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학단체 "폐교대학 해산장려금, 사학 '먹튀 폐교' 촉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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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학단체 "폐교대학 해산장려금, 사학 '먹튀 폐교' 촉진 우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7.06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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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노조 등 7개 대학 관련 단체 반대 입장문 발표
- "폐교 대학 교직원 실질적인 보호대책 필요"

 

정부가 대학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폐교 대학에 ‘해산 장려금’을 주려는 것에 대해 교수·대학 단체들이 이는 사학재단의 ‘먹튀 해산’을 촉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조 등 7개 교수·대학 관련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폐교대학 잔여 재산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환원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가 교육용 자산을 사학 의 사유 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의 비영리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사학재단의 이해만 고려한 것으로 "사학재단의 먹튀 해산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법안은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진 학교 법인을 공익 법인이나 사회복지 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해산하는 학교법인이 잔여재산 일부를 사학진흥기금에 귀속시키는 경우, 그 금액의 최대 30%를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 정해진 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리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이 법안의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수·대학 단체들은 "현재 국회 입법 논의상황을 많은 사립대학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육사업을 지속하기보다는 해산 장려금이라는 금전적 보상의 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칫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지역 대학의 고의 폐교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 대학 교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만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단체는 "반면 폐교 대학의 교직원 보호 등 구성원 보호 대책은 실질 대책으로서는 미흡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며 "법안에 근거 규정을 둬도 법인·대학별로 실제 잔여재산 처분을 통해 퇴직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입법 논의는 사학재단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두고 있으나 학교 청산 시 기존 임금체불의 해소, 퇴직 위로금 지급 등에 대한 법률이 실질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며 "대학별, 지역별 전체 대학의 역할과 규모 등 조정에 관한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장문]


사학재단 보상대책이 아닌 
구성원 실질 보호대책으로서의 입법을 촉구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학교운영의 위기, 폐교의 위기에 내몰리는 대학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어 향후 폐교 조치 등 지역 사립대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우리 교육단체들의 우려와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가장 큰 쟁점은 폐교대학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해산 장려금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국회와 정부가 사실상 교육용 자산을 사학재단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의 비영리성이 훼손되는 근본적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용 자산이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자체의 지원 등으로 조성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교육자산에 대한 사학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방식의 국회 입법 논의는 심히 우려된다.

2. 해산 장려금 지급은 사학재단의 먹튀 해산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국회 입법 논의상황을 많은 사립대학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사업을 지속하기보다는 해산장려금이라는 금전적 보상의 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지역 대학의 고의 폐교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 대학 교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만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3. 반면, 폐교 대학의 교직원 보호 등 구성원 보호 대책은 실질대책으로서는 미흡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법안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각 법인별, 대학별로 실제 잔여재산 처분을 통해 퇴직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 기존 폐교대학의 경우에도 실제 청산을 통해 잔여재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수준의 가치를 가진 대학이 많지 않았고, 폐교 이전에 비해 폐교 이후의 대학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폐교 이후 상황에 대한 대책마련 보다는 운영위기 단계에 놓인 대학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는, 보다 선제적인 대책수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4. 지금의 입법 논의는 사학재단들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실제 폐교위기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폐교가 목전에 와 있는 대학 구성원들의 경우, 학교 청산 시 기존 임금체불의 해소, 퇴직 위로금 지급 등에 대한 기대가 있다. 법률이 실질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5. 학교법인의 공익법인 등 법인전환 시 지역에 필요한 법인으로서의 사업 활성화가 실제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충분한 연구나 논의가 없었던 탓에 공급과잉 등의 우려 역시 있다. 대학 운영에 책임이 있는 법인에게 법인형태만 전환해 다시 운영권을 연장 시켜주는 것으로, 공익법인 등 전환 시 운영의 공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6.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단순히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오래 전부터 통계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되었음에도 오히려 대학의 정원은 확대되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학별, 지역별 전체 대학의 역할과 규모 등 조정에 관한 기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2023년 7월 5일

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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