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 대한 사상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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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대한 사상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
  • 김일방 제주대 사회·환경철학
  • 승인 2022.12.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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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환경사상의 흐름: 데카르트에서 포스터까지, 자연을 사유한 10인의 사상가』 (김일방 지음, 그린비, 512쪽, 2022.11)

 

환경문제는 나날이 악화일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사상적·역사적 접근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일과 사상이나 역사 연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환경문제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기술에 의한 대책 또는 법률에 의한 규제, 행정에 의한 제도적 조정 등이 더 긴급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 여기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자들의 눈에는 사상이나 역사 등이 현실의 긴박한 ‘환경 실정’에 비춰본다면 유유자적한 놀이처럼 ‘시간의 허비’와도 같아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어떤 환경문제이건 처음부터 지구 전체를 뒤덮을 만큼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출발은 아주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다. 작은 점에 불과했으나 생각해보면 그 점이야말로 환경문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환경문제가 애초에 어디서 발생했고 그것이 어떻게 확장돼나갔는지를 분석한다면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의 근간을 밝힐 수 있고 그것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정책 또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문제이건 그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환경문제의 이면에는 그것을 야기하도록 지지하는 사상·관념이 뿌리 깊숙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환경문제가 어디서 발생했고 어떻게 확대되어왔는지 그 역사를 그리고 사상을 탐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초로 발생한 환경문제는 어떤 형태였으며, 그것을 야기한 원인은 무엇이었고, 그 문제를 가속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환경문제의 근간을 밝히는 작업으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환경문제의 역사와 환경사상을 탐구할 때 환경문제는 그 근원에서부터 해결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근간에 내재한 ‘악화로 치닫게 하는 시각’을 바로잡음으로써 방향을 바꿔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근원을 치유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경사상이 아직 일원화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사상들이 동시에 병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다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기에 환경사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환경사상’이라는 것뿐이다. 환경사상을 하나의 사상체계로 집약하는 작업이 이뤄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환경사상의 궁극적 역할은 환경문제의 구체적 해결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기존의 여러 환경사상들이 각개 약진할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된 학제성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결정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환경사상이라는 표제가 달린 연구서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환경사상과 운동』, 『환경사상 키워드』, 『현대 환경사상의 기원』과 같은 번역서 말고는 국내 학자의 직접적인 연구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환경사상에 대한 연구가 거의 부재한 실정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환경윤리학·환경철학이 중심을 이룸으로써 환경의식의 변혁이라는 내적 변혁을 지향하는 단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이러한 단계를 넘어서 외적 세계의 변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환경사상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근·현대 사상가들의 자연에 관한 사유의 궤적을 추적하여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대상은 17세기에서 21세기에 걸친 총 10명의 사상가들이다. 환경사상이 태동한 것이 낭만주의 시기이긴 하지만 그 이전의 사상가들한테서도 선구적 혜안을 발견할 수 있기에 낭만주의 이전 시기의 사상가들도 일부 포함하였다. 인물의 선정은 17세기에서 21세기까지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각 시대를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택했다. 

먼저 17세기 사상가로는 데카르트와 로크를 다루었다. 데카르트는 기계론적 자연관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주장하는 기계론적 자연관의 핵심적 내용을 살피고 난 후, 그것이 대두하게 된 배경과 자연환경에 끼친 영향에 대해 탐구해봤다. 로크는 환경윤리 관점에서 볼 때, 제한적 인간중심주의자로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그는 자연자원에 관해서도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자원을 어느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공유자산으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로크의 자연관을 분석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로크식 관점이 지닌 의의에 대해서도 해명하였다.

18세기 사상가로는 칸트를 살펴봤다. 여기서의 주안점은 칸트철학에서의 인간중심적 및 비인간중심적 요소를 찾아내고 특히 후자로부터 친환경적 시사점을 모색하는 데 두었다. 칸트철학에서 엿볼 수 있는 친환경적 시사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깊은 성찰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 둘째는 자연파괴 및 동물학대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셋째는 자연을 유용성의 대상이 아닌 순수한 관조적 즐거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미적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의 사상가를 직접 다루진 않았다. 하지만 한스 요나스의 맑스주의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19세기 인물인 맑스의 환경사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먼저 요나스의 맑스주의 비판 내용은 다음의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① 맑스주의는 기본적으로 반 생태적이다. ② 현대사회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자본주의가 맑스주의보다 더 낫다. ③ 자유와 필연은 동시적 만남 속에서 구현되는데도 맑스는 양자를 엄격하게 분리함으로써 공존 불가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어서 이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맑스의 원전에 의거하여 밝혀보았다.

20세기의 사상가로 제일 먼저 다룬 것은 아르네 네스다. 네스는 ‘심층생태학’의 제창자로 유명하다. 네스의 사상이 형성되는 데는 그의 자연체험, 특히 일생을 산과 함께 함으로써 산이 되어 산처럼 생각할 수 있는 자세의 영향이 컸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자연체험을 토대로 네스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태철학과 더불어 심층생태운동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또한 고안해낼 수 있었다. 네스의 삶의 모습은 물론 그의 삶이 반영되어 있는 심층생태사상을 논하고 난 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시사점과 그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네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지만 네스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던 존 패스모어의 환경사상도 중요하다. 그는 특히 강한 인간중심주의자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중심주의 입장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문제를 다룬다. 그 역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지만 그 범위는 현세대와 아주 가까운 미래세대로 한정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대체자원의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따라서 자원고갈은 발생하지 않기에 먼 미래세대에 대해선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한 패스모어의 주장을 살피고 난 후, 그 정당성 여부를 검토해보았다.

네스 및 패스모어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로는 개릿 하딘도 있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문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와 함께 그는 「구명보트 윤리」를 통해 선진국 중심의 환경정책을 주장함으로써 반인도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구명보트 윤리」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 주장을 살피고 난 뒤, 그것이 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들을 고찰함으로써 선진국 중심의 환경정책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밝혀보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인 허먼 데일리는 생태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사상의 핵심은 이른바 ‘정상상태 경제’론이다. 정상상태 경제란 원료 투입량을 최저비율로 유지함으로써 전체 인구와 물질적 부의 축적이 항상 어떤 바람직한 수준을 유지하는 경제, 곧 제로성장경제를 의미한다. 사실 데일리도 초기에는 정통경제학자로서 성장론자 편에 서 있었다. 이러한 입장을 180도 전환시켜 정반대 입장에 서게 된 데는 세 명의 학자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세 명이란 밀, 볼딩, 그리고 조제스쿠-뢰겐을 가리킨다. 이 세 명의 주장은 어떠하며, 그 주장의 어떤 점이 데일리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이를 해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어서 데일리의 핵심이론인 ‘정상상태 경제’론의 실체를 밝혀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데일리가 주장하는 정상상태 경제의 개념을 규정해보았고, 정상상태 경제가 왜 필요한지 그 근거와 함께 정상상태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 전략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환경윤리학·환경철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J. 베어드 캘리콧의 사상을 외면할 순 없다. 그의 초기 환경사상을 파악하는 데 꼭 살펴봐야 할 논문이 있는바, 그것은 「동물해방: 3극 구조」다. 이 글은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을 만큼 그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아왔다. 여기에 담겨 있는 캘리콧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것은 존 벨라미 포스터의 환경사상이다. 그는 환경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자본주의체제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자본 축적을 위한 부단한 성장 없이는 무너질 수밖에 없기에 이 체제하에선 늘 개발과 생산이 필수적이며, 이는 당연히 자연파괴를 초래하고, 자연파괴는 결국 자본주의를 붕괴로 이끌게 된다. 더불어 그는 자본주의 붕괴 이후의 미래를 이끌 대안 체제로 자본주의체제 내에서의 어떠한 개혁안에도 반대하며, 생태사회혁명에 의한 생태사회주의만이 필연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터의 주장과 함께 그 한계를 밝혀보았다.

이상에서 다룬 사상가들의 공통적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에 관한 깊은 사유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혜안까지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구적 혜안과 통찰력을 깊이 이해한다면 이 시대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환경적 아포리아를 넘어서는 데 우리 나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일방 제주대 사회·환경철학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경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환경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사회철학, 환경사상, 사회과교육론이다. 지은 책으로는 《환경윤리의 쟁점》, 《환경윤리의 실천》, 《환경문제와 윤리》, 《생태문화와 철학》(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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