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들려주는 진정한 삶의 노래, 즐거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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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들려주는 진정한 삶의 노래, 즐거운 비극!
  • 허현숙 충남대·철학
  • 승인 2023.07.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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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니체의 즐거운 비극, Amor Fati!』 (허현숙 지음,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192쪽, 2023.06)

 

니체에게 비극이란 무엇이며, 왜 ‘즐거운 비극’인가? 이 책의 제목인 ‘즐거운 비극’은 아모르 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를 말한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이 시대에 사라져 버린 ‘음악’, 비극을 통해 삶의 진정한 모습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기원전 5세기 크게 부흥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한 비극은 올림포스 신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등을 내세워 인간실존에 대한 공포와 절망을 신성한 기쁨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적 명랑성’을 근거로 이러한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부정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었다. 따라서 비극은 삶의 무한한 환희와 긍정을 노래하는 운명에 대한 통찰이다. 니체는 “음악은 우리에게 과거에는 들리지 않았던 사물의 심연의 소리까지도 내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춤추고 노래하는 차라투스트라’의 즐거운 비극을 완성하였다.

이 책은 우선 니체의 생애와 사상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바그너의 음악극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특히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니체가 그의 『비극의 탄생』을 집필한 직접적 동기를 제공한 작품이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타난 인간실존에 관한 의미는 무의식적인 것, 자아의 한계, 상실의 불가피함 등과 관련되는 ‘불협화음’의 표현이었다. 니체는 그의 음악에서 우리의 신경과 맞닿는 강렬하고 심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니체에게 바그너는 삶의 의지를 끌어내기 보다는 퇴폐적이고 그저 위대한 주술사나 마법사로만 보였으며, 호흡할 수 없는 그의 음악은 그가 주장하는 찬란한 삶의 기쁨을 희망하는 그리스적 명랑성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비극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비극은 그저 동정과 연민의 슬프고 비통한 감정만을 전달하는 연극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내면의 갈등과 성장을 경험하는 삶을 보여준다. 비극은 세상 고통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절규이며, 탄식을 노래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통과 갈등을 통해 공감하고 고민하며,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디선가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처절한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는 아울로스 음악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그리고 메데이아 등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운명과 고통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삶의 노래를 부른다.”

그림1&2 출처: Vogel Martin, Apollinisch und Dionysisch: Geschichte enies genialen Inrrtums, Gustav Bosse Ve인rlag Regensberg, 1966. 각 405쪽, 404쪽.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판도라와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그리고 메데이아 등은 그들이 겪어내야 하는 실존적 비극과 운명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 책은 비극작품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왕」, 그리고 「메데이아」 등이 이야기 구성면에서 신화의 내용을 어떻게 수용하고 변용하였으며, 특히 등장하는 인물들이 죽음과 절망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고자 하였다.  

니체는 ‘그리스적 명랑성’을 고대 그리스 악기인 키타라와 아울로스에 담긴 비극적 선율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키타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현악기로 태양의 신 아폴론의 빛과 이성을 상징하는 악기이며, 아울로스는 관악기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어둠과 광란을 상징하는 악기였다. 아울로스 음악은 비극의 분위기와 감정을 강화하며, 이야기의 깊이와 의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아울로스 음악이 인물들의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전달함으로써, 우리에게 고통과 역경을 이해하고 비극적인 감정과 내면의 상태를 공감하고 표출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니체는 신화 속 인물들이 세상의 두려움, 고통, 악함과 같은 상황에서도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함을 찾아내어 이를 극복한다고 보았다. 니체에게 비극의 본질은 삶의 최고의 긍정형식인 바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의 화해와 조화에 있다. 니체에게 비극은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존재방식이며, 그 안에 내재된 창조적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표현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니체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니체 사상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은 끊임없이 창조적인 삶으로 이끌어 주며, 위버멘쉬(Übermensch)에 이르기를 권한다. 니체에게  위버멘쉬를 위한 인류의 자기-극복의 모범은 차라투스트라이다. 지금부터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근원적 모순과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역동적이며 창조적인 힘을 드러내는 디오니소스적 음악을 시작해보자. 니체는 “나는 춤출 줄 아는 하나의 신만을 믿을 것이다.”라고 한다. “즐거운 비극을 노래하자, 아모르 파티! (Amor Fati!)”


허현숙 충남대·철학

충남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니체 비극적 사유의 음악적 기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도서관 지혜학교에서 ‘니체(Nietzsche)에게 배우는 디오니소스적 지혜’라는 주제로 신중년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프레게에 있어 수의 존재론적 의미」, 「기악음악으로부터 디오니소스적 음악 고찰」, 「실러의 『메시나의 신부』에 나타난 디오니소스적 예술원리」, 「아울로스 음악을 통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파괴미학」, 「니체와 괴테의 새로운 인간상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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