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의 철학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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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의 철학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6.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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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겔 예술철학: 1826년 강의 | G. W. F. 헤겔 지음 | 권정임 옮김 | 세창출판사 | 416쪽

 

헤겔 철학은 정신현상학, 자연철학, 논리학, 철학백과, 법철학, 역사철학, 종교철학, 철학사, 예술철학을 아우르며 당대를 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헤겔은 베를린대학 재직 시기인 1818-1831년에 철학에 대한 여러 강의들을 진행하였다. 그는 생전에 이 강의들을 책으로 출간하려고 계획했지만, 1831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사후에 지인과 제자들이 강의들을 깔끔히 손질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출간된 이른바 헤겔의 법철학, 역사철학, 종교철학, 예술철학 강의 문헌에는 헤겔 사유의 변화와 발전의 궤적을 상세히 추적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발간본들은 헤겔 강의들의 원서로 후대에 전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으로 확산, 수용되어 왔다.

반면 최근까지 발간이 이뤄지고 있는 미학강의 필기록들에는 헤겔이 강의에서 설명하고 강조한 바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필기록들은 예술에 관한 헤겔 사유를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므로, 헤겔 미학강의의 본래 모습을 담고 있는 새로운 원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한 다양한 연도의 강의필기록은 헤겔 사유의 발전과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하며, 헤겔이 마지막 강의 때까지 고민하고 숙고한 바가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헤겔은 예술철학 강의에서 역사 속에 발전하는 정신, 스스로를 알아 가는 절대지가 예술이라는 직관적 영역에서 어떻게 현상하고 구체화되는지를 고찰하였다. 그는 강의의 서두에서 예술은 종교와 철학과 함께 절대정신의 영역에 속하며, 다른 분야와 동일하게 절대정신을 그 내용으로 다룬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고찰, 특히 역사의 세 시기에 다양하게 전개된 예술에 대한 고찰은 정신의 발전을 이해하는 맥락에서 이뤄지므로 정신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베를린대학에서 1820/21, 1823, 1826, 1828/29년에 예술철학 내지 미학 강의를 했다. 1826년 미학강의는 앞선 두 차례의 강의와 이후의 마지막 강의를 연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도별 미학강의 필기록들을 통해서 변화하는 헤겔의 사유와 중점들을 알 수 있으므로, 1826년 미학강의는 예술작품에 대한 헤겔의 관점과 사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1826년 폰 데어 포르텐이 직접 받아쓴 필기록 원고에 따르면 헤겔은 1826년 여름학기에 ‘미학 또는 예술철학’이란 제목으로 4시간짜리 강의를 진행하였다. 직필본은 7권의 노트로 되어 있다. 강의는 시작 부분의 ‘도입부’, ‘분류’와 함께, 뒷부분의 본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일반부분’이며, 제2부는 ‘특수부분’이다. 제1부의 1장에는 A) ‘이념 일반과 이념상’, B) ‘예술미의 더 자세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2장은 ‘미 일반이 현상하는 보편적 방식들 또는 미의 특수한 형식’에 관한 것인데, 1. 상징적 형식, 2. 고전적 형식, 3. 낭만적인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제2부는 ‘특수부분’으로, 1. 건축, 2. 조각, 3. 회화, 4. 음악, 5. 시문학을 포함하고 있다.

1826년 미학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념, 이념상의 규정, 그리고 각 예술형식들에 관한 서술에서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신화들을 인용하여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급된 예시들은 풍부한 인륜적, 철학적 의미를 포함하며, 각 시대의 예술작품에 반영된 실체적 주관성 및 인륜성을 시사하므로 미학강의의 중요한 요소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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