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대학정책’,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
상태바
윤석열 정부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대학정책’,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
  •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 승인 2023.04.10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

지난해 연말부터 윤석열 정부의 지역대학에 대한 공세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의 고등교육은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과 함께 지역소멸과 지방대학의 대대적 붕괴 위기, 서울권역 일극집중 대학서열화 고착 등 구조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이것은 청년층 인재들의 지역회귀 및 정주 회피로 이어지고 지역소멸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켜서, 다양성과 역동성에 입각한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커다란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종합적인 고등교육정책은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로, 수도권 특히 서울권역 대학의 이익을 편중적으로 보장해주면서 지방대학을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정리하려는 파행적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것은 역대 그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등교육에 대한 대대적 공격이며, 지금까지 어려운 조건을 감내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식, 문화, 산업,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끌어온 대학 공동체를 양질 양면에서 파괴하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지성, 그리고 산업발전의 보루 역할을 해온 대학을 공공적, 민주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1. 국가적 차원의 고등교육정책 폐기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핵심은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고등교육정책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올해 초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대신 ‘대학규제혁신국’을 신설했다. 교육부가 더 이상 적극적인(positive) 의미의 대학정책을 수행하지 않고 규제철폐 일변도의 소극적(negative) 정책으로 일관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편중의 불평등한 서열구조에 신음해온 지역대학들을 시장화 경쟁으로 몰아가고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해가겠다는 것이다.

2.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 개정령안

정부차원의 고등교육정책의 폐지 직후 이어진 치명적인 정책은 전국의 대학들 모두에게 ‘대학자율’을 확대한다는 미명하에 추진된 규제철폐 정책, 즉 대학설립·운영규정(대학설립 4대 요건인 교지(땅), 교사(건물), 교원, 수익용자산 등에 대한 공적 규제)의 전면개정의 추진이다. 이것은 규제철폐를 통해 대학법인들에게 비교육적 영리사업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비리대학에는 퇴로를 확보해주며,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비정규교원을 확대하도록 하는 독소적 요소를 매우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철폐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서울권역 대학들에게는 첨단학과 신설 등 신규 교육사업을 위해 공적규제의 빗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첨단 및 신규학과(전공) 신설 및 통합 운영에 대한 규제완화와 정원이동의 자율화는 서울 소재 대학들의 입학생 흡수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특히 이것은 대학정원 대비 입학생 수가 10여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2024년 이후에 지역대학의 학생모집에 치명타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서울권역 편중의 불평등한 대학서열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전국적인 공적규제를 풀어버리면, 그 이득은 고스란히 서울권역에 집중되고 지방대학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3.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렇듯 국가적 고등교육정책 폐지, 전국적 공적 규제철폐를 통해 서울권역 대학중심의 학생 및 자원의 쏠림 구조를 실질적으로 강화시켜주면서,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배려하는 듯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지역대학의 학문 경쟁력을 높이고 균형된 발전을 이루려면, 시민교육, 문화활동, 산업활동 등에 걸친 지역과 대학 간의 혁신적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차원의 대학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역적 차원의 전략적 역할분담 등 국가적 고등교육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3월 8일 1차로 7개의 대상지역을 선정한 RISE 사업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분업이나 예산상의 획기적 대안을 찾기 힘들다. 사실상 ‘전시성사업’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정 면에서 지역에 새로운 예산지원이 뒤이어질 것이라는 ‘착시효과’에 비해, 순증된 재원은 대단히 미미한 조삼모사(朝三暮四)격 정책이다. 기존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예산을 통합하고, 그 절반을 광역 시도지사에게 분할 배분함으로써 시도지사는 대학을 통제할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게 되지만 대학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증가된 예산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 지역대학들은 국립, 사립을 가리지 않고, 지역 입학생의 수도권 유출 속에서 격렬한 경쟁과 구조조정에 내몰리게 된다. 광역 시도의 대학정책 경험 및 역량결여, 지역 대학지원체계의 부재상황에서 대학정책을 시도지사에게 이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모험주의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정책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관하겠다고 교육부가 나서는 것은 지역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무책임하게 지방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4. 글로컬(Glocal)대학 사업

RISE와 연관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정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글로컬대학’ 사업이다. 말인즉슨 2027년까지 30개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역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균형있는 학문생태계에 기반해 지역의 고등교육 자산들을 총화, 통합해 서울대학교 이상의 경쟁력을 갖는 지역의 통합적 고등교육시스템을 만든다면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5년 동안 1천 억원 지원을 내세워 광역 시도별로 2~3개 대학을 엄선해서 대학 간 초경쟁(mega-competition)을 유발하고, 그 지역의 ‘혁신사업’에 특화된 엄격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다. 따라서 ‘글로컬대학’은 특정 첨단분야 및 실용분야로 특화된 학문분야만이 과대성장하고 학문의 균형 있고 종합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을 도외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애초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연구중심대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국가적 고등교육정책의 폐기 문제의식과 함께, ‘글로컬대학’은 기존 국립대학들을 시도립화로 몰고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아울러 ‘글로컬대학’을 향한 격렬한 경쟁에서 패하거나 아예 배제된 지방의 국립, 사립대학들은 도태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현대사에서 고등교육은 군사독재와 재정·경제관료의 통제 속에서 ‘값싼 산업인력 육성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아왔다. 그 결과 1990년대 이래 공공성이 부족한 사립대학 중심의 불균형한 고등교육 구조가 고착되었다.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수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대전환시대에 걸 맞는 교육의 질적 측면, 그리고 다양성에 입각한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심화발전 필요성이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대학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 대학들이 공공성과 높은 연구·교육의 질을 갖추어내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가는 ‘공적 투자는 하지 않고 값싸게 고등교육을 통제하려’ 함으로써, 고등교육 정책의 실패를 반복해왔다. 이를 정정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학의 공공성과 균형발전, 질적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국 고등교육의 모순구조는 그대로 방치한 채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그리고 체계적인 준비 없이 극단적 신자유주의 대학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성과 시민적 비판적 사고, 그리고 민주주의 기조를 파괴하려는 ‘우익적’ 폭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과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준비 없이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면개정, <RISE 사업>, <글로컬대학 사업> 등의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의 기조가 분명하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와 고등교육 주체들, 그리고 국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방향을 분명히 확립해야 한다.

둘째, 국가적 대학균형발전정책 및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범부처적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적 대학균형발전정책에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별로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대학구조전환의 방책을 확립하고 지역대학들의 상생적 연합구조를 형성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지역대학을 발전시켜가야 한다.

셋째, 정부는 지금까지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독립적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전국의 거점 국립대학들을 서울대학 수준의 경쟁력을 갖도록 하려면 연간 약 3.2조원, 지역의 상생적 대학 연합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하려면 약 7~8조의 예산이 필요하다.  

넷째, 안정적인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체계적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대학법 제정 또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현) 한신대학교 교수
(현)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추진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