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채 피지 못한 꽃들 앞에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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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채 피지 못한 꽃들 앞에 통곡한다!!
  • 전국교수노동조합
  • 승인 2022.11.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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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먹먹함과 안타까움, 분노가 함께 하는 지난 주말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꽃다운 젊은이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영전에서 우리는 대학 선생으로서 깊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가 다수인 희생자들은 중고교 시절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큰 아픔을 겪은 세대이며, 지난 3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파행적인 학교생활을 하며 지적, 정서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세대이다. 그만큼 그들은 또래의 젊은이들과 제약 없이 자유롭게 어울리며 성장하고 싶은 갈망이 컸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처음 맞이하는 핼러윈에 그들의 젊은 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솟구치고 있는 중이었다.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문화가 있고 해방구가 필요하다. 왜 남의 나라 귀신놀이 문화에 혼이 빠졌느냐는 비난은 지금의 60대 기성세대도 젊은 시절 서구의 히피 문화를 모방하며 자신의 문화를 창조하고 장발과 미니스커트 때문에 공권력의 단속에 시달렸던 것을 망각한 발언이다. 어느 시대에나 있는 세대 차이를 세대 갈등으로 증폭시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드는 기성체제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윤에 눈먼 자본, 진실을 외면한 언론, 승자독식의 경쟁주의에 물든 교육, 이에 동조한 가정과 사회 모두가 이 참사 앞에 자기 몫의 책임이 있다. 대학 교원으로서 우리는 가장 큰 책임을 통감하며 젊은 넋들 앞에 엎드려 통곡한다.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이며, 그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재해 예방시스템의 부실이다. 앞으로 더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번 참사에 대해 우려할 만큼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아니라거나 집회 등으로 경찰 인력이 분산되었다거나 심지어 행정력을 더 배치해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반응할 일은 결코 아니다. 사고 전날부터 넘치는 인파로 사고 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는데도 추가 대응이 없었으며, 사고 당일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들을 일방통행 조치하거나 차량 통제를 통해 인파의 압력을 차도로 빼내지도 않았다. 예년에도 했던 폴리스라인 설치도 없었으며, 10월 8일 한강 불꽃축제 때도 한 지하철역 무정차도 없었다. 현 정부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기본 인식 부족과 정책 부실이 참으로 적나라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참사가 터진 지 3일째인 지금도 정부의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와 유족,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이런 현실 앞에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터질 때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층은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겉치레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려를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광장에 손팻말과 함성이 넘쳐나고 있다. 정권이 불과 만 6개월에 접어드는 때 터진 참사의 의미를 집권층은 깊이 되새기며 성찰해야 한다. 안타까운 젊은 영혼들의 넋 앞에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사회 안전망 혁신을 비롯한 국정 과제 수행에 국민의 뜻을 충실히 받들어야 할 것이다. 


2022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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