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이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을까?
상태바
자연선택이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생명의 역사, 그 모든 의문에 답하다 |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정은 옮김 | 옥당북스 | 472쪽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가 영국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의 유명한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 내용을 토대로 이를 보강하고 재구성하여 완성한 책이다. 도킨스는 진화론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와 그 탄생의 역사에 놀라움을 던져주고 그 과정을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약 30~40억 년 전의 원시 지구에 존재했던 바닷속 단순한 유기화합물의 묽은 혼합액(원시 수프)에서 우연히 발생한 ‘최초 복제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불가능한 완벽성’을 갖춘 다양한 생명체와 그 구성 요소들로 진화되었는지를 눈, 거미줄, 날개, 조개껍데기 등의 풍부한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도킨스는 치밀한 논거와 합리적 추론으로 정밀하게 설명해나가면서 생명의 신비를 쉽고 분명하게 전해주고 있다.

오로지 물리학과 화학만 존재했던 원시 지구에서 자가 복제를 하는 최초 복제자의 등장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이런 행운은 단 한 번으로 충분했다. 생명의 기원이 되는 최초 복제자는 우연한 화학적 사건을 통해 저절로 생겨났을 정도로 단순했고, 자가 복제는 그 한 특성이었다. 하지만 어떤 복제 과정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복제하는 동안 무작위적인 실수(돌연변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변이체는 자가 복제 성질을 잃으며 집단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복제 성질을 획득해 집단에서 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자연선택의 과정이었다. 도킨스는 복잡한 생명이 섬세한 자연선택의 점진적인 축적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눈이나 복잡한 신체기관 등을 예로 들며 고도로 복잡한 생명체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가능한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적 설계론을 내세운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만약 우리가 신을 우주의 설계자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처음 출발했을 때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생명체들의 화려한 배치를 구성할 수 있는 설계자라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이며 복잡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복잡성은 불가능성의 또 다른 말일 뿐이다.”라고 비판한다. 

불가능한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불가능한 복잡성을 끌어들이는 지적 설계론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도킨스는 이들의 주장을 깎아지른 벼랑을 단번에 뛰어오르려는 탐험가에 빗대며 벼랑 뒤편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벼랑으로 아주 완만하게 뻗은 오르막길이 있다. 원시 지구의 바닷속 단순한 유기 화합물에서 발생한 최초 복제자는 수십 억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이 길을 따라 올라갔고, 그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종의 다양성은 물론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산들을 정복했다. “다윈주의의 해결 방식은 그 불가능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쪼개서 행운의 필요성을 지우고 불가능 산의 뒤쪽으로 돌아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수백만 년에 몇 센티미터씩 기어오르는 것이다. 깎아지른 벼랑을 단번에 뛰어오르는 엄청난 일은 신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진화의 정점에는 성급하게 접근할 수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무리 까다롭고, 올라야 할 절벽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불가능 산을 단번에 오를 수는 없다.”

리처드 도킨스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어떻게 지구를 찬란한 생명의 제국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진화의 역사를 ‘불가능의 산’을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한다. 다양한 생명체와 고도로 복잡한 신체 기관은 언뜻 보면 완벽하고 정밀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 길 위에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생명체의 신비를 올려놓고, 아주 섬세하게 그 경로를 추적하여 생명체를 둘러싼 무지의 장막을 걷어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눈과 날개 같은 복잡한 구조가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고, 진화가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점진적인 변화의 누적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천천히 누적되어온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불가능하고 복잡해보이는 진화의 과정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