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방법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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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방법에 주목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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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복잡한 세상에도 패턴은 있다 | 닐 존슨 지음 | 한국복잡계학회 옮김 | 바다출판사 | 336쪽
 

복잡성 과학은 상호작용하는 다수의 개체들의 집합에서 나타나는 ‘창발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목표다. 창발 현상은 '각 부분 또는 구성원이 상호작용한 결과, 구성 요소의 특성과는 별도로 전체 집합체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저마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투자자들이 모였는데 홀연히 급등락 하는 주가 움직임이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되먹임으로, 과거의 기억이나 상대의 전략에 관한 정보 등에 따라 각 개체의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복잡성은 행위자인 다수의 개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집합을 이룬 상태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에 따라 되먹임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복잡계의 기본 이론과 실제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현상을 통해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방법을 설명한다. 복잡계에서 보이는 행태인 복잡성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통 체증, 주식시장의 급락, 암 치료 등에 공통적으로 숨어 있는 복잡성 패턴 등을 보면 잘 드러난다. 복잡성 과학은 ‘군중’ 같은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 창발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고, 때로는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한다.

이러한 복잡성은 여러 가지 응용 분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어떤 미지의 바이러스 하나 또는 여러 바이러스가 출현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공동체 단계별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 항상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 ‘사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전염을 통제하는 데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 질문에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로스 안데스 대학의 로베르토 사라마와 후안 파블로 칼데론은 학교가 학급이라는 자연스러운 공동체, 작은 사회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학교에서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있어 사람들의 접촉 빈도와 연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학급의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기 빈도수가 낮아지는 현상은 한 구성원이 같은 학급 내에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수 감소로 알 수 있다. 여기서 ‘가까운 관계’는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기 위해 충분한 접촉"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연구진들은 학급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학급의 한 사람이 보통 가까운 관계를 맺고 집단을 이루는 중탕 속 사람 수가 실제로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이러스와 루머의 전파를 통제하기 위한 교훈 또한 흥미롭다. 이 연구 결과는 만약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고 특히 겁 없는 아이들을 강타했다면, 통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린아이들은 교실에서 자리 간격을 더 벌리든지 하는 방법으로 자기 학급 내에서의 접촉을 줄이는 데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더 나아가 바이러스, 뉴스, 루머와 같은 것들이 연결된 인간 군집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과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이 연구는 공동체 내부와 공동체들 사이 연결성의 차이가 전파 패턴을 결정짓는 데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복잡계 연구에 관심이 큰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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