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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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인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6.1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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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원자에서 인간까지 |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404쪽

 

물리학자 김상욱이 과학의 언어를 통해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원자에서 인간까지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에서 영감을 받은 이 책의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저자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을, 바람은 시간과 공간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온다고 한다. 여기에 인간을 더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모든 대상들을 포괄한다. 

저자는 에두르지 않고 원자에서 시작해, 원자에서 분자로, 분자에서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생명으로, 그리고 생명에서 인간으로 존재의 층위를 오르며 평소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세밀히 그려나간다.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이 담대한 여정을 안내하지만 모든 것을 물리로 환원할 수 있다는 물리제국주의적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각 층위를 오를 때마다 존재의 새로운 특성들이 창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가 부분의 합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필연의 우주에서 피어난 다양한 존재들의 가치를 긍정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건낸다.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물리학자가 됐지만, 오랜 공부 끝에 도달한 결론은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를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물리와 우주는 인간적이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배제해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물리학에서 화학으로, 화학에서 다시 생물학으로, 그리고 생물학에서 인간학으로 다시 경계를 확장하며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리학자가 본 세상은 원자와 분자의 차가운 운동으로만 가득할 듯하다. 하지만 저자가 과학의 언어로 그리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인간적이지 않은 원자에서 출발하지만, 원자가 별, 지구, 생명, 그리고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각도로 드러내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과 때로는 위안을 전한다. 저자는 원자의 관점에서 본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음이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아름다운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죽음에 대해 이보다 멋지게 과학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원자에서 인간까지 저자가 안내하는 존재의 그물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과학이 삶 속에서 춤을 추듯 이런 표현들이 단지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은 왜 교양이 될 수 없을까. 이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 중 하나이며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주된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이 이제 전문가에게만 한정할 수 없는, 민주 시민이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이라고 강조한다. 챗GPT의 충격 등 과학 기술이 사회 변혁을 이끄는 시대, 시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과학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어 세상을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했던 한 개인의 노력인 동시에 물리학, 화학, 생물학, 뇌과학, 정보 과학 등 현대 과학이 도달한 거의 모든 지점을 종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학자 김상욱이 우리 시대에 제안하는 새로운 교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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