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충격을 혁신의 기회로 바꿀 새로운 로컬리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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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충격을 혁신의 기회로 바꿀 새로운 로컬리즘 제안!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6.03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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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살리는 전략과 아이디어 | 전영수 지음 | 라의눈 | 308쪽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인구소멸의 정도와 속도는 가히 충격적이어서 우리에게는 상식을 초월한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가 충격적이면 대응도 그에 준하는 깊이와 범위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생사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새로운 ‘로컬리즘’이란 관성과 보신주의를 버릴 용기와 한계와 고정관념을 돌파할 대담함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

현 정부는 당면하고 시급한 과제로 연금, 노동, 교육 분야를 선정했다. 그간 산적한 문제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이 세 분야를 가로지르는 진짜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체감도가 낮다. 바로 인구문제다. 후속 세대의 부재는 건강한 사회 구조와 지속성을 망가뜨린다. 결국 내 연금이 깎이고, 내 노동 여건이 왜곡되고, 내가 사는 지방도시가 붕괴된다. 인구문제는 이렇듯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망가뜨리지만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착각으로 외면되곤 한다.

2022년 출산율 0.78은 충격적 수치다. 지난 20년간 인구 대책에 380조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쏟아부어졌다. 현 상황을 보건대, 그 많은 예산 투입과 갖은 노력들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효과 없음’으로 판명난 대책과 방법들이 포장만 조금 바꿔 또다시 반복된다. 해본 것을 하는 게 편하고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관성, 고정관념, 보신주의가 만든 악순환의 트랩에 갇힌 셈이다.

인구소멸은 전 국가적, 전방위적 문제이지만 늘 그렇듯 약한 고리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킨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그것도 농산어촌에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좋은 학교, 좋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문제는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이다. 그런데 도시는 대표적 저출산지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생활 및 주거 비용으로 청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그러니 지방소멸, 인구소멸의 원인은 자원 독점이 빚어낸 비정상과 불균형에 기인한다. 즉 핵심은 도농격차이고, 인구대책은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

로컬리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역 문제는 지역에 답이 있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행정도 전문가도 아닌 당사자인 지역주민이라는 전제는 원칙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그 원칙을 무시했을 뿐이다. 인구문제에 있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라는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작고 소박하고 느릴지언정 로컬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선택하는 어려우면서도 폼이 나지 않는 일은 해보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우리에겐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과 관성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로컬리즘 전략과 아이디어가 비로소 보일 것이다. 단, 로컬 현장은 모습도 성향도 제각각이다. 모든 로컬에 맞는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서울은 전 국토의 0.8%에 불과하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수도권으로 본다 해도 12% 정도이다. 여기에 52%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역 특화된 창발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로컬리즘은 우리 사회를 정상으로 돌리고 미래 지속을 위해 꼭 해야 할 실험이다.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다. 괴물화된 서울 빗장의 구심력을 해체하고 유령화된 과소지역으로의 원심력을 강화할 강력한 아이디어다. 로컬리즘은 불행한 사회를 풀어낼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그간의 잘못된 정책 대응이 빚어낸 도농격차와 인구절벽이 남긴 반성과 교훈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를 로컬리즘의 주체 재설정이라는 차원에서 심도 있게 고민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투입하는 자원을 어떻게 연결해 성과를 낼 것인가를 탐구한다. 결론은 ‘어떻게 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돈 잘 버는, 그래서 지속가능한 특화형 로컬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과 아이디어들을 최신 이론과 선진 사례 등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우리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손에 들 수 있는 가장 강하고 효과적인 무기는 ‘로컬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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