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고립에 빠진 청년들…20대 10명 중 1명꼴로 고립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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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고립에 빠진 청년들…20대 10명 중 1명꼴로 고립상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02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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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통계 브리프]
- 직능연, 20대 청년 8천여 명 심리상태 분석
- “99년생 10명 중 1명, 정서적 고립”

 

20대 청년들(1999년생)의 정서적 고립 문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꼴로 고립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이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의 고립·은둔의 종료 시기가 불분명하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이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청년을 포함한 성인 인구의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1)」 5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20대 청년(1999년생)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정서적 고립 문제를 분석한 결과를 <조사통계 브리프> ‘정서적 고립에 빠진 청년들’(저자: 최수현 부연구위원)로 3월 30일 발간했다(The HRD REVIEW 제26권 1호).

이번 조사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1)」 5차년도 패널 조사 자료 중 응답자 8,067명을 대상으로 했다. 5차년도(2021년)는 1999년생인 응답자가 만으로 22살이 되는 해였다. 일반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이거나 남성의 경우 군 복무 중일 수 있는 시점이다. 단, 응답자 규모가 10명 미만인 고등학교 중퇴, 일반대학 졸업·수료, 석사 재학 등의 그룹은 제외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서적 고립’은 도움이 필요한 3가지 상황(①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경우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 ②몸이 아파서 거동하기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③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전혀 없는 항목이 1개 이상일 때 ‘정서적 고립’으로 정의했다.

□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11%(890명/8,067명)가 도움을 받을 사람이 전혀 없는 항목이 1개 이상이라고 응답해 정서적 고립상태에 있었다.

분석 결과, 정서적 고립 발생률의 경우 성별에 따라 큰 차이는 없었으나 남성에게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났으며, 학력 상태별로는 교육 중단 상태(일반대/전문대 중퇴)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구 소득수준별로는 1분위(저소득)에서의 발생률이 가장 높았고 5분위(고소득)에서 가장 낮았다.

정서적 고립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일반 집단에 비해 ‘자기 이해’가 모든 항목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에서도 ‘긍정적 자기 인식’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에 대한 신뢰 역시 일반 집단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정서적 고립 문제의 심각성은 해당 집단의 자살 충동률이 일반 집단에 비해  2배 이상 높으며, 구직 의욕 상실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정서적 고립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감정적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사회적 불능 상태 고착화, 혹은 자살의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이처럼 청년 계층의 정서적 고립 문제는 단기적으로 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및 거리두기의 해제로 앞으로는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도 다소 해소되기를 기대하지만, 저성장·고물가라는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청년들의 활발한 사회생활 및 사회참여가 여전히 어려울 수 있으므로 꾸준한 실태 조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 제언했다.

 

【브리프 주요 내용 요약】

□ 교육을 중단했거나 부모의 소득이 낮을 때 상대적으로 정서적 고립 비율이 높았다.

학력 상태에 따른 정서적 고립 발생률은 대학교 중퇴(일반대학 14.52%, 전문대 14.08%)가 14%대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일반대학 재학은 8.42%로 가장 낮았다. 중퇴로 인해 정서적 고립이 나타난 것인지, 정서적 고립이 중퇴로 이끈 것인지에 대하여 선후 관계는 알 수 없지만, 교육 중단 그룹에서 정서적 고립이 높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소득수준을 5분위로 나누어 각 분위에서의 정서적 고립 발생률을 보았을 때, 1분위(하위 20%)에서 13.85%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5분위(상위 20%) 8.68%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정 경제환경 차이에 의해 정서적 고립 발생률이 5%p 이상 차이가 났다. 2, 3, 4분위의 경우 11% 수준에서 거의 유사한 수준이지만, 소득 분위가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약간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은 긍정적 자기 인식과 사회 신뢰 수준이 비교적 낮았다.

정서적 고립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자기 이해 수준과 긍정적 자기 인식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은 만 22세로 자기 이해와 긍정적 인식이 떨어지면 새로운 사회에 적응(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취업하는 등)하는 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 신뢰 수준은 정서적 고립 청년이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낯선 사람’ 제외). 가족은 물론 친구나 직장동료에 대한 신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서적 고립 청년들은 조직 적응과 관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뿐만 아니라 외부인에 대한 신뢰 수준도 떨어질 확률이 높으며 이는 사회적 자본 측면에서 개인의 심리적 고립이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은 상대적으로 자살 충동률은 높고, 구직 의욕은 낮았다.

자살 충동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정서적 고립 집단(12.98%)이 그렇지 않은 집단(5.22%)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청년의 인구 내 비중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서적 고립 집단의 13%에 육박하는 비율이 자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정서적 고립이 단순히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닌, 잠재적 사회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서적 고립 집단의 경우 구직 의욕을 상실하여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응답자의 비중이 일반 집단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취업이 잘 되지 않아 구직 활동 의욕 상실’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일반 집단에 비해 정서적 고립 집단에서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2.93%>0.84%).

구직을 단념한 비율이 정서적 고립 청년 7.32%(취업이 잘 되지 않아 구직활동에 대한 의욕 상실 2.93, 일을 하고 싶지 않음 4.39%), 그렇지 않은 청년 4.05%(취업이 잘 되지 않아 구직활동에 대한 의욕 상실 0.84%, 일을 하고 싶지 않음 3.21%)로 각각 집계됐다. 정서적 고립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경제활동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대처가 요구된다.

□ 본 분석을 수행한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서적 고립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특정 계층의 사회적 불능 상태 고착화나 자살의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며 “정서적 고립 청년의 자살 충동률은 2배 이상, 구직 의욕 상실은 3배 이상 높게 조사돼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계층의 정서적 고립은 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고립과 은둔에 처할 수 있는 청년의 규모를 파악하고, 이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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