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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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 안정오 고려대 명예교수·독어학
  • 승인 2023.04.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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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챗GPT로 인해 요즘 세상이 떠들썩하다. 인공지능, 컴퓨터, 모바일폰, 인터넷 등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 챗GPT에 관련하여 어떻든 소식을 듣고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아마도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챗GPT는 우리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직종이 챗GPT로 인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T개발자, 신문기자, 광고업계 카피라이터, 시장 및 마케팅 조사업체, 교사 및 학원 강사, 금융전문가, 그래픽디자이너, 회계사, 법률사무소직원, 고객상담사.

하지만 회사들은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객서비스,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직원교육 등 사내 업무 전반에다가 이 챗GPT를 도입해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를 증대하고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챗GPT를 활용하여 채팅기반 서비스 예약이나 맟춤형 상품 추천 등 다양한 가상 어시스턴트, 채팅기반 커머스, 훈련프로그램 등을 촉진시킬 수 있다. 더 나가서 회사는 챗GPT를 활용해 광고와 홍보물제작을 할 수도 있다. 이제 챗GPT는 인간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개인비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챗GPT를 공격적으로 이용하여 마케팅전략을 세우는 글로벌 기업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이 검색엔진 ‘바드’의 출시를 발표한 다음에 바로 기존의 검색엔진 ‘빙 Bing’에 챗GPT를 결합한  ‘뉴 빙’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발표했다. 예를 들어 ‘뉴 빙’에서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라는 입력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오픈 AI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AI모델을 개발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AI 챗봇과 결합한 검색엔진(현재 Bing의 점유율 2.4%)으로 구글의 점유율(92%)을 뺏어오는 동시에 광고수익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열세의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면서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또 다른 목적은 ‘MS오피스’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 챗GPT의 바람을 타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비중은 클라우드 ‘애저’ 31%, MS오피스 24%인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34%를 점유율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 아래인 20% 대이고, 구글은 10% 대로 고착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오픈 AI에 투자하여 궁극적으로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아웃룩 등에 챗GPT 기술을 도입해 대화를 통해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제 대학도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공격적으로 교수학습 과정을 챗GPT를 이용해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7080세대의 대학에서는 교수가 판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업의 반을 차지했고, 학생들은 교수가 판서한 것을 베끼는 데 또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그래서 그때는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의 양이나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의 양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이제는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의 양이 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교수방식도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즉, 교수들은 종이로 된 책에서 그리고 디지털환경에서 지식을 추출하여 요약된 분량으로 피피티(PPT)에 작성하고 그에 맞는 보조적 디지털 혹은 영상 자료와 함께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이에 따라서 이전에 한 시간 수업하기 위해 2~3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과거보다 휠씬 더 많은 수업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교수와 학습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대학강의는 이제 ‘Flipped Learning’(거꾸로 배우기)로 바뀌어지고 있으며 그래야 한다. 여러 가지 매체, 인테넷, 교육영상 등에 기댄 ‘사전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그것을 근거로 ‘본 수업’에서는 토론과 협동학습을 통하여 문제의 해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초거대 AI 시대에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강의 개설과목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 교양과목으로 가장 많이 개설되는 과목은 ‘글쓰기’와 ‘영어작문’이나 ‘영어회화’ 같은 강의이다. 이제는 이런 과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챗GPT가 글을 작성해서 이를 다듬어 주는 AI도 생겼기 때문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 오픈 AI의 GPT-3를 기반으로 한 ‘Wrtn training’ 은 맞춤법 검사와 문맥 가다듬기 그리고 각자의 문체를 반영하는 개인화된 글쓰기도 도와준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입력한 주제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추천 자료를 제안해 주기도 한다. 이것을 통하여 사용자는 작문의 도입, 작성, 퇴고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챗GPT에 쓰고 싶은 영어 에세이 글을 써달라고 명령을 내리는 글을 입력하면 챗GPT는 그에 맞게 완성도 높은 영어 에세이를 작성해 준다. 더욱이 사용자가 오류투성이의 영어 에세이를 입력하고 챗GPT에게 잘못된 스펠링, 맞춤법, 문장 등을 수정해 달라고 하면 어느 교사나 교수보다 완성도 높은 영어텍스트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흐름에서 AI는 무한 발전하여 생성형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그림을 그려주고, 음악작곡과 동영상까지도 제작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관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부문에서 ‘스페이스 오페라극장’이라는 작품이 1등을 했는데 이것은 AI ‘Midjourney’가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대학에서 열어야 할 교과목은 현실을 반영하여 좀 더 진화하고 개선된 다음과 같은 과목이어야 할 것이다: 

1) 문해력을 개발해 주는 과목 : 초거대 AI가 작성한 자연스런 글을 체크하는 것은 인간이고 인간의 수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학생들은 문해력이 이전보다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융합력을 성장시키는 과목 : 오늘날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되고 있다. 융합력을 가져야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대처한다. 그래서 이러한 능력을 개발해 주는 실용적 과목이 필수적인데, 예를 들어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과목 개발이 필요하다. 

3) 통섭력을 개발하는 과목 : 이 능력은 이질적인 것들을 조율하고 조화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 넓은 지식과 시각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통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보다 다양한 인문관련 교양과목의 개발이 시급하다.

4) 소통능력을 개발하는 과목 : 초거대 AI시대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이 처리한다. 하지만 인간은 창의적이고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에게 소통능력이 필요하다. 기업주, 고용자, 고객, 그리고 제 3자의 의견을 듣고 배려하고 감동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통능력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는 소통하고 토론하고 그러한 ‘퍼스널 터치’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내는 그런 과목들의 개발이 필요하다.


안정오 고려대 명예교수·독어학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글로벌비즈니스대학 독일학 명예교수.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독어학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Wuppertal)대학교에서 독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세상을 변화시킨 독일인들』, 『Grammatik aus der Fremd- und Eigenperspektive(외부 관점과 내부 관점에서 본 문법)』, 『기호학으로 세상 읽기』(공저), 『훔볼트의 유산』, 역서로는 『이차 언어 습득』, 『훔볼트의 상상력과 언어』(공역), 『비트겐슈타인』, 『미드』, 『에코』, 『기호학의 전통과 경향』, 『언어의 민족적 특성에 대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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