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학술지’ 구독 재정집행, 구독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규정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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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학술지’ 구독 재정집행, 구독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규정 마련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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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연구논문은 지식과 정보를 담은 학문적 성과로서, 연구자에게는 최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연구환경이자 궁극적인 연구 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논문은 주로 학술지 구독을 통해 접근이 가능한데,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 그 생산과 유통량 및 수요가 높은 편이다.

국가 간 연구교류 확대 및 연구성과에 대한 초국경적 영향 등으로 인해 국내외 최신 학술논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연구논문의 원활하고 시의적절한 공급을 위한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러 연구논문을 패키지로 구성하여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나면서 학술지 시장은 상업화 및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는 곧 학술지 구독료의 지속적 증가를 가져왔고, 연구자 및 연구기관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대학의 학술용 전자자료 이용을 지원하는 ‘대학라이선스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 396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3058억 원 가량의 할인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학과 달리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 구독료 지원사업은 없는 상황이다.

학술지 구독은 연구개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연구환경이자, 연구역량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출연연의 현행 연구개발비 규정은 이러한 중요성과 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출연연의 학술지 구독 재정집행 현황을 살펴보고,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 및 연구자의 지식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이슈와 논점』 보고서 「출연연의 학술지 구독료 사용 현황과 개선과제」(저자: 권성훈 입법조사관·김나정 입법조사관보)를 5월 11일(목) 발간했다.

연구자에게 학술지는 연구역량과 직결되는 연구개발활동의 시작점이자 결과물이며, 다양한 국내외 연구성과를 집약하여 보여주는 매개체로서, 학술지의 생산과 유통 및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학술지의 상업화 및 패키지화에 따른 구독료의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학술지 구독과 관련한 규정과 현실의 괴리는 연구활동의 위축 및 지식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게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연구개발기관에 있어 학술지는 공동자원으로서 기능함에도 불구하고, 기관 공통의 ‘간접비’가 아닌 일부 개별 과제로부터 각출한 ‘직접비’ 집행을 통해 운용하고 있어 ‘무임승차’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학술지 구독을 위한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의 개정 필요성, △연구개발기관에서 학술지의 공동자본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상기준 등에 대한 개정을 통해 ‘간접비’ 우선집행 원칙을 마련하여 연구과제 간의 형평성 및 연구활동 활성화를 보장할 필요성, △국제 연구교류 활성화에 따른 국제 학술지 구독에 대한 수요를 적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외 학술지 플랫폼 기업에게 현행 회계연도 원칙 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 등을 학술지 구독 관련 문제의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 학술지 구독료 관련 규정 현황

▶ 연구개발비 사용용도 규정

연구개발기관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는 ①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가 직접 출연한 예산으로 수행하는 출연금 기반의 기본사업과 ② 외부 기관으로부터의 수탁과제로 크게 구분된다. 연구개발비는 연구개발기관이 기본사업과 수탁사업 모두의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ⅰ) 개별 연구개발과제로부터 직접 산출할 수 있는 ‘직접비’와 (ⅱ) 기관에 공통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개별 연구개발과제로부터 직접 산출할 수 없는 비용인 ‘간접비’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비’의 10가지 항목 중 ‘연구활동비’는 ‘문헌구입비’를 포함한다. 또한 ‘간접비’의 3가지 항목 중 ‘연구지원비’의 ‘연구활동지원금’은 ‘학술용 도서‧전자정보 구입비’를 포함한다. 따라서 규정상으로 ‘연구활동비’와 ‘연구지원비’ 모두는 학술지 구독료로 사용할 수 있다.

▶ 기본사업 연구개발비 계상기준 규정

기본사업 연구개발비는 ‘주요사업비’, ‘출연금인건비’, ‘출연금경상비’, ‘출연금건축비’로 구성되는 ‘연구개발기관출연금’으로 운영되며(고시 제44조), 별도의 계상기준이 적용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관련 고시([표 2])에 따라, ‘학술용 도서·전자정보 구입비’ 등을 위한 ‘연구활동지원금’은 ‘주요사업비’를 포함한 어떠한 ‘연구개발기관출연금’으로도 계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시행령에서 ‘간접비’인 ‘연구활동지원금’이 ‘학술용 도서·전자정보 구입비’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이행 규범으로서의 계상 기준은 이를 위해 주요사업비, 인건비, 경상비, 건축비 등을 쓸 수 없도록 한다. 이는 곧 연구지원비 집행을 위한 간접비 가용 예산이 없음을 의미한다.

■ 문제점: 규정과 운용의 불일치

▶ 사용용도와 계상기준 규정의 상충

출연연이 학술지 구독료를 연구개발비 중 어떠한 항목으로 집행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2023년 2월과 3월에 걸쳐 과학기술분야 25개 출연연과 경제‧인문사회분야 26개 출연연 등 총 51개 출연연을 대상으로 기관별 학술지 구독료 사용 현황(2023년도 구독 기준)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일부 출연연(2.88))들은 기본사업 ‘연구지원비’ 항목으로 학술지 구독료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본사업 연구개발비 계상기준([표 2])에 저촉되는 면이 있다.

또한, 이러한 규제로 인해 대다수의 출연연은 기본사업의 ‘연구활동비’로 학술지 구독료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비’인 ‘연구활동비’에 ‘문헌구입비’가 포함되므로 이러한 집행이 규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구환경의 기반이자 모든 연구자에게 다양한 학술지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연구개발기관으로서, 일부 개별 과제로부터 추출하는 ‘직접비’인 ‘연구활동비’를 통해 학술지 구독료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과거 학술지의 단권화 구독 추세에서 최근 다양한 학술지의 패키지화는 연구기관 구성원 모두의 접근 필요성 및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기관 공동의 공적 자원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행의 연구개발비 사용 규정은 이러한 연구개발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규정과 실질적 집행필요 시점의 차이

연구개발기관들이 구독하는 대부분의 학술지는 해외 전자저널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패키지 서비스고, 이 업체들은 전년도 선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해당 연도 경비를 해당 연도 수입으로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학술지 구독료의 납부 시점 면에서 현행 규정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51개 출연연의 2023년도 학술지 구독에 대한 구독료 집행 시점을 조사한 결과, 출연연 중 절반 가량 
(22.513))은 전년도에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재정법」 제3조에 저촉되는 측면이 있다.

■ 개선과제

첫째, ‘학술용 도서‧전자정보 구입비’ 사용을 위해 규정과 현실 간의 불일치를 줄여야 하고, 패키지 형태로 전자저널을 구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규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학술지 구독료는 ‘간접비’로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직접비’ 집행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학술지 구독을 위해 전자저널 플랫폼 기업에게 선지급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을 촉진하거나 제약하는 제도적 기반은 연구개발의 역량과 그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술지 구독료 집행에 대한 법령상의 제약이 연구개발의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더욱 발전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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