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날것, 살아있는 삶과 실제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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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날것, 살아있는 삶과 실제에 주목한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6.1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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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노메소돌로지 | 박동섭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58쪽

 

‘안락의자의 이론가’ 혹은 ‘안락의자의 사회학자’라는 비유가 있다. ‘사회’에 관한 추상적인 사색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람들의 구체적 삶 속에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거들떠보지 않는 사회학자를 비꼬는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이를 가리켜 “사회는 ‘저쪽 편’에 있어서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슈트를 차려입고 노트를 들고 구두를 신고 카메라를 챙겨 드는 것과 같은 본격적인 채비를 하고 ‘저쪽’으로 나가서 무언가 발견할 것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도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과 완전히 똑같이 사회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말을 바꾸면 사회는 ‘저쪽 편’에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여기’에도 있다는 것이고, 연구자는 바로 그 사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여기’는 연구자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읽는 행위, 가족들과 매일의 식탁에서 나누는 일견 별 의미 없어 보이는 회화 그리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등을 보면서 때론 기뻐하고 때론 화를 내고 흥분하는 모습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사회를 의미한다.

저쪽 편에 있는 사회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회에 먼저 주목한다는 것은 연구자 자신의 경험과 활동 그리고 그것에 관해 자기성찰하는 방법론임을 주장하는 일단의 학자들이 있다. 이 방법론을 가리켜 ‘에스노메소돌로지(Ethnomethodology)’라고 하고, ‘지금 여기’를 주목하는 것이 이들 연구의 출발점이다. 이런 에스노메소돌로지의 역사와 이론적 함의, 실천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를 만드는 토대인 별것 아니게 보이는 한 순간 한 순간, 그 한 조각 조각들에 숨어 있는 리얼리티를 찾아 연구해보자는 방법론인 에스노메소돌로지의 출발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한다. 저자는 흔히 ‘민속지학’ 또는 ‘민속방법론’이라고 번역하고 말아버리는 단어를 ‘에스노메소돌로지’라고 부르자는 인식전환부터 요구한다. 그는 이 어휘꾸러미를 쓰는 것을 일종의 ‘탈구의 말’이라고 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하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언어, 사고, 방법론의 감옥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날것, 살아있는 삶과 실제에서부터 시작하는 연구방법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에스노메소돌로지는 ‘과학’이라는 상공에 고정된 장소에서 안정된 자세로 일상을 분석하고 말하는 사상이 아니다. 에스노메소돌로지 연구자에게 안정된 장소 같은 것은 없다. 자신이 탐구하는 일상 속에서 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자신이 기술·해독한 담론에 습격을 받을 위험에 늘 노출된다. 에스노메소돌로지는 사람들의 일상에 내려서는 것을 ‘쾌감’으로 생각하고, 그 내려섬을 통해 역으로 받게 될 흔들림, 상처에 노출될 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충격을 새로운 ‘쾌감’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민속방법론’으로 왜곡되어 소개되어 있는 ‘에스노메소돌로지’에 관해 한 명의 독자만 늘어도 만족할 것이라며 간절한 ‘전환’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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