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제국의 탄생·생존·부활·몰락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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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제국의 탄생·생존·부활·몰락의 이야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3.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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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잔티움의 역사: 천년의 제국, 동서양이 충돌하는 문명의 용광로에 세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점 |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 최하늘 옮김 | 더숲 | 410쪽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내부 분열로 395년 로마제국은 동로마·서로마로 분할되는데, 비잔티움 제국은 그 동로마 제국을 가리킨다. 비잔티움 제국은 1천 년의 시간 동안 동서양이 만나는 접점에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이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쉽게 간과되곤 한다. 또한 근·현대의 정치적·경제적 발달에 기반한 서유럽 중심의 역사적 시각으로 인해 제국의 시간과 공간은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이 책은 비잔티움 제국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며 저자는 기존의 비잔티움 역사서들이 주로 정치·군사 사건을 다루는 것과는 달리 사회·경제·문화까지 동등한 비중으로 다룸으로써, 고대와 근대 세계를 연결한 이 제국의 역사 - 그리스도 세계의 정점이었던 천년 제국의 탄생, 생존, 부활, 그리고 전 그리스도교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함락과 제국 몰락의 이야기 - 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준다.

비잔티움은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제국이다. 비잔티움에 수도를 둔 324년부터 오스만 제국에 정복당하는 1453년까지, 비잔티움 제국은 문학·예술·신학·법·학문의 중심지였다. 야심 찬 황제와 그를 둘러싼 영웅들은 호시탐탐 제국을 노리는 이민족 국가의 침략 속에서도 1천 년을 버텼다. 또한 비잔티움은 세계의 온갖 문화들을 한곳에 들이부은 용광로와 같았다. 다양한 인종의 상인들이 비잔티움으로 몰려들었고, 그 속에서 다채롭고 역동적인 문화가 융성했다. 저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비천하고, 진실하면서도 모순에 찬 비잔티움 제국의 실체를 생생히 담아냈다.

저자의 시선은 냉철하고 객관적이다. 부록 〈비잔티움 세계의 이민족〉은 비잔티움 제국을 둘러싼 시대의 역학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총 9장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통해 비잔티움의 거의 모든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들어가며〉에서는 ‘비잔티움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살아남은 로마제국과 콘스탄티누스 1세의 등장을 통해 비잔티움 제국의 서막을 알린다. 제1장(330~491년)은 콘스탄티누스 1세가 로마제국의 단독 황제가 된 330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후 395년 로마제국은 동서로 나뉘게 되고 로마제국은 여러 방면으로 크게 변화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그리스도교화이다.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박해가 중단되면서 그리스도교는 제국의 종교로 기능하게 되고 특권을 누리며 문화적으로 로마인의 삶을 안팎으로 변화시킨다.

제2장(491~602년)에서는 최대 영토를 차지한 유스티니아누스 시대가 펼쳐지고, 황제의 권력 강화와 엘리트층의 분화, 아야 소피아 성당 등 성당 건축과 새로운 양식의 문화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지중해의 주인이 된 제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3장(602~717년)에서는 이슬람 제국의 공세와 역병으로 인한 사회 불안, 영토 상실로 빚어진 자원 부족을 변화와 개혁으로 극복해 나간 시기다. 이 시기에 여러 차례 발생한 전쟁과 역병은 인구를 크게 감소시키고, 그로 인해 농업 생산성·군대 인력·세수 등 또한 크게 감소한다. 

제4장(717~867년)은 부활의 시기로, 기나긴 패배의 시간을 거친 비잔티움 제국에게 8세기와 9세기는 상대적으로 안정기였다. 이 시기의 비잔티움 문화에 이슬람은 또 다른 자극제가 된다. 제5장(867~1056년)에서는 제국의 영광이 빛난 시기로, 비잔티움의 전성기 마케도니아 왕조를 다룬다. 광활한 영토 확장, 황실의 후원 아래 이루어진 방대한 양의 서적 편찬 사업 등 정치적·문화적으로 최성기를 맞이한다.

제6장(1056~1204년)에서는 여러 차례 십자군 원정이 벌어지고 지방 분권화가 가속화되는가 하면, 경제는 호황이지만 주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서서히 나약함이 깃들기 시작하는 제국의 모습이 드러난다. 한편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매력은 비잔티움 광풍이 되어 제국의 적국과 동맹국 성당은 비잔티움 예술을 모델로 한 모자이크화로 장식되었다. 제7장(1204~1341년)은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정복한 1204년부터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1204년 이후 제국은 산산이 분열되어 권력 투쟁을 벌인다. 1204년 십자군에게 빼앗긴 콘스탄티노폴리스는 1261년 니케아 제국의 미하일 8세에 의해 수복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파편화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다양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제8장(1341~1453년)은 오스만 국가의 등장으로 천년 제국의 몰락을 그린다.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한 세기는 한 국가가 경제적·물리적으로 차츰 소멸하는 과정이지만, 귀족 기업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절이었고 빈부 격차는 매우 커져 갔다. 가난한 국가의 부유한 신민이 등장함으로써 청년들은 그리스 고전의 지식을 정복하는 순수한 일보다 상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몰락을 향해 가는 비잔티움은 황제까지 나서서 어떻게든 십자군의 도움을 얻어 생존하려 애썼으나 결국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함락되며 멸망한다.

제9장에서는 오스만 제국에게 종말을 맞은 비잔티움 제국, 그 후의 비잔티움 세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함락되며 제국은 멸망했지만 비잔티움 세계는 카파가 오스만 제국에 점령되는 1475년까지 20여 년간 살아남았고, 버려지고 황폐해졌던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오스만의 수도로 변모해 갔다. 비잔티움은 비록 멸망했지만 지식을 보존하고 전달함으로써 오늘날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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