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선거,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양당제 초래, 득표율-의석점유율 간 불비례성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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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선거,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양당제 초래, 득표율-의석점유율 간 불비례성이 특징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0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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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세계 민주주의를 만나다]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의원을 선출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현행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이다. 비례대표를 별도로 선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모든 하원 의원을 소선거구 단순다수 대표제로 선출한다. 

OECD 38개 국가 중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로 하원 의원 전원을 선출하는 국가는 영국, 미국, 캐나다 3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영국의 선거 결과는 해당 제도의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단순다수대표제는 후보자 선출방식이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의 불비례성이 높고 사표가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영국의 선거제도를 소개하고,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특징을 살펴본 ‘이슈와 논점’ 보고서 〈영국 하원 선거제도〉(저자: 송진미 입법조사관)를 3월 20일(월) 발간했다. 보고서는 또한 영국 내에서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선거제도 개선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사례는 선거제도가 정당과 의회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다수대표제의 특징인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불비례성 및 양당제의 출현이 영국 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며 그 속에서 지역 정당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현재 영국 선거제도의 특징이다. 

영국에서도 사표를 줄이고 비례성을 제고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2011년에는 선거제도 개혁안(대안투표제)에 대한 국민투표가 시행되었지만 부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최근까지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영국의 선거제도

영국의 하원 선거제도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고, 후보자들 간에 득표수가 같은 경우에는 추첨을 통해 당선인을 결정한다. 단 한 표 차이라도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며 후보자가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경우에도 결선투표 없이 당선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와  차이가 있다.

▶ 선거구와 의원정수

영국의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모두 소선거구이다. 영국 하원의 의석수는 2010년부터는 650석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의석수를 600석으로 고정했으나, 법 적용이 계속해서 유예되다가 2020년 「의회선거구법」이 재개정되면서 650석으로 늘어났다.

영국의 선거구 획정위원회(Boundary Commission)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 각각 상설기관으로 설치되어 있다. 650개 의석은 지역별로 잉글랜드에 533개, 스코틀랜드에 59개, 웨일 즈에 40개, 북아일랜드에 18개 배정되어 있다. 영국 선거구 획정의 특징은 면적과 인구를 모두 고려한다는 점이다.

▶ 임기와 의회 해산

하원 의원의 임기는 최장 5년으로, 임기가 시작된지 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의회가 해산된다. 의원내각 제의 국가 특성상 5년을 채우지 않고 의회가 해산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조기 총선을 치른다. 의회가 해산되면 상·하원의 모든 업무가 종료되고 총선 준비가 시작된다. 


■ 영국 의회와 선거제도의 특징

▶ 입헌군주제와 상원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에서 국왕은 형식적이나마 의회에 대해 일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왕은 의회 해산과 그에 따른 조기 총선 실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는 총리의 요청에 따라 국왕이 결정한다.

또한 영국의 의회 구성과 명칭에는 귀족제가 반영되어 있어서 상원은 귀족원(the House of Lords), 하 원은 서민원(the House of Commons)으로 불린다. 상원 의원 정수는 정해져 있지 않은데, 2023년 2월 21일 기준으로 780명이다. 상원의원은 일대(一代) 귀족(life peer), 세습 귀족(hereditary peer), 성직자(bishop)로 구성된다. 일대 귀족은 총리의 지명(nominate)에 따라 국왕이 임명하며, 자녀에게 작위가 세습되지 않는다.

▶ 다수대표제와 불비례성

다수대표제의 특징은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의 불비례성이 높다는 점이다. 모든 의석을 다수대표제로 선출하는 영국 하원 선거제도 또한 투표와 의석 사이의 불비례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의 선거제도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의회 다수당을 구성하는 데에는 이점이 있지만, 지지가 골고루 분포해 있는 작은 정당들에는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표 1]은 최근 영국 총선에서의 주요 정당들의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정리한 것이다. 보수당은 득표율 에 비해 많은 의석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반면, 자유민주당의 의석 점유율은 득표율의 15~25% 수준에 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선거에서는 영국 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 UKIP)이 12.6%를 득표했으나 1석을 얻는 데 그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군소정당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자유민주당은 1983년부터 2010년 선거까지 16.8~25.4%의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의석 점유율은 3.1~9.6%에 머물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고, 이러한 자유민주당의 노력은 2011년 국민투표로 이어졌다.

자유민주당은 보다 비례적인 선거제도로의 전환, 그 중에서도 단기이양식 투표제를 선호했으나, 보수당이 대안투표제를 제안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대안투표제와 단기이양식 투표제 둘 다 유권자가 후보자 선호순위를 표기하여 투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선거구 크기와 당선인 결정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대안투표제는 소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며, 한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할 때까지 가장 적게 득표한 후보의 표를 2순위 후보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반면, 단기이양식 투표제는 중·대선거구에서 2인 이상의 후보를 선출한다. 유권자의 제1선호를 집계한 뒤 기준수 이상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고, 기준수를 초과한 득표수는 다음 선호 후보에게 이양되는 방식이다.

2011년 5월 국민투표 결과, 투표자 중 68%가 대안투표제 채택에 반대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되었다. 다만, 국민투표의 질문 방식이 단순히 선거제도 개혁 여부가 아니라 대안투표제라는 안을 두고 찬반을 선택해야 했다는 점에서 영국 국민이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지 않았는지, 혹은 대안 투표제라는 대안에 반대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2011년 국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자유민주당뿐만 아니라 노동당 일부 의원 등이 비례대표제 도입을 지지하는 등 영국 내에서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쟁과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다수대표제와 양당제

다수대표제의 또 다른 특징은 선거결과 양당제를 초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하는 후보 1인만 당선되기 때문에 신생 정당이나 군소정당 후보자는 당선되기 어렵다. 각 선거구에서 1등만 당선되기 때문에 전체 선거구에서 고른 지지를 받은 소수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유권자는 본인의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차선책으로 큰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순다수대표제는 큰 정당에 유리해 양당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으며, 이와 달리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영국은 비례대표 없이 모든 의석을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하기 때문에 1930년대 중반 이후 보수당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양당 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왔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제3당의 중요성은 점차 증가해 왔다. 1974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군소정당의 득표율은 점차 증가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의석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자유민주당이 먼저 제3당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2000년대 이후로 자유민주당이 승리하는 선거구가 늘어났고, 2005년 선거에서 62석, 2010년 선거에서 57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스코틀랜드 민족당(Scottish National Party, SNP)이 2015년 선거에서 56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올라섰고, 이후 2017년 선거에서 35석, 2019년 선거에서 48석을 얻으며 자유민주당을 밀어내고 제3당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자유민주당은 득표율에 비해 의석 점유율이 낮지만, 스코틀랜드 민족당은 득표율에 비해 의석 점유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상대적으로 많은 의석이 스코틀랜드 지역에 할당되어 있으며, 의원들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지를 받아 당선되기 때문이다. 즉, 지역 정당으로서 이점을 누린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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