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비행기의 한국어 지명 표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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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비행기의 한국어 지명 표기 오류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
  • 승인 2023.06.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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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제31차 유럽한국학회(AKSE) 학술대회 참석차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학술대회는 오는 6월 22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지만 필자는 독일에서도 볼일이 있어서 먼저 독일로 온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탄 루프트한자 비행기의 좌석 전광판에서 이상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항공기 운항 정보를 알려 주는 지도에 지명이 이상하게 나온 것이다. 전광판의 기본 언어를 독일어로 설정해 두었지만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 화면에 한국어 정보도 같이 보여 주었는데, 독일어로는 지명들이 제대로 나오는 반면 한글로 표기되는 한국어 지명은 맞는 것이 없었다. 아래에 사진 하나를 첨부했는데 이것은 필자가 확인한 수많은 오류들 가운데 어느 하나일 뿐이다. 로마자로 표기된 ‘Nursultan(누르술탄: 카자흐스탄의 수도)’만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이름으로 나와 있고, 한글로 표기된 지명들은 모두 틀렸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되었고 이라크 바그다드는 ‘카사블랑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다른 곳들은 하나같이 정체불명의 이상한 이름들로 둔갑했다. 심지어 서울마저 ‘자킨토스’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루프트한자 쪽의 명백한 잘못이다. 루프트한자에서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한국어로 기록해 놓은 정보들 가운데 한국어 표현 또는 한글 표기 자체가 잘못된 것이 과연 이것 하나뿐일까. 어쩌면 이 밖의 알아내지 못한 곳에 이보다 더 심각한 오류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을 바로잡는 일은 꽤 오래 전부터 해 왔고 성과도 꾸준히 거두었지만, 이처럼 외국에서 한글을 사용해 한국어로 표기해 놓은 글 속의 언어적 오류에 대해서는 아직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어 사용자가 아니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올바른지조차 알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어 사용자들이, 특히 한국인들이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귀국 길에도 이 이야기의 발단이 된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탈 예정인데, 그때는 부디 ‘자킨토스행’이 아니라 서울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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