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리천장 깰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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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리천장 깰 수 있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6.1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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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리더스포럼]
- 여성과총, 제67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 개최
- 이코노미스트 발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11년째 최하위를 기록
- 대한민국의 현 문제점을 짚어보고, 상위권 국가인 스웨덴 우수사례 공유

 

                                                           사진: SBS 뉴스 캡처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지난달 25일(금) 더플라자호텔에서 “지속가능한 여성리더십: 한국의 유리천장 깰 수 있나?”를 주제로 제67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1년째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포럼은 여성리더 배출을 가로막는 대한민국 유리천장의 현 문제점을 짚어보고, 유리천장 지수 상위권 국가인 스웨덴의 우수사례 공유와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오명숙 여성과총 회장은 '성별 경제활동 참여율 격차',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지수' 모두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유리천장’이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여성들을 과학기술분야로 유치한다면 성별 경제활동 참여율 격차와 임금 격차가 분명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하며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ㅇ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의 사회로 첫 번째 기조강연은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이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현황 및 정책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명선 원장은 ‘유리천장 지수,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신규 채용, 과학기술공학 관련 법제 현황’과 같은 데이터와 통계수치를 토대로 여성과학기술인 현황의 문제점 및 ‘여성과학기술인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더불어 양적 확대를 넘어 인력 양성 및 활용 내실화와 퇴직 여성과학기술인 활용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한 개선과제들로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지원정책 확대 및 강화, 지원정책을 위한 관련 부처 간 협의체 운영 활성화, 그리고 여성과학기술인 플랫폼과 같은 네트워크 강화 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다니엘 볼벤(Daniel Wolvén) 주한 스웨덴 대사

ㅇ 두 번째 기조강연은 다니엘 볼벤(Daniel Wolvén) 주한 스웨덴 대사가 ‘Gender equality in Sweden and higher education in STEM’을 주제로 발표했다. 

볼펜 대사는 20세기 동안 성평등 증진을 향한 스웨덴의 노력은 20세기 초에 겪은 국내외 정세변화와 국내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한 스웨덴의 인구감소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약 2/3로 감소된 스웨덴은 사회의 번영을 위하여 gender equality를 추구하게 되었고,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남녀 구분 없이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고 한다. 또한, 개인의 경제적 독립을 국가의 정책목표로 정하고 부를 재분배하기 위한 조세법을 점진적으로 적용하였다고 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핀란드에 이어 양성평등지수 2위의 국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에서 성공적인 국가이지만 모든 과정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1971년에 세금을 개인별로 하는 법을 제정하였고 1974년에는 양성에게 육아지원을 하는 제도개혁 등 정책지원을 하였다. 또한, 스웨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로 전문분야별 성별 편중을 지적했다. STEM 분야의 여성 멘토와 여성 롤모델의 증가와 역할이 이를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볼벤 대사는 스웨덴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유리천장 부수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조언했다. 이 개선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우리의 결단이 필요한데 특히, 우리의 mind set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개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은 장수경 한겨레 젠더데스크 및 젠더팀장이 좌장을 맡아 장명선 원장과 다니엘 볼벤 대사에게 사전질의에 대한 대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ㅇ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은 장수경 한겨레 젠더데스크 및 젠더팀장이 좌장을 맡아 장명선 원장과 다니엘 볼벤 대사에게 사전질의에 대한 대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명선 원장》

Q: 여성 정규직 과학기술 연구개발 운영에 인력이 2030에 몰려 있고 남성은 3040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이 가장 필요할까요?

A: 취업하는 데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어야 하겠지만 취업 이후 경력 단절(임신과 출산)을 예방할 수 있는 지원책과 기업 및 정부 부처에서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Q: 유리천장을 깬 여성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면 대부분의 반응이 “거봐 유리천장이 어디 있어?” 또는 “구조적 성차별이 어디 있어?”와 같은 반응과 더불어 ‘유리천장을 깨는 게 여성, 개인의 능력이다.’ 이렇게 환원되는 우려도 있는데, 이에 대해 해 주실 말씀은?

A: 극히 일부 여성들만이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갑니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사회의 시스템, 즉 법이나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로 여성들의 진출이 많아져야 하고, 조직문화나 기업에서의 승진 및 보직 시스템 등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바꾸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Q: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A: 이미 법과 제도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유리천장을 여성들의 능력으로 깨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에게 불리한 조직문화, 법, 그리고 제도가 양성 평등하게 바뀌어야 하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딸을 둔 엄마로서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구조적인 성차별이 있는 사회 문화 환경에서 시대를 앞서 산 여성 선배로서 여성 후배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A: 남성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딸이 많이 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에서 딸이 아빠에게 회사 상사의 부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아버지 스스로 변화하는 동기가 되고 점차 사회를 보는 시각도 변화가 될 것입니다. 물론,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이라는 전제가 있어야겠지요.


Q: 나 자신의 유리천장을 깨닫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여성들이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주저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이는 조직문화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당장은 피해를 받고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한 남성들이 여성들의 지위를 위해 무언가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이 이야기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면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여성들 간의 많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다니엘 볼벤 대사》

Q: 유리천장 지수가 스웨덴의 경우에는 2위로 나타났습니다. 유리천장 지수를 낮추기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요?

A: 스웨덴의 유리천장과 관련해 단기간에 명확한 솔루션이 있었다기보다는 범정부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수십 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노력의 결과이기에 지름길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Q: 노르웨이가 2020년 기준으로 합계 출산율이 1.48명 그리고 스웨덴은 1.6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리더십과 출생률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A: 당연히 관계가 있습니다. 여성 리더십과 출생률 그리고 양성평등은 서로 굉장히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하나의 사례를 공유하자면 남유럽 특히 가톨릭의 문화를 가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가족 중심 문화이고 출생률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통계를 보면 확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출생률이 굉장히 높은데, 이는 복지 시스템, 육아 시스템, 양성평등 그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등이 바꾸어놓은 결과로 보입니다. 최근 스웨덴을 비롯해 출생률이 다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침체되었던 경제적인 이유이지 다른 젠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볼벤 대사는 양성평등이 특정 성,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며 국가 균형발전과 경제력 향상의 토대임을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질의응답을 마쳤다.


▢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은 여성과학기술인의 리더십을 고취시키고 혁신역량을 제고하고자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시의성 있는 이슈를 논의하는 여성과학기술계 대표 포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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