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커의 『사마천 평전』 ― 사마천과 그가 남긴 『사기』를 낱낱이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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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커의 『사마천 평전』 ― 사마천과 그가 남긴 『사기』를 낱낱이 파헤치다
  • 장세후 박사·중국문학
  • 승인 2023.04.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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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에게 듣는다_ 『사마천 평전』 (장다커 지음, 장세후 옮김, 연암서가, 775쪽, 2023.03)

 

사마천은 『사기』를 집필함으로써 중국 역사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이는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역사서술 방식인 기전체를 창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 이전까지만 해도 역사를 서술하는 일이나 소비하는 계층, 즉 독자가 모두 지배계층의 몫이었다. 이는 『맹자』 「등문공 하」에 보이는 기록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공자는 “나를 알아주는 것도 오직 『춘추』이며 나를 죄주는 것도 오직 『춘추』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말한 이유로 맹자는 “『춘추』는 천자가 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춘추(春秋)라는 말은 지금은 공자가 편찬한 역사책이라는 고유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노나라에서 역사를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였기 때문에 공자 스스로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이렇게 역사의 서술과 소비가 왕실 귀족으로 대표되는 지배계층이었던 상황은 사마천이라는 걸출한 사학자가 등장할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사마천은 개인적 입장에서 『사기』를 집필하면서 사건을 연대순으로 기술하는 기존의 역사서술 방식인 편년체를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 서술 방식은 본기와 세가, 열전, 지, 표의 다섯 범주로 나누어 서술하였는데, 이 중 핵심이 되는 본기(本紀)와 열전(列傳)에서 한 글자씩 따서 기전체(紀傳體)라고 하였다.

기전체는 기존의 역사서술 방식에 익숙했던 후세 역사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동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빠르게 ‘정사체’로 자리 잡아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대체하게 된다. 이는 이후 관찬 역사인 정사가 모두 사마천이 창시한 기전체를 따라 서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서』의 저자로 『사기』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반고마저도 이는 피해갈 수 없었다. 『한서』는 한나라가 진(秦)나라가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국제를 채택한 통치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여 제후국의 역사를 다룬 세가가 없다.(세가는 『사기』에만 보인다.) 그러나 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한 편을 상·하로 나누는 등의 방법까지 써가며 『사기』의 권수에 맞춘 것을 보면 그 영향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알 수 있다. 

 

                                                          한성의 사마천 무덤과 사당

이후 『사기』는 역사학에서 공기 같은 존재가 되어 그 안에서 살고 숨을 쉬면서도 전혀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 결과 후대로 오면서 사마천과 『사기』에 대해서는 그 존재만 인정하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필요성마저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마천과 『사기』가 하나의 학문으로 승격되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래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단편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일반인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아마 지전화이(季鎭淮)의 『사마천』(1955, 우리나라에서는 『사마천평전』으로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다.)일 것이다. 이 책은 다루고 있는 내용이 비교적 소략한 편이지만 출간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사학사상 사마천과 『사기』를 총결한 최초의 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사마천에 대한 연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문적으로 사마천을 다룬 평전이 꾸준히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리(肖黎)와 황신야(黃新亞), 장다커(張大可)의 평전인데 그중에 가장 인정을 받은 것은 장다커의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세기 중국의 규모가 가장 큰 사상문화공정”으로 평가받는 난징대학의 중국사상가평전총서에 채택된 것이라든지(『공자평전』이 제1권이고, 『사마천평전』은 제20권), 장다커문집(제7권)에 수록된 그의 『사마천평전』에 자오지후이(趙吉惠) 등 당대의 저명 학자들이 쓴 서평이 4편이나 수록된 것만 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다커(1940~)는 충칭(重慶) 창서우(長壽) 출신으로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중문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고전문헌학과 역사, 특히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권위자이다. 당연히 그의 저작은 문헌학과 『사기』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그가 중국사기연구회(中國史記硏究會) 회장을 맡은 적이 있고 현재까지도 중국사기연구회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면의 학술적인 성과 또한 적지 않다. 

2013년에 그간의 연구 성과를 상무인서관에서 10권에 달하는 『장다커문집』으로 출간하였다. 그 가운데 여섯 권이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책이며, 『사마천평전』은 시리즈 일곱 권 째 책이다. 나머지 사마천과 『사기』 관련 책을 소개하면 『사기연구』(제2권), 『사기문헌연구선강』(제3권), 『사기논찬집석』(제4권), 『사기정언묘어』(제5권), 『사기이십강』(제6권)이다. 이 외에도 『사기』와 관련 있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별도로 학계의 주목을 크게 끈 바 있는 『사기전본신주(史記全本新注)』와 『장량소하한신평전(張良蕭何韓信評傳)』(이 책은 2011년에 『한초삼걸』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다.)을 집필하기도 하였다.

장다커의 『사마천평전』을 간단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징대학의 중국사상가평전총서 시리즈로는 제20권이다. 위에서 언급한 장다커문집본과는 기본적으로 내용이 같다. 다만 문집본에는 현대 연구 성과에 있어서 대만의 연구 성과 부분이 빠져 있고 상술한 바 자오지후이 등 저명한 학자가 쓴 서평을 수록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제5장까지인데 사마천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가운데 제1장의 서두 부분은 마치 하나의 잘 쓴 답사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마천의 고리(古里)를 탐방하여 그가 출생하고 묻힌 곳을 따라가며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런 점은 고증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의 공신력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전반부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곳은 제5장인데 전적으로 사마천의 부친인 사마담을 위해 할애한 장이다. 사마천에게 직접적이면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 바로 부친인 사마담임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제6장 이하 끝까지이다. 여기서는 주로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에 초점을 맞추어 사상 등 내용의 분석과 성취, 후대의 평가 등을 다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지전화이의 『사마천』은 큰 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이 책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총괄하여 그 큰 틀을 세세한 내용으로 꽉 채워나간 느낌이 든다. 그런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풍부히 반영된 이 훌륭한 책을 번역 소개하게 된 것이 역자의 입장에서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오지후이는 이 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평가를 하였다.

요컨대 장다커가 지은 『사마천 평전』은 개척적이고 건설적이며, 독창적 견해와 볼륨이 있는 학술 전문 저작이다. 이미 사상가이자, 사학가, 문학가로서의 역사 평전이자 또한 하나의 ‘신사기학’의 연구논저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마천과 관련 있는 개인 경력의 역사 지식을 제공하였다. 학술계에도 어떻게 ‘신사기학’의 얼마간의 볼만한 견해와 모종의 기초적인 건축 재료를 건설하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위에서 사마천과 『사기』가 본격적인 하나의 학문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 원인은 사마천에 대한 자료가 사실상 본인이 남긴 『사기』와 「보임안서」 등 한정된 자료 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유송(劉宋)의 『집해』와 당대(唐代)의 『색은』, 『정의』 등 삼가주(三家注)도 있지만 이들 주석서는 대부분 고증이나 지명 등에 대한 단편적인 고찰에 치중하고 있는 수준으로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 발전하여 나갔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장다커는 사마천 본인이 남긴 저작은 물론 삼가주 등 후대의 사람들이 남긴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자오지후이가 지적한 것처럼 독창적 견해를 가지고 접근하였다. 이에 사마천의 생몰 연도와 무제와의 관계 등 많은 논란이 될 만한 사안도 회피하지 않고 자료를 유기적으로 운용하여 앞 세대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상당 부분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실로 사기학에 하나의 획을 그은 저작으로 사마천과 『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장세후 박사·중국문학

영남대학교 겸임교수와 경북대학교 연구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퇴계 시 풀이·1~9』(이장우 공역,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2019)와 『주희 시 역주·1~5』(영남 대학교 출판부, 2018) 등 다수의 책을 번역하였다. 이 중 『퇴계 시 풀이』는 2022년 제5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번역출판 부문 본상을 수상하였고, 『주희 시 역주』는 한국대학출판협회 ‘2018 올해의 우수도서’에서 학술부문 최우수 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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