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협업하지 않으면 도태”…데이터 공개돼야 인공지능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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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협업하지 않으면 도태”…데이터 공개돼야 인공지능 발전
  •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 승인 202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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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서평 : 『AI 시대, 내 일의 내일 (인공지능 사회의 최전선)』(노성열, 동아시아, 2020.01.21.)

 

2019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의 '착한 AI 세계정상회의'에서 AI 왓슨이 활약한 바 있다. 'SNS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가'라는 주제를 두고 여러 국가의 군중들과 현장 참석자들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 왓슨이 그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찬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인간에겐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일이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토론의 장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과 토론을 벌이는 시대이다.

AI의 최전선을 다룬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AI 시대, 내 일의 내일』이다. 노성열 저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만나고 산업 현장을 누볐다. 그 결과 책에는 인공지능 현장의 생생함과 고민이 법률, 의료, 금융, 게임, 정치, 군사, 예술과 스포츠, 교육 등 전방위적인 내용이 담겼다. 서문에선 인공지능을 ‘인간 뇌의 디지털 쌍둥이’, ‘자연의 최적(화)’라고 정의했다. 인간 뇌가 최고로 성능을 발휘하는 게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2019년 8월 19일 국내에선 제1회 알파로 경진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근로기준법의 계약 사항 위반. 경진대회 결과 1, 2, 3위 모두 AI-인간 협업팀이 차지했다. 이로써 사후적 사법체계에서 예방사법으로의 중심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인간과 겨룬 계약서 분석 법률 AI는 ‘C.I.A.(Contract Intelligent Analyzer)’다.

인간과 협업해 경진대회 우승하는 AI

법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리걸 AI’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에서 전자정부를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나라다. 이곳에선 AI판사를 법제화 하며 시험 운용 중이다. 경미한 소액 심판 사건의 경우, 소송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류에 근거해 AI가 신속히 판단하며, 만약 항소하면 인간 판사가 2심을 진행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도입이 척척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타다금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차량 공유서비스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리걸 AI 도입은 각종 규제와 법으로 가로막혀 있다. 현재 변호사법에 따르면 IT벤처와 로펌을 동업하면 위반이다. 과학기술이 법을 하이테크로 이끌고자 하는데, 법에 의해 막히는 셈이다.

『AI 시대, 내 일의 내일』에선 국내 리걸 AI도입의 어려움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판사 및 당사자들의 반발과 기술적 구현 어려움이 있다. 둘째, 판사가 믿고 맡길 만큼 AI가 신뢰성 있는 쟁점 추출과 서면 요약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중국에선 리걸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17년 8월, 중국 항저우에 최초로 인터넷 법원이 세워졌다. 이 인터넷 법원은 민사 분쟁 사건 중 ▷ 온라인 쇼핑 계약 및 제품 하자 ▷ 온라인 서비스 계약 ▷ 저작권 ▷ 소액 인터넷 대출 및 결제 ▷ 디지털 저작권 등을 집중 관리한다. 그 과정은 ▲ 소장 접수 ▲ 변론 ▲ 선고로 이뤄진다. 물론, 인터넷에서 모든 게 진행된다.
 
“리걸테크의 발전을 위해 최소한 AI가 학습할 판결문 공개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전체 판결문의 최소 1퍼센트 정도는 공개해야 지능형 사법 서비스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변호사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46∼47쪽.

데이터 공개해야 인공지능 발전 가능해

의료 분야 역시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는 분야다. 국내의 세브란스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선 실시간 사망 예측 AI인 '프롬프트(PROMPT)'가 예측 정확도 89∼97%까지 높이며 활약 중이다. 법률과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 역시 선제적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의료 AI에는 ▶ AI 의사 조수격인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 IBM의 왓슨 ▶ 영상의학 AI : AI의 민감도와 인간 의시의 특이도(specificity) 협진 ▶ 질병 위험을 사전 경고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관리해주는 미국 IBM사의 ‘슈거 아이큐’ 등이 있다.

의료 AI 역시 실증 데이터가 많이 부족해 발전이 더디다. 의료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하면서 의사들이 검토해야 할 의료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엔 의료 전 세계 의료 데이터가 2만5,000PB(26,214,400,000GB)라는 예측이다. 또한 종양학 분야를 보면, 2015년 한 해에 발표된 논문이 약 4만4,000편으로 하루에 122편씩 쏟아져 나왔다. 의사들이 데이터를 점검하고, 논문 읽을 시간마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인간과 협진하는 AI 도입은 시급해 보인다. 한편 건강보험 수가체계 편입, 의사집단과 환자들의 이해도 등 제도적 문제 역시 많다.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 없지만, AI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는 대체될 것”-92쪽.

『AI 시대, 내 일의 내일』에서 눈에 띄는 건 세계 최초의 금융 AI 켄쇼다. 약 5,880억 원에 인수된 이 기업은 ▶ 주식·채권 등 투자시장 분석과 미래전망 보고서 작성 ▶ 모회사의 업무 개선 및 신제품 개발 ▶ 데이터 정제(다양한 소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기술 개발) ▶ 차세대 검색 엔진(금융판 구글) 등을 한다. 이 회사의 금융 AI는 단 몇 분 만에 전문가들이 작성할 만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제 인공지능과 협업하지 않으면 인간은 도태될 것이다.  

군사 분야의 인공지능 역시 주목된다. AI가 단순히 무인으로 적진에 들어가 인간과 대적하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다. AI가 작전을 지휘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까지 알려주는 시대이다. 이스라엘 민간 군수업체 유니콰이는 ‘북방의 화살’이라는 AI 작전지휘 지원 시스템을 시판 중이다. 이 군사 AI는 금융 분야의 AI가 투자판단을 지원하는 것처럼 군사 분야에서 역할을 한다.

작전과 투자판단 지휘하는 AI 그리고 인간

그러나 모든 기술이 야누스처럼 이면을 갖고 있듯이, 인공지능 역시 오용될 여지가 많아 윤리적 검토가 늘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처럼 간주되는 알고리즘 역시 편향적일 수 있다. 가령, 페이스북 이용자 68만 9,003명의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실험을 진행한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감정전이가 일어났다. 알고리즘을 조작하면 인간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노성열 저자는 AI 윤리 논의가 알고리즘 자체의 신뢰성을 촉구하는 ‘기계 윤리’에서 사람들과 대면하는 측면에서 고려하는 ‘인간 윤리’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대중화 할 땐 각 산업 분야에 맞는 기준과 표준이 제정되어야 한다.

AI는 이제 우리 삶의 전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잘 알고 협업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인류가 직면한 과제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지향점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자리를 풍성하게 하고 한 차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협업해야 한다. 

한편, 『AI 시대, 내 일의 내일』엔 현장의 인공지능 전문가들 인터뷰까지 수록돼 있어 현장감을 더한다. 다만, 책에는 전문 분야가 많아서 그런지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재조(在曹 : 법조계에 몸담음), 비송(非訟 : 신탁·등기·경매·청산 등), 직역(職域 : 특정한 직업의 영역이나 범위), 병변(病變 : 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 염가(廉價 : 싸게 매긴 가격), 사인(私人 : 개인 자격으로서의 사람), 족윤적 감식(足輪的 鑑識 : 현장에 남겨진 범죄의 흔적들을 감식하는 일) 등을 좀 더 쉽게 풀어서 썼으면 좋았겠다.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과학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교수신문> 학술 객원기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학술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과학과 기술, 철학, 문화 등에 대한 비평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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