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노동은 종간 차별 없이 더 정의롭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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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노동은 종간 차별 없이 더 정의롭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1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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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노동: 종간 정의를 이야기하다 | 샬럿 E. 블래트너·켄드라 콜터·윌 킴리카 엮음 | 평화·은재·부영·류수민 옮김 | 책공장더불어 | 400쪽

 

동물 노동은 본질적으로 억압적인지, 동물의 노동을 인정하고 동물을 노동자로 인정하면 인간은 동물과 연대하고, 동물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동물이 이 세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정의로운 관계를 맺으려면 노동관계를 비롯해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질문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누군가를 포섭하거나 배제하는 경계선은 인종, 젠더, 종과 깊이 얽혀 있다. 노동 역시 종 차별적이고 젠더화 된 편견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을 위해 감금, 사육, 도살되는 농장 동물에게 동물노동 개념이 도움이 될까? 기술의 발달로 노동 이후의 사회를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인류는 동물노동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까? 저자들은 동물노동을 철학, 법학, 정치학, 윤리학, 동물학, 경제학적,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다루며 동물노동의 딜레마와 좋은 동물 일자리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동물을 노동자로 인정하면 그들의 법적, 정치적 지위가 향상될까? 미래의 노동은 종간 차별 없이 더 정의롭고 윤리적이어야 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종간 정의를 고심할 때 노동이라는 주제는 대체로 간과됐다. 동물노동은 주로 착취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동물노동을 착취하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방식 중 하나로 여겨졌다. 따라서 노동 운동은 가장 중요한 사회 운동 중 하나지만 동물의 노동은 주목 받지 못했다. 최근 동물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약자 착취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노동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착취와 소외를 가져온다. 하지만 노동이 적절하게 규제된다면 동물이 노동을 통해 복지를 누리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될 수도 있다.

인간 사회는 좋은 일자리를 위해 노력한다. 동물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중요할까? 동물에게는 자유롭게 노동을 시작하거나 중단할 권리가 있을까? 소외 이론을 정립한 카를 마르크스는 인간이 의식적이고 협력적인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동물은 오직 본능과 생존의 필요만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이 동물도 노동자라는 발상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유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 모두에게 동물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나 자원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동물노동을 동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만 봐야할까? 동물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동물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동물 옹호 운동과 다른 사회 정의 운동 사이에 유대를 만들 수도 있다. 저자들은 동물노동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며, 미래의 노동은 종간 차별 없이 더 정의롭고 더 윤리적이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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