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원의 신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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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원의 신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4.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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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교원지위법)」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제2항은 “「사립학교법」 제2조에 따른 학교법인과 사립학교 경영자는 그가 설치·경영하는 학교 교원의 보수를 국공립학교 교원의 보수 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립대학들은 소속 교원의 보수를 국공립대학 교원의 보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2002년 계약임용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대학의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대학 간 임금 차이가 많이 나기 시작하였다. 연봉제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2003년부터는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라는 법률에도 없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많은 사립대학들에서 「교원지위법」제3조제2항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사립대학의 의지 부족,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이 조항이 권고하는 수준의 훈시조항이어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러한 조항을 굳이 왜 만들었을까? 왜 훈시조항으로 두었을까? 대학 교원의 보수를 비롯한 신분 안정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헌법과 교원지위 관련 법령상 타당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2004헌바72 결정문(2006. 5. 25 판결선고)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잘 적시되어 있다. 

이 결정문에서는 먼저 헌법 제31조제6항에서 교원의 지위를 특별히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정하도록 ‘교원지위법정주의’를 명시한 것에 대한 의미를 적시하였다. 즉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행정부의 결정에 맡겨 두거나 전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사립대학)에만 귀속시킬 수 없을 만큼, 교육 본연의 사명을 완수함에 있어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앞의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교원지위법」의 입법 과정에서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임을 분명히 하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즉 결정문에 따르면 「교원지위법」 법안은 1990년 국회의원 23인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는데, 제3조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사립학교가 그 소속교원의 보수를 공무원인 교원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경영자 측의 노력과 더불어 보다 많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임’이 지적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임을 분명히 하여 제3조제1항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제3조제2항을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권고하는 훈시규정으로 두었고, 이러한 내용을 담아 1991년 5월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과 「교원지위법」의 취지와는 달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대학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국가는 국가가 맡아야 할 책무까지도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에 떠넘겼다. 2002년 계약임용제 도입을 앞두고 계약임용제가 대학 교원의 신분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계약임용제의 적용 방법은 대학의 자율에 따른 구성원의 몫이라고 하였다. 계약임용제 이후 사용되고 있는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의 명칭이 법률상 적합하지 않으므로 대학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부가 지침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면 교육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곤 하였다. 「고등교육법」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 등) 제1항은 교육부장관이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을 내세우며 방조하였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지위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교원의 보수와 신분을 우대하는 주체임을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듯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 경영자가 대학 교원의 보수를 비롯한 신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원확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일반대학의 경우 15명, 전문대학의 경우 16명(2018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명, 33명(2020년 기준)이다. OECD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학생충원율을 일반대학은 62.5%, 전문대학은 48.5%로 각각 낮추든지 더 많은 전임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을 걱정하고 있지만 교원확보율로 보면 정원을 낮추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정부 재정지원이 OECD 평균 1.0퍼센트 정도보다 낮은 0.6퍼센트 정도에 불과함은 잘 알려져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정적인 대학 재정을 마련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대학 교원의 보수를 비롯한 신분 안정에 대한 책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학 교원의 보수를 비롯한 신분 안정은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대학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필수 요건이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전) 교수노조 위원장
(전) 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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