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죄를 지어 두꺼비의 몸으로 인간 세상에 유배되는 적강형(謫降型) 『두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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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죄를 지어 두꺼비의 몸으로 인간 세상에 유배되는 적강형(謫降型) 『두껍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3.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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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껍전: 전남대학교 도서관 소장 | 김인경·조지형 옮김 |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23쪽

 

『두껍전』은 조선 후기에 나온 작자 미상의 한글 소설이다. 현재 전하고 있는 『두껍전』에는 두 가지 유형의 작품이 있다. 하나는 누가 상좌(上座)에 앉을 것인가를 놓고 서로 연장자임을 다투는 쟁장형(爭長型) 『두껍전』으로, 보통 ‘우화소설’이라고 하면 이 작품을 가리킨다. 다른 하나는 천상의 선관(仙官)이었던 주인공이 죄를 지어 두꺼비의 몸으로 인간 세상에 유배되는 적강형(謫降型) 『두껍전』으로, 연구자에 따라 선관형, 변신형, 신화형(神話型)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적강형 『두껍전』은 두꺼비가 부잣집 셋째 딸과 혼인하였다가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된다는 『두꺼비 신랑』 설화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으며, 두꺼비가 은혜를 갚는 보은담(報恩談), 주인이 도망간 노비를 찾는 추노담(推奴談) 등 여러 설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대본은 전남대학교 도서관 소장 『두껍전』으로 이는 무엇보다도 학계에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되는 ‘선관적강형(仙官謫降型)’ 작품의 이본(異本)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또한 이 [두껍전]은 작품의 배경을 전라도 영암 월출산 일대로 설정하고 있으며 해남 수령 및 나주 특산품 등이 등장하고 서술 기법 상 판소리 사설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역문학으로서의 특질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남대본 『두껍전』은 집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짤막한 글인 『부군전서라』와 합철되어 있다. 내제(內題)는 “둑겁전 권지일”로 되어 있다. 작품 말미에는 “이 ㅊㆎㄱ 쥬인은 림소저로소이다 글시난 흉괴망필나 이 몸으로는 중이 역임니 ㄷㆍ 아아실여로ㄷㆍ”라는 필사기가 있다. 이를 통해 책 주인이 ‘임소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필사자가 여성임을 밝힌 적강형 『두껍전』 이본들이 서너 종 더 있음을 감안했을 때, 조선 후기 여성 독자들의 소설 향유를 보여주는 방증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적강형 『두껍전』은 대체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적강형 『두껍전』은 현재 필사본 20여 종과 활자본 2종이 보고되었는데, 전남대본 『두껍전』은 적강형 『두껍전』 가운데에서도 변이가 많이 나타나는 이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남대본 『두껍전』의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다.

(01) 영암(靈巖) 월출산(月出山) 아래에 사는 양척기 부부는 농사를 지어 풍족하게 살지만, 마흔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음을 슬퍼하여 하늘에 기도한다.
(02) 양척기는 평소 배사못이라는 연못에서 낚시를 하며 소일하였는데, 어느 날 물고기가 모두 사라져 실망하여 돌아온다.
(03) 양척기는 물고기가 돌아오게 해달라고 하늘에 비는데, 용과 비슷한 짐승이 나타나는 꿈을 꾸고 배사못에서 두꺼비 한 마리를 얻는다.
(04) 그 두꺼비 옆에 석함(石函) 하나가 놓여있어 양척기 부부가 열어보자, 하늘이 부부의 정성에 감동하여 귀한 아들을 점지할 것이니 두꺼비를 집으로 데려가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에 부부는 두꺼비를 치마폭에 싸서 집으로 돌아온다.
(05) 어느 날 한밤중에 두꺼비가 사방에 기운을 통하더니 갑자기 쌀과 금은을 실은 행렬이 집으로 찾아와 양척기는 큰 부자가 된다.
(06) 두세 달 후 두꺼비의 요청으로 양척기 부부는 두꺼비를 양자(養子)로 삼는다.
(07) 장성한 두꺼비는 양부모(養父母)에게 백판서 댁과의 혼사를 청하면서 모친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08) 모친은 두꺼비가 일러준 대로 백판서 댁을 찾아가 두꺼비 아들을 사위로 삼으라고 한다. 분노한 백판서는 보검으로 그녀의 목을 내리치는데, 목이 저절로 다시 붙는 것을 보고 아내와 의논하여 결국 막내딸 월선과의 혼인을 허락한다.
(09) 이때 월선은 꿈속에서 선녀를 만나 두꺼비는 본래 비를 잘못 내린 죄로 적강한 선관(仙官)이며 자신과 천정연분(天定緣分)이 깊다는 말을 듣고, 혼사를 받아들인다.
(10) 첫날밤에 두꺼비는 울고 있는 월선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가위로 자기 배를 갈라보라고 한다. 월선은 꿈속에서 들었던 말이 사실임을 깨닫고, 두꺼비의 말대로 했더니 허물이 벗겨지면서 두꺼비가 옥골(玉骨) 선관으로 변신한다.
(11) 다음날 선관은 다시 두꺼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장모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지만, 장모는 무서워서 이를 거부한다. 그러자 두꺼비는 손위 동서들과 차별 대우하는 부당한 처사에 서운함을 토로한다.
(12) 백판서의 생일이 다가오자 두 동서는 사냥을 하여 잔치를 준비하기로 하고, 두꺼비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좋은 말과 사환들을 갖추어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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