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현대적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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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현대적 재조명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7.0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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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300주년 기념 심포지엄]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애덤 스미스(1723~1790)가 태어난 지 올해로 300년 됐다. 고향인 영국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스미스를 기념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애덤 스미스 300주년 기념 -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현대적 재조명> 심포지엄이 6월 26일(월) 오후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와 한국경제의 현안과 관련해 애덤 스미스 경제학이 주는 교훈과 시사점을 논의하는 기조발제와 종합토론으로 이뤄졌다.

특히 애덤 스미스 경제학을 이기적 경제인과 자유방임주의의 틀로 보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도덕 감정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 도덕철학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경제사상을 재조명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기념사, 김광수 교수(성균관대)와 주병기 교수(서울대)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병연 교수(서울대)의 사회로 이명헌 교수(인천대), 이제민 명예교수(연세대), 장경덕(前매경 논설실장), 최정규 교수(경북대)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애덤 스미스 / 위키피디아<br>
            애덤 스미스 / 위키피디아

▶ “애덤 스미스 정신과 동반성장”에 대한 기념사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애덤 스미스 경제사상을 이기심에 기반한 자유방임주의라고 후대 경제학자들이 왜곡한 점을 지적하고, 자본주의가 직면하는 경제위기의 본질은 이처럼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문제에 있다고 꼬집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정한 관찰자에 의한 개인 이기심의 조정과 통제’라는 시장경제의 또 다른 작동원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을 통해 승자독식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자본주의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 “<도덕감정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에 관한 재조명”이란 제목의 첫 번째 기조발제에서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는 “인류 역사와 함께 했던 비공식적 행동규범에 관한 도덕적 세계는 사회의 자발적인 질서를 구성한다”며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이러한 세계의 원천이 되는 마음 내면의 작용이 공정한 관찰자에 의한 동감의 원리로 수행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효용 극대화의 경제적 삶은 사회적 삶 속에 뿌리박고 있으므로, 그 배경이 되는 도덕, 문화, 관습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 조직운영과 경제성장의 동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동감에 근거한 정의감과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더 많은 부, 자유, 호혜성과 인간애가 고양되면 사회의 더 많은 행복이 가능하다고 말한 김 교수는 현대 경제학의 단순 합리성 개념과는 거리가 먼 인간본성에 관한 내밀한 탐구 덕분에, 애덤 스미스의 도덕철학은 현대경제학의 신조류, 즉 행동경제학, 신제도경제학, 법과 경제학, 행복경제학, 조직경제학 등의 기원이 되고 있다면서 마무리했다.

 

'도덕감정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에 관한 재조명'의 첫 발제를 맡은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도덕감정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에 관한 재조명'의 첫 발제를 맡은 김광수 성균관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애덤 스미스의 공평한 관찰자와 21세기 정의로운 사회계약”이란 제목의 두 번째 기조발제에서 주병기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공평한 관찰자와 도덕적 본성을 재조명함으로써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가 초래한 여러 위기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찾았다. 

주 교수는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공평하게 느끼는 공평한 관찰자의 인간본성이 선한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소개하고 공평한 관찰자의 정의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롤즈의 평등주의적 분배원칙을 소개했다.

 주 교수는 이 같이 정의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태에서 과학기술의 탐욕스런 오남용을 묵인하는 자본주의 질서가 기후위기와 같은 지구환경과 생태계의 글로벌 위기가 반복되는 원인이라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불평등과 재난 및 전쟁 난민 문제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원자력 안전 문제 등도 글로벌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면 공평한 관찰자의 관점에서 정의로운 사회계약, 글로벌 공유자원과 기본권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21세기 한국경제, 애덤 스미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김영식 서울대 교수, 이명헌 인천대 교수,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 장경덕 前 매경논설실장, 최정규 경복대 교수가 참여한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br>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21세기 한국경제, 애덤 스미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김영식 서울대 교수, 이명헌 인천대 교수,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 장경덕 前 매경논설실장, 최정규 경복대 교수가 참여한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김병연 교수(서울대)의 진행으로“21세기 한국경제, 애덤 스미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김영식 교수(서울대), 이명헌 교수(인천대), 이제민 명예교수(연세대), 장경덕위원(전 매경논설실장), 최정규교수(경북대)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핵심 논리를 “이윤은 성장의 엔진이고 지대는 성장의 장애물”이라며 최근의 지가 상승으로 한국의 분배가 악화되었고 여전히 한국경제에서 지대추구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하며 지대추구의 주역이 법사관료와 언론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교수는 경제학 교육의 표준화·대중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반면 경제학의 도식화에 따라 경제 문제에 대한 유연한 사고 및 정책 제언에 한계를 보이면서 ‘감동과 설렘’이 사라짐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경제학 수업에서 시도했던 사례로 몇몇 학생들의 과제를 소개했다. 
 
도덕감정론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경제 문제와 관련해 ‘정보의 비대칭 악용에 대한 처벌과 관련 입법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왜 유사한 범죄가 매해 재발하는가?’라는 질문에 도덕감정론을 통한 도덕철학적 고찰 면에서 처벌이 도덕의 일반 규칙과 의무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지만, 처벌만으로 도덕적 행동을 모든 이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허영심을 품은 개인이 정보의 비대칭을 통해 타인의 승인과 찬사를 받는 부자 또는 권세가의 위치에 보다 빠르게 도달하고 싶은 열정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상업사회의 모순에 대한 설명 요청에 최정규 교수는 “근대사회에서 ‘자유’가 있으면 좋으나 많으면 안 좋고, ‘공동체’는 함께하면 좋은데 끼리끼리 모이면 안 좋고, ‘보편성’은 널리 적용돼서 좋은데 내용 하나하나 보면 재미없고, ‘특수성’은 하나하나 보면 재밌는데 한꺼번에 보면 정말 통일성이 없다”고 예를 들면서 “이 같은 것들이 근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적인 측면 중 하나이며, 분업은 부를 넓게 해줬지만, 각각의 사람들을 바보처럼 만드는 등 이런 모든 양면성의 표현을 두고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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