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권력을 위한 역사에서 민중을 위한 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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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권력을 위한 역사에서 민중을 위한 역사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6.03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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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역사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역사의 주인이 될 것인가? | 장 셰노 지음 | 주진오 옮김 | 포북(forbook) | 320쪽

 

많은 사람들이 ‘역사란 무엇에 대한 것인가?’를 묻지만, 저자 셰노는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부르주아 역사학자들의 대답은 전형적이다. 역사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고 ‘개인적 경험의 영역을 넓혀 준다.’ 그리고 새로운 통찰력과 ‘새로운 차원의 지혜’를 준다는 것이다. 이 모든 대답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로마가 불타는 동안에도 수도원 안에서 영원을 찾으려 애쓰던 수도승을 연상시키는 정숙주의와 체념의 전형적인 표현이 아닐까?

그렇다면 셰노의 이 책을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셰노가 제시한 문제의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셰노는 역사학의 학문 연구와 현실 정치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 왔던 전통적 사고를 부정하고 있으며,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고는 시간의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회귀적으로 작용’하며, 그것이 바로 역사의 존재 이유이다. 그리고 역사학의 역할은 미래로의 문을 활짝 여는 데 있다. 과거는 미래와 관련을 가질 때에만 중요한 것이며, 현실은 과거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에 의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역사 지식의 목적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실제적 행동이다. 역사는 역사학자들에게만 내맡겨지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치 권력을 매개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역사 부정론자들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절망이 깊어 갈수록, ‘역사에 대한 깊은 갈망’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솟아오르는 갈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적 행동이 요구된다. 

셰노가 이 책을 쓴 목적은 현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저항 세력들의 투쟁을 격려하고, 억압적 지배 체제가 만들어 놓은 역사적 지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역사를 역사학자들의 영역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민중이 ‘역사의 창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함이었다. 역사를 모르면 현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가 ‘현재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가능하게 하고, 다가올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아는 것은 역사 창조의 입구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것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래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과거는 그 과거를 만든 사람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 옳다. 우리가 과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재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불확실하게나마 미래를 상상해 보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가능할 법한 미래일 뿐이며, 실제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우리에게 경고했듯이 역사는 우리에게 아무런 해답도 제공하지 못하며, 우리가 해야 할 싸움을 대신해 주지도 않는다. 역사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결과는 그들의 이상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들, 즉 ‘진정한, 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현실의 우위성은 오직 현실 속에서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파리 혁명은 민중의 힘으로 절대 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 민주 국가로의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는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을 통해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직선제 개헌에 의한 민주 정부를 탄생시켰다. 또한 시민의 평화적 시위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촛불혁명으로 승화되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촛불 시민들의 역사 참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렇듯 역사 지식의 목적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제적 행동이며 투쟁이다. 행동하는 양심, 우리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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