토론의 건설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대토론과 찬성토론 간 균형이 이뤄지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이에 소수파가 찬성토론을 할 수도 있는 예외적 상황의 가능성과 무제한토론에서 찬성토론을 허용한 적 있는 전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반대자와 찬성자 간 교대 발언 원칙을 정한 「국회법」 제106조제2항을 무제한토론제도에도 적용하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의제 외 발언 금지 원칙

무제한토론에서도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따르면 「국회법」 제106조의2제1항의 ‘이 법의 다른 규정’이란 발언 원칙 전반이 아닌 ‘발언 시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같은 법 제104조제1항만을 의미한다고 본다. 만약 발언 시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원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면,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금지한 같은 법 제146조마저도 배제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무제한토론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무제한토론을 실시한 본회의(2016. 2. 23.)에서 당시 국회의장은 의제와 무관한 발언은 허용될 수 없다고 제한한 전례를 고려해 「국회법」 제106조의2의 개정으로 무제한토론에서 ‘발언 원칙’의 예외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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