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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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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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 쟁점과 대안]
- 경기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발간
- 우울증상 유병률 소득 최하위 계층(32.8%)과 최상위 계층(13.4%)의 격차 2.4배
-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중재프로그램’ 마련해야

 

소득 최하위계층과 최상위계층 국민 간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상 유병률이 2.4배, 자살생각 경험은 3.6배에 달하는 등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정신건강 위험도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3월 22~23일 전국 17개 시·도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보고서(작성자: 생태환경연구실 이은환 연구위원·김욱 연구원)를 3월 17일 발간했다.

감염재난은 우리에게 감염에 대한 불안, 가족을 잃는 슬픔, 죽음에 대한 공표, 그리고 후속되는 경제위기로 인한 좌절 등 많은 심리·정신적 아픔을 안겨준다. 특히 감염재난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는 전염병처럼 확산되어 멘탈데믹(mentaldemic)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의 절반이 넘는 55.8%가 불안·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상 위험군은 17.7%, 불안장애 위험군은 12.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팬데믹 1년 경과된 시점 국민 5명 중 1명은 ‘지난 1년 동안 자살생각’ 경험, 10명 중 1명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자살생각’을 경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1년 경과된 지점인 2021년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자살생각’ 경험은 20.3%,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자살생각’은 8.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소득수준에 따라 정신건강 위험의 격차 발생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개인이 처함 사회적 계층과 경제적 수준에 따라 위험이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증상 유병률은 월평균 가구소득 100만 원 미만인 소득 최하위 계층(32.8%)과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인 최상위 계층(13.4%)의 격차가 두 배가 넘는 2.4배였고, 불안장애의 경우 각각 46.5%와 27.9%로 그 격차가 18.6%p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자살생각 경험’은 소득 최하위 계층(37.9%)과 최상위 계층(16.7%)의 격차가 2.3배였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자살생각’을 경험한 비율도 최하위 계층이 24.1%로, 최상위 계층(6.74%) 대비 약 3.6배 많았다.

▶ 교육수준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 성별에 따라 달라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위험은 교육수준에 따라서도 달랐다.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경우 우울증상 유병률은 19.4%인 반면, 대학교 졸업 이상인 경우 17.0%였다. 

여성은 학력에 따른 우울증상 위험이 비슷한 반면, 남성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하 약 19.5%로 대학교 졸업 이상 약 14.3%보다 약 5%p 높았다.

반면 교육수준에 따른 불안장애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하와 대학교 졸업 이상의 불안장애 수준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하가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인 반면, 여성의 경우 대학교 졸업 이상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보다 약 5%p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등학교 졸업 이하 집단의 ‘지난 1년간 자살생각’ 비율은 약 23.0%로 대학교 졸업 이상 집단 약 19.3%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여성의 경우 학력에 따른 차이가 비슷하게 높은 반면, 남성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하와 대학교 졸업 이상 간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 위험은 교육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고등학교 졸업 이하 남성 집단에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 위험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약 10.2%로, 대학교 졸업 이상 약 7.6%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수준이 낮은 집단이 더 높은 위험수준을 보이는 경향은 남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남성은 여성보다 학력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 1인 가구, 낙인인식 … 트라우마 가중시켜

가구 구성원별로는 1인 가구일 경우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위험이 더욱 높아졌는데, 우울증상 유병률은 21.6%, 2인 이상 가구일 경우 17.2%로 그 격차는 4.4%p였다. 특히 남성의 경우 2인 이상 가구일 때 14.5%인데, 1인 가구이면 22.9%로 증가해 그 격차는 1.6배에 달했다. 

불안장애 역시 1인 가구 집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은 전반적으로 불안장애 위험이 높은 반면, 남성은 2인 이상 가구의 불안장애 위험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1인 가구의 불안장애 위험은 34.1%로, 2인 이상 가구의 약 31.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자살생각’을 한 비율은 1인 가구가 13.5%로 분석되어 2인 이상 가구(7.7%)의 격차는 1.8배에 달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공통적으로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차이는 약 2배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낙인인식도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사회가 확진자에 대한 낙인인식이 ‘없다’라고 응답한 집단의 우울증상 유병률은 8.9%인데 반해, ‘다소 있다’라고 응답한 집단은 17.5%, ‘매우 심함’으로 응답한 집단은 39.1%로 증가(4.4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은 낙인인식 정도와 관계없이 남성보다 우울증상 유병률이 높았는데, 특히 ‘매우 심함’의 경우 우울증상 유병률은 약 43.2%에 달했다.

불안장애의 경우 낙인인식이 ‘없다’라고 응답한 집단의 유병률은 18.7%인데, ‘다소 있다’라고 응답한 집단의 유병률은 32.7%, ‘매우 심함’으로 응답한 집단은 56.3%로 분석됐다. ‘매우 심함’ 응답자는 성별에 관계 없이 절반 이상이 불안장애 위험군으로 분석됐다.

낙인인식에 대해 ‘매우 심함’이라고 응답한 사람 3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자살생각’을 경험했다. ‘매우 심함’ 집단의 ‘지난 1년간 자살생각 경험’은 36.5%로, ‘다소 있음’ 20.5%, ‘없음’ 12.5%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은 낙인인식 정도와 관계 없이 남성보다 ‘지난 1년간 자살생각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인효과 인식 수준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 경험’은 증가했는데, 특히 낙인인식 ‘매우 심함’으로 응답한 집단의 경우 ‘다소 있음’에 비해 자살생각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 경험’은 낙인인식 ‘매우 심함’ 집단이 18.8%로, ‘다소 있음’ 7.6%, ‘없음’ 5.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모두 공통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살생각’은 ‘매우 심함’에서 높은 것으로 분석됐고, 그 격차는 ‘없음’에 비해 약 3배, ‘다소 있음’에 비해서는 약 2배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 이에 연구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재난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중재 프로그램’의 마련 ▲정신건강 인프라에 대한 취약계층들의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찾아가는 심리지원 서비스’의 제공 ▲팬데믹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낙인인식을 해소하는 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국민 정신건강 위험이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멘탈데믹(mentaldemic)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과 공포의 확산을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취약계층들의 형편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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