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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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 펼쳐보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3.20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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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박싱 코로나: 코로나가 드러낸 한국의 민낯 |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지음 | 페이퍼로드 | 340쪽

 

이 책은 경제, 사회, 복지, 노동, 심리, 환경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전 지구적이고 복합적인 변화상을 분석한 책으로 우리의 실패한 대응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의 사례를 분석하여 국가의 제도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그러나 이 책에 우리의 실패와 좌절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이전까지의 ‘노멀(Normal)’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켜 그것을 개선할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언택트 생활양식’이라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제공했다. 특히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어 팬데믹 상황에서도 시민들 간의 의사소통과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그 일례가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노인층의 일상을 바꾸고 트로트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청년층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이 과연 ‘뉴 노멀’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바뀌지 않은 영역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프로 야구나 축구장에는 흥겨운 응원가와 함성이 돌아왔다. 강의실도 다시 열렸고, 축제도 다시 열렸다. 인류의 행동이나 사회 제도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2~3년의 팬데믹 기간은 생활 방식을 확실히 바꿀 만한 시간이 되기에는 너무도 짧다. 

정치, 사회, 문화, 노동, 복지, 환경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정치와 사회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 왔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특히 네트워크 사회의 ‘연결성’과 이러한 연결성의 영향력에 공감했다.

우선, 코로나-19는 지리적 세계의 연결성을 각인시켰다. 2020년 1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20년 2월 이미 지구 정반대에 있는 라틴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그해 4월, 전 세계의 확진자 수는 백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했다.

두 번째, 코로나-19는 네트워크의 연결성과 이를 통한 정보의 확산을 실감하게 했다. 초단위로 연결된 디지털 공간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음모론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유포됐다. 이러한 여론은 곧 백신 접종을 방해하는 가짜뉴스로 이어졌다. 그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방역을 방해하는 허위 정보와 싸워야 했다.

셋째, 코로나-19는 사회적 이슈의 연결성을 부각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방역 조치는 의료 전문가들만 나선다고 성사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들었고, 아이 돌봄, 교육, 사회, 문화, 정치, 경제, 환경 등 우리 일상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기에 거의 모든 분야가 참여해야 했다.

넷째, 코로나-19는 시장의 연결성과 그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에서 장기간 락다운이 시행되면서 전 세계 상품의 공급망은 위기에 놓였다.

사회과학자는 코로나-19는 인식(idea), 제도(institution), 이익(interests)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기준으로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첫째,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 타인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증가했다. 타인에 대한 시각, 권력과 돈, 일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이를 둘러싼 관계도 바뀔 수 있다.

둘째, 과거엔 당연하게 여기고 반복되던 관습적 행동과 제도가 비대면 사회에서는 생략되고,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보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회의나 교육방식, 일하는 방식 등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도의 변화도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가 지금보다 확산되어 새로운 노동 형태로 인정받게 된다면 노동 관련 법은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에, 코로나-19가 각 사람, 각 계층, 각 집단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개인과 집단은 중립적이지 않다. 백신 개발은 해당 국가와 개발 회사에 막대한 부를 제공하고, 이익의 차이는 집단 간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처럼 코로나-19의 여파는 누군가에게는 더 크고 아프게 다가왔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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