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학 30곳 ‘글로컬대학’으로 육성…1개교 당 총 1000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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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대학 30곳 ‘글로컬대학’으로 육성…1개교 당 총 1000억 지원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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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컬 대학30 추진방안' 시안 공개…올해 10곳 시작으로 2027년까지 30곳 선정
- '5쪽 혁신 기획서'로 받는 파격 지원…방대한 보고서 작성 과정 줄이기로
- “혁신 강도 높을수록 글로컬대학 선정 가능성 높아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대학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학생 수 감소 위기 속 비수도권 지역 30개 대학 1곳당 5년간 10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규제특례 등의 혜택을 주는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이 닻을 올렸다.

교육부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글로컬대학의 육성·지원·운영 방안, 선정계획 등을 담은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세 차례의 권역별 공청회를 더 개최하고 이달 28일까지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오는 31일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을 최종 확정한 뒤, 4월 초 글로컬대학 선정계획을 공고할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입학자원은 2021년 48만명에서 2040년 26만명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향후 10~15년이 대학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선택한 대학 구조조정 방식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대학에 집중 투자,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별로 혁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대학을 선정해 전략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글로컬대학, 규제특례+범부처·지자체·산업계 집중 지원

정부는 올해 최대 10개교를 비롯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비수도권에 총 30개의 글로컬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지정되는 대학은 1개 학교당 5년간 총 1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중앙부처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시 글로컬 대학에 대한 가점 부여, 예산 인센티브 등으로 범부처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산업계 우수 인력을 글로컬대학 교원으로 파견하는 등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과 산학협력 공동연구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 내에서 '인재양성, 취·창업, 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을 위해 글로컬대학을 지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안정적 지원을 위해 재정 지원 및 관련 조례 제정, 지역 내 기관 취업 시 취업 장려금 지원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글로컬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화지역에는 최대 6년간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특히 글로컬대학은 규제개혁을 우선 적용받게 된다. 학사제도 자율화, 유학생 제도 개선, 대학 간 통·폐합 유형 다양화, 대학 시설·재정 운용 관련 규제 완화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에 대한 공청회 전경

◇ 선정되면 파격적 지원, 성과 미흡하면 지원 중지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에 재정·규제특례 지원 등 파격적인 육성책을 부여하는 대신 철저한 성과 관리를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취업 및 거주 데이터 등 개방데이터와의 연계·활용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정보와 연계해 글로컬대학 졸업생의 지역 정주율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런 모니터링과 동행평가를 통해 실행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성과가 미흡할 경우 컨설팅 및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글로컬대학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 중지 등의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이행관리를 하고, 3년 차 정도에 최초 설정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며 "투자 대비 지역사회 기여도를 수량적으로 환산하는 등 지역사회 기여 정도를 지속해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 5장짜리 혁신기획서로 평가…충원율 등 정량지표 없어

시안에 담긴 선정 절차를 보면, 교육부는 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5월과 7월 각각 예비지정과 본지정 평가를 실시한다. 선정 평가 결과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글로컬대학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지원 대학은 혁신비전과 혁신 과제를 핵심적으로 제시한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획서 분량은 5쪽 이내다. ▲산학협력 허브 역할 ▲대학 내외부 경계 허물기 ▲과감한 대도약혁신 추진 체계 운영 ▲성과관리 시스템 및 공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위원회는 보고서를 총점 100점으로 평가한다. 예비 선정 심사에선 △혁신성(60%) △성과관리(20%) △지역적 특성(20%)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기존의 대학 운영 틀을 뛰어넘는 혁신성을 가장 비중 있게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대학 안팎, 내부(학과, 교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지'를 따져 본다. 특히 2개 이상 대학·기관이 사업기간 중 통합을 전제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풀이된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 지역에 있는 대학은 사실상 가산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역적 특성에 배점 20점을 부여하는데, 시범지역은 해당 평가 시 반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나머지 20점은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성과관리 체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RISE 시범 지역이라고 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시범지역은 지자체 역량이 인정된 곳이니 (지역적 특성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생 충원율, 재정 지표 등 정량적 요소를 평가 기준에 전혀 담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교육부는 유사한 국고 사업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정량 지표를 사용해 왔는데, 대학 사회에서는 그간 교육부가 재정난을 이용해 국고를 내걸고 획일적인 정책 추진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다만, 대학혁신지원사업(대학당 연간 수십억)과 비교가 안 되는 연 평균 200억원의 국고를 지급하는 이 사업의 선정 결과에 따라 향후 대학가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놓고 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한 간부는 "그간 대학들이 보고서 작성과 발표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를 배제하고 핵심만 담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라는 의미"라며 평가 부담을 덜고 혁신 방향성 설정에 집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교육부

◇ 본지정, 지자체 지원·학내 구성원 동의 받아야

예비지정은 평가 점수가 70점을 넘은 대학을 대상으로 최대 15개 대학을 선정한다. 평가 지표 중 혁신성 점수가 30점에 못 미치면 과락으로 탈락한다.

지원 가능한 대학은 비수도권에 있는 국·공·사립 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이다. 과학기술원이나 사이버대 등은 제외한다. 지역 터줏대감인 국립대도 사립대에 밀려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분교 설립 인가를 받은 곳은 본교와 별도로 분교 소재지에 따라 신청하면 되지만, 설립 인가를 받지 않은 캠퍼스는 본교와 통합해 본교 소재지에 따라 신청해야 한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고배를 마셨거나 재정 여건이 극히 부실한 정부재정지원지원대학은 참여를 막는다. 2025년 이후 평가 제도가 바뀌면 대학 협의체 기관평가인증을 못 얻었거나 사학진흥재단 경영위기대학일 경우도 불가하다.

예비지정 '허들'을 넘어도 끝난 게 아니다. 두 달여 뒤 본지정을 통과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본지정은 예비지정과 별도 심사위원회에서 다시 정성평가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핵심이다.

본 지정에선 △계획의 적절성(50%) △성과관리의 적절성(20%) △지자체의 지원·투자계획(30%)을 평가한다. 혁신성이 뛰어난 기획서를 제출했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예비 지정 이후에는 이를 구체화한 실행 계획서를 평가하며 계획에 현실성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으면 본 지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과 목표는 대학이 수치로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수준의 특허, 기술을 창출하거나 QS, THE 등 대학평가기관 순위를 예시로 들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지원해야 한다. 지정 대학은 지자체, 산업체와 함께 구체적인 혁신 계획을 수립해 대학이 소재한 시도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도 재정지원, 산업 투자·육성, 인재양성·연구개발·산학협력 등 성과를 활용하기 위한 행정·제도적 지원의지를 담은 계획을 내야 한다. 이를 이끌어내는 것은 "대학 몫"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구조조정은 학내 구성원 동의가 없으면 추진이 어렵다. 대학 구성원의 동의와 설득을 얻은 추진 계획인지, 소통의 결과에 근거해 추진하는 방안인지 여부도 본지정 평가 도중에 대학이 소명해야 한다.


◇ 오는 7월 10개 내외 본지정…"줄어들 수 있어“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위원회는 서면·대면 심사와 현장방문 등을 거쳐 글로컬대학위원회에 이를 보고한다. 교육부는 오는 7월 중 10개교를 선정할 방침이나, 계획이 미흡하면 수를 줄일 수도 있다.

오는 2027년까지 모든 비수도권에 고루 30개를 지정한다는 목표지만, 올해 첫 지정 과정에서는 지역별 할당을 고려하지 않는다. "혁신 의지와 역량이 준비된 대학부터 선정한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글로컬대학 지정 학교는 재정난에 몰린 다른 지방대와 달리 생존을 담보할 만한 막대한 국가 지원을 받는 만큼, 그 성과를 대국민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의 지역 산업·사회 협력 결과에 따른 영향력(Impact)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대학별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연구를 통해 관리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글로컬대학과 지자체, 교육부, 산업체는 사업 협약을 맺는다. 대학이 '혁신 서약'을 깨면 사업 중단은 물론 지원금을 환수할 근거로 삼기 위해서다. 이는 국립대의 총장 선출, 사립대의 선임 과정에 대학 리더십의 급변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도 국고가 투입되는 재정지원사업에는 교육부가 참여 대학과 행정협약을 체결한 뒤 계약을 위반할 시 참여를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교육부는 "사업 도중 대학 총장 변경이 생길 시 사업 이행 동의서를 제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 중단을 검토한다"며 "(총장 선출) 해당년도 지원금은 후보자 또는 후임자의 이행 동의서 제출 후 분기별로 나눠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의견을 들었지만 총장이 바뀌면서 지원이 끊어지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안전장치를 확실히 해 둔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대학 간 통폐합을 약속해 글로컬대학에 지정됐다가 학내 갈등 등으로 좌초될 경우 지정을 취소하느냐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글로컬대학위원회가 사안별로 심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통해 지역 수요를 고려, 과감하게 혁신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는 대학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선정 방법 등 최종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은 오는 31일 글로컬대학위원회 회의에서 확정, 내달 공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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