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일국사적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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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일국사적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접근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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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비교와 연동으로 본 19세기 동아시아: 동아시아사의 새로운 발견 | 배항섭, 이경구 엮음 | 너머북스 | 408쪽
 

서구와 근대가 만든 역사관을 제거하고 동아시아 역사상을 다시 구축하자는 것을 모토로, 학계에 신선한 반향을 던져왔던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그 네 번째 책이다. 1권 『동아시아는 몇시인가?-동아시아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너머북스, 2015), 2권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역사의 길목에 선 동아시아 지식인들』(너머북스, 2017), 3권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지속과 변화, 관계와 비교』에 이어 한국사와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한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진행하는 연구 모임 '19세기의 동아시아'에서 발표된 글과 학술회의에서 소개된 논문들을 모았다. 『비교와 연동으로 본 19세기의 동아시아』를 기획한 배항섭 교수와 이경구 교수는 일국사적 범위를 넘어 서로 연동되는 모습, 일국사적 현상에 대한 비교사적 접근은 동아시아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총 9편의 논문이 실렸다. 19세기 한중일의 민중운동에서 폭력의 강도를 비교한 배항섭, 홍대용과 스기타 겐파쿠를 비교한 이경구·이예안(한림대 한림과학원), 류큐와 조선의 족보를 비교한 손병규(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등 매우 흥미로운 논문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배항섭은 동아시아 3국 가운데 태평천국을 비롯한 중국의 민중운동이 인명살상의 강도 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했다고 했다. 이 차이는 기존의 지배체제나 이념을 완전히 부정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권내현(고려대 역사교육과)이 조선의 화폐 유통을 한중일 3국 사이의 은 유출입 문제와 연동해 읽어냈다면, 홍성화(부산대 역사교육과)는 범위를 넓혀 청대 강남과 에도시대 시장경제를 논한다. 모두 비교사적 접근 내지 연동하는 동아시아라는 시각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문명기(국민대 한국역사학과)는 일본의 식민지 대만 통치나 만주국, 남경 국민정부의 대륙 통치에서 일종의 연쇄적 성격을 띠며 활용됐던 보갑제를 비교사적으로 살핀다. 일제하 대만에서 ‘성공’한 보갑제가 만주국이나 민국 후기 중국에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주목한다. 마지막에 실린 세 편은 중국과 조선 사이의 사유와 담론, 이미지 등이 어떤 식으로 연동되고, 상호 관계에 있었는지를 살핀다.

조성산(성균관대 사학과)은 연암그룹의 이적 논의와 춘추 의리와의 상관성을 논한다. 『춘추좌전』, 『호씨춘추전』의 종족적 화이론과 『공양전』의 문화적 화이론을 소개하면서 연암그룹의 이적관은 『공양전』이 가졌던 문화적 화이론에 충실했음을 밝혀낸다. 이는 당시 동아시아의 사상적 변화에 조응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고연희(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는 중국의 역사 속 인물이 19세기 조선에 전달되는 양상과 영향력을 검토한 글로 역시 한중 간 연동되는 역사를 다뤘다. 이행훈(한림대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근대 공덕·사덕 담론을 한중일간의 사상적 연쇄라는 맥락에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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