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수학은 어떻게 사용되었고 앞으로 활용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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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수학은 어떻게 사용되었고 앞으로 활용될 것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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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이 사랑한 음악: 고대부터 AI 음악까지 음악사와 기술사의 교양서 | 니키타 브라긴스키 지음 | 박은지 옮김 | 생각지도 | 256쪽

 

최근 상업과 예술적 목표를 위해 기술, 수학, 데이터 기반의 도구가 음악 작업에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AI는 음악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음악이라는 영역에 과학기술이 접목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 책은 음악 창조의 영역에서 수세기 동안 계속되어 왔던 수학 사용의 역사에 관해 설명한 입문서이다. 저자는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수학이라는 과학이 지금은 AI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까지 만들어 내고 있음을 음악사와 기술사의 융합적 관점에서 추적하면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AI 음악은 단순히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도래한 문명이 아니라 ‘음악의 자동 작곡’이라는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온 음악의 과정이자 흐름이라고 역설한다. AI 음악은 하루아침에 혁명적으로 발전한 게 아니라 이전 수학적 음악 아이디어들의 축적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음악 도구와 사고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미래 음악 기술의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돕는 것이 취지임을 밝힌다.

음악의 기초를 수학적으로 공식화한 최초의 시도는 피타고라스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500년경,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수의 패턴을 발견하고자 했던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대장간을 지나다가 망치질 소리가 각기 다른 음을 내면서도 조화롭게 들린다고 느낀다. 이후 대장간에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 본 피타고라스는 망치 무게와 소리가 비례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당시 ‘만물의 원리가 수’라고 생각하던 피타고라스는 조화로운 음악 소리를 내려면 음에도 수학적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의 길이의 비를 이용해 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한 옥타브는 1:2의 비, 5도음은 2:3의 비일 때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는 수학적 원리를 발견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음정과 음향학의 출발점이다.

책에는 뼈 피리와 같은 선사시대의 음악 기술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비율), 중세, 근세(조합론), 19세기(음향학), 20세기(통계, 알고리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기술의 역사와 관련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음악의 ‘자동 작곡’에 관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축적되어 AI 음악을 가능하게 했으며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래에 가능할 AI 음악이 어떻게 발전할지도 살펴보고 있다.

1부 ‘연속성으로부터’가 수학적 아이디어의 흔적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냈다면 2부 ‘가능성으로’는 자동 작곡과 보조적 작곡에 대한 최근 상황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해 보게 한다. 오늘날의 음악에서 딥러닝은 현실적으로 무엇을 가능하게 해 주고, AI 음악의 현주소와 음악 산업은 어떠한지, 팝 장르의 미래에서 아방가르드는 왜 중요한지 등을 다루고 있다.

최근 음악 스트리밍은 더 확대되었고, 개인 맞춤형 음악을 선호하는 청자를 위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문화 상품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대량 생산’과 ‘개인 최적화’라는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단어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음악 창작 영역조차 자동화된다는 데 대한 우려나 부정적인 시각은 이 책의 초점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음악의 자동 작곡이라는 역사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기술과 음악의 발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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