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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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6.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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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 4월 18일 오후 1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교수연대회의)

선정 시 5년 간 국고 1000억 원을 받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첫 예비지정 발표 이후 대학가가 어수선하다. 

22일 충남대 등에 따르면 대학 행정의 주축인 4개 처장(교무, 학생, 기획, 연구)이 일괄사표를 제출, 이진숙 총장이 수리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예비지정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글로컬 대학 지정이 30개까지 확대되는 2025년까지 다음 기회를 노리겠지만, 다수는 대학의 생존과 어두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처럼 1차 관문을 넘지 못했거나 지원조차 하지 못한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대학의 위기에 직면, 여전히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글로컬대학 사업이 오히려 지역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구조를 악화시키고, 소규모 대학을 도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오히려 지역 대학까지 서열화 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차 관문을 통과한 대학들도 본지정 탈락에 대한 우려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초부터 선정을 위해 대규모의 자원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탈락할 경우에는 내·외부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국교수연대회의와 전국대학노동조합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발표 이후 잇따라 성명을 내고 글로컬대학 사업이 오히려 지역 대학 구조조정을 부추길 수 있다며 비판했다. 

교수연대회의는 "예비지정 결과가 경쟁지상주의 방식의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학균형발전을 향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추진하라!”는 성명서를 22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교수연대회의는 이번 예비지정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지적했다.

첫째, 이번 예비지정의 결과를 보면 특히 국공립대학 간의 통합 노력을 명시한 대학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됨으로써 향후 글로컬대학의 선정 방향이 국립대학 간의 강력한 통폐합 및 내적 구조조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우려된다. 

둘째, 사립대학은 재정 기반이 비교적 튼튼한 대학과 의과대학을 기반으로 한 대학들이 선정되었다. 따라서 ‘글로컬대학 30’ 정책으로 사립대학 간의 양극화는 격심해질 수밖에 없으며, 재정적으로 허약한 사립대학들은 퇴출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예비지정된 대학들은 각기 협소한 특화영역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과 직접 연관된 협소한 특화 여부가 부각됨으로써 글로컬대학이 보편적인 대학의 기능보다는 특수한 목적에 종속적인 대학이 되어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학내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넷째, 올해 10월까지 최종 1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결정한다지만, 현재의 재정 확보 현황으로 볼 때 사업이 제대로 시행될지도 불투명하다. 10개 글로컬대학에 대한 올해 예산 2000억원을 당장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다섯째,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포함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정책의 일관된 목표는 <헌법>에 명시된 대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연구 지원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무책임하게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데 있다. 

이에 교수연대회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대학의 학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왜곡할 뿐만 아니라 지역대학에 대한 경쟁지상주의적 구조조정의 핵심적 수단"이라 강조했다.

이어 교수연대회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지역대학들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진정으로 ‘글로컬’한 연구와 교육의 중심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 식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기준에 따른 기형적인 ‘국책대학’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한편, 전국대학노동조합 역시 글로컬 대학 육성 정책을 ‘지방대학 죽이기’, ‘대학구조 개악’으로 규정하면서, “글로컬 대학 추진에 앞서 정부 고등교육재정부터 충분히 예산에 확대 반영하고 대학별 균형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평을 20일 내놓았다.

대학노조는 “지방대학들은 권역 내에서 일정 이상 예산 등 규모가 되는 대학과 대학 통합 등을 통해 대학의 규모를 키우는 대학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이 이번 예비지정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결국 이를 통해 중소규모 이하 상당수 대학들의 도태를 불러오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노조는 대학별 1년 예산이 수천억에 이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5년 한시 200억 지원으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고, 당장 정부가 계획하는 수준의 예산이 하반기 정기국회 예산논의 과정에서 확보될 지도 미지수라며, 정부 재정지원 측면에서의 문제도 제기했다.

대학노조는 "다수의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가용할 수 있는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소수 대학에 재정을 집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정책의 방향을 전면 재고해야 하며, 글로컬 대학에 지정되지 못한 대학, 중소규모 지역대학에 대한 대책 방향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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