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자의 ‘정치적 책임’ 강화할 국회 본회의 표결제도 개선 과제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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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자의 ‘정치적 책임’ 강화할 국회 본회의 표결제도 개선 과제 검토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6.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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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

 

각국 의회는 전체 재적의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본회의 표결로써 최종 의사를 결정한다. 본회의 표결제도는 입법부의 최종 의사를 누가(who) 어떻게(how) 정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즉, 안건이 가결되려면 얼마나 많은 의원이 출석해서 찬성해야 하는지(의결정족수), 개별 의원이 어떤 방식으로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며 이를 회의록에 기록하는지(표결 방법) 등이 본회의 표결제도를 구성한다. 

물론 각국 의회의 본회의 표결제도는 각국에서 의회제도가 발전해 온 역사와 전통에 따라 상이하다. 다만 본회의 표결제도는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최종 의사를 결정하는지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입법자의 정치적 책임성과 의사(議事)의 민주성・효율성을 균형 있게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4일 「해외 주요국 의회의 본회의 표결제도: 미국・영국・일본 의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NARS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저자: 정치의회팀 김태엽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국회와 미국 연방의회, 영국 하원 및 일본 양원(兩院)에서 시행되고 있는 본회의 표결제도를 의결정족수와 표결 방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비교・분석하여 특징적인 점을 정리했다.

 

□ 본회의 표결제도는 개별 의원의 찬성 또는 반대 의사표시를 회의록에 게재·공개하는지를 기준으로 ‘기록표결’과 ‘비기록표결’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전자투표장치를 이용한 기록표결’을 본회의 표결 방법의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안건의 중요성과 의미 등을 고려해 기명투표(헌법개정안)나 무기명투표(국회의원 체포 동의안・탄핵소추안 등)로도 표결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의회도 본회의 표결로써 최종 의사를  결정하는데, 나라마다 역사적 관행과 의회제도가 상이해 본회의 표결제도 또한 서로 다르다. 

미국 연방의회는 육성・기립표결(비기록표결)과 함께 개별 의원의 의사표시를 회의록에 게재・공개하는 기록표결로 찬반투표(yea-and-nay vote)와 전자기록표결(연방하원)을 실시하며, 무기명 투표제도가 없다.

출석의원의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어떤 안건이든 간에 기록표결을 시행해야 하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연방하원)과 탄핵안(연방상원)도 각각 기록표결로 표결한 바 있다.

영국 하원에서는 육성표결·무기명투표(비기록표결)와 분열표결(기록표결)을 실시하며,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영국 하원의 무기명투표는 의장·부의장 선거 시에만 실시되며, 총리와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기록표결인 분열표결로 표결한 바 있다.

일본 양원(兩院)에서는 이의유무표결·기립표결·무기명투표(비기록표결)와 기명투표(기록표결)를 실시한다. 일본 양원의 무기명투표는 의장·부의장이나 탄핵재판소 재판관·소추위원 등의 선거 시에만 실시되며, 내각총리대신 지명(중의원) 시에는 기명투표를 실시하여야 한다.

□ 국가별 비교 및 시사점

본회의 표결제도는 각국의 서로 다른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관한 ‘유일한 정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은 측면이 있다. 다만 ‘무기명투표 대상 안건의 범위’와 ‘무효표 관리 방안’ 등 두 가지 사항은 국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미국・영국・일본 의회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국회의 본회의 표결 제도의 정비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기명투표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의회에는 무기명투표제도가 없고, 영국 하원과 일본 양원에서는 의장・부의장 등 선거(選擧) 시에만 무기명으로 투표하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무기명투표 대상 안건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주권자가 대리인의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별 의원의 찬성 또는 반대 의사표시를 회의록에 기록・보존・공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무기명투표의 익명성은 입법자가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정치적 책무를 뒷받침하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개별 의원의 의사표시가 자유롭지 못하다면 입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되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의원은 무기명투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당론에 기속되거나 외부 이해관계자의 압력에 구애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명’과 ‘익명’은 모두 의원의 정치적 책임을 구현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무기명투표 대상 안건의 범위 조정 여부와 그 정도는 입법정책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무효표 관리 방안’도 최근 화제가 된 바 있다. 2023년 4월, 원내 교섭단체는 무기명투표 시 수기(手記) 대신 전자투표장치를 원칙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우선 심사・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수기의 불편함을 극복하면서도, 작은 실수에 따른 오기(誤記)임이 명백함에도 무효표로 집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일본 양원에서 흰색 카드와 청색 카드를 활용한 기명투표로써 무효표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처럼, 수기 대신 전자투표장치를 원칙적으로 활용하는 표결 방법을 확대해 입법자의 의사표시가 의도치 않게 왜곡되는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행 규정에 따르더라도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합의로 전자투표장치를 이용해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를 실시할 수 있고, 개표과정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수기식 투표와 달리 전자장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신속・정확한 결정에 따른 효율성 제고도 필요하지만, 표결 및 개표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 구축도 중요한 만큼 ‘수기의 전자화’에 관한 사항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의기관이 요구받는 정치적 책임의 구체적 내용과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책임의 구현 수단인 본회의 표결제도 또한 국민의 요구에 시의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변화와 발전을 거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마다 의회제도나 역사적 관행 등이 서로 다르므로 본회의 표결제도의 ‘유일한 정답’은 있을 수 없지만, 각국 의회의 본회의 표결제도가 변화・발전해온 과정과 그 결과는 본회의 표결제도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일 합리적 방안 모색에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표결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고, 비기록표결은 개별 의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른 진의(眞意)를 표출할 익명성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무기명투표 대상 안건 범위 조정’이나 ‘전자투표장치 활용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명’과 ‘익명’ 모두 의원의 정치적 책임을 구현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안건의 중요성과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의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하려면 안건별로 어떤 표결 방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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