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학부 칸막이 사라진다…1학년 전과 허용/의대 예과·본과 규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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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과·학부 칸막이 사라진다…1학년 전과 허용/의대 예과·본과 규정 폐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6.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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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이 학문 체계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현행 시행령 내 학과·학부제 원칙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한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1학년 전과도 가능해지고, 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완전히 자율화된다.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뉜 의학계열 교육과정도 6년으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제7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를 열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확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29일부터 8월 8일까지 40여 일간 입법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육부는 ▲ 경직적 대학 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벽 허물기 촉진 ▲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등 세 가지 방향에 맞춰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행령 총 115개 조문 중 33개 조문을 정비한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 개정 방향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경직적 대학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장벽 허물기 촉진

ㅇ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현행 시행령 조항을 폐지한다. 학과, 학부 칸막이를 없애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학은 융합학과(전공) 신설이나 자유전공 운영, 학생 통합 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조직을 자유롭게 구성·운영할 수 있게 된다.

ㅇ 학생의 전공선택권도 확대한다. 그간 1학년 학생은 전과가 원천 배제되었고, 2학년 이상 재학생은 첨단학과·융복합 학과(전공) 등 신설학과로의 전과가 제한되었다. 앞으로는 1학년 학생의 전과 및 신설 학과(전공)로의 전과를 허용하여 진로변경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대학의 진로상담 등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

ㅇ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과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에도 선택권을 부여한다. 대학의 역할이 산업체와 지자체 협력으로 확대되면서 전임교원의 중점 역할 역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산학·대외협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교수시간은 주 9시간 원칙이 통용되면서 대학 특성에 따른 교원의 역할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ㅇ 의대는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는 교양 중심의 예과 2년과 의학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는 본과 4년으로 구성돼있는데, 의학계에서는 본과 4년만에 배워야 할 내용이 지나치게 많다며 6년 통합 운영을 요구해왔다. 이번 개편에 따라 각 대학은 예과 1년+본과 5년, 통합 6년 등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ㅇ 일반 대학의 온라인 학위 과정 개설도 대학 자율에 맡긴다. 지금까지는 일부 과정에 한해서 교육부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일반대가 온라인 학위 과정을 개설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과정을 개설할 수 있고, 교육부 사전 승인 과정도 폐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ㅇ 지금까지 국내대학과 외국대학의 공동교육과정 운영 주체가 단일 대학으로 한정돼 복수 대학을 연계한 공동교육과정이 허용되지 않는 미비점이 있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들이 강점분야을 연계해 컨소시엄(연합체)을 통한 국내·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ㅇ 또한 외국대학에 국내대학의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경우 교육부 사전승인 없이 대학 간 협약을 통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여 국내대학의 해외 진출을 촉진한다.

ㅇ 이와 함께 국내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1/2 이내)를 대학 협약을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 그간 학점 규제로 인해 발생한 교육과정 연계 제약과 학생들의 커리큘럼 설계 및 과목 선택 제한을 해소한다.

ㅇ 학교 밖 수업도 제도화한다. 학교 밖 수업은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시설, 인력, 장비 등을 활용한 인력양성을 위해 필요한 학사제도다. 학교 밖 수업을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사전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편법 학습장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마련했다. 이동수업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본교 출석이 곤란한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되, 그 대상을 장애인·국가대표 선수·군인 등으로 한정한다.

ㅇ 신설되는 협동수업 제도를 통해 산업체와 연구기관 등의 시설이나 장비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통한 학교 밖 수업을 허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학점인정 범위를 졸업학점의 1/4로 제한해 학교 밖 수업의 효과는 달성하되, 학습장에서의 불필요한 이론 교육이나 학습장을 전제로 한 학생 모집 등 편법 운영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ㅇ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산업체위탁교육을 기존 학사에서 석·박사 과정까지 확대한다. 또한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상향하고, 지방대학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가능 인원을 확대한다.

ㅇ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성인학습자에게는 교육기회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을 폐지하고, 전문대학 학위심화과정의 입학자격 중 재직경력 요건을 9개월로 완화하여 통일함으로써 계속적인 직업교육 여건을 조성한다.


□ 교육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일부개정령안을 확정하고 본 개정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법안 관련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및 개인은 오는 8월 8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 누리집이나 우편·팩스·전자우편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제거해 대학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 이번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학과 간 융합이 자유로워지면 순수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은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대학들이 취업률, 충원율 때문에 기초학문 관련을 없애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별도의 정부 사업을 통해 문제를 보완해 가겠다고 했다.

학과 개편이 지나치게 자율화되면 학교 운영이 불안정해져 교원과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과거에는 신입생 모집이 안 되면 기존 학과의 이름을 바꾸거나 일부 커리큘럼을 변경하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대폭 바꾸면서 대학이 하나의 실험의 장이 돼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의 학생들은 입학한 교육과정으로 최대한 졸업하도록 권고하고, 학과 폐지가 불가피할 경우 유사 학과로 옮기도록 권고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장제국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학교 밖 수업 제도화, 공동교육 과정 확대 등이 대학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 역시 "이번 시행령 개정은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인 운영을 통해 지역과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문대도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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