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논문 '부실 의심 학술지' 게재 급증…5년간 게재료 수익 649억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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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논문 '부실 의심 학술지' 게재 급증…5년간 게재료 수익 649억 추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0.19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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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원 논문 15.9%, 부실 의심 학술지에 게재
- 서울대·경북대·부산대·성균관대 순으로 많아
- 이인영 의원 “부실 학술 활동 예방을 위한 대책 필요”

 

부실학술지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지난 5년간 국내에서만 649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출판된 SCI급 논문의 15.9%가 '부실 의심 학술지'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표적 오픈액세스(OA) 저널 출판사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MDPI’(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 계열 학술지에 게재된 한국인 논문 게재 수는 2016년 1천229편에서 2020년 1만982편으로 5년 만에 893%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허술한 검증 과정을 거친 논문 양산에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 연구개발(R&D) 사업 논문 성과 현황' 자료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오픈액세스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재단의 R&D 지원을 받은 SCI급 총 논문 수는 중복 논문을 제외하고 12만6,505편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실 의심 학술지를 정리한 '부실의심목록'(SAFE, Beall's List, Level-X, 중국과학원 국제조기경보 목록)에 포함된 논문 수는 2만103편으로 전체 논문 12만6,505편의 15.9%에 달했으며, 논문 수는 2017년 1,648편, 2018년 2,348편, 2019년 3,655편, 2020년 5,821편, 2021년 6,631편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했다.

자료=이인영 의원실 제공

부실 의심 학술지 논문 출판 교신저자 소속기관을 분석한 결과 대학교가 94.2% 비율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00편 이상 논문을 출판한 기관은 총 52개였다. 가장 많은 부실 의심 학술지 논문을 발표한 기관은 서울대로 무려 903편이 출판됐다. 이어 경북대(841편), 부산대(801편), 성균관대(798편), 고려대(717편), 중앙대(700편), 연세대(681편), 경희대(675편), 한양대(627편), 전남대(503편) 순이었다.

자료=이인영 의원실 제공

‘부실 의심 학술지’란 동료심사(Peer Review) 같은 학계의 엄격한 심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상업주의적으로 논문을 출판한다는 의혹을 받는 학술지(학술저널)를 뜻한다. 유명학술지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위조 학술지’, 돈만 내면 쉽게 논문을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 한 번에 수백 편 논문을 대량 발행하며 간소화된 심사만 거치는 ‘대량 발행 학술지’ 등이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세계 주요 기관의 4가지 저널 평가 목록에 한 번이라도 포함되면 '부실 의심 학술지'로 분류했다. KISTI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중국과학원 '국제 저널 조기경보목록', 부실 학술지 목록으로 유명한 '빌의 목록'(Beall’s List), 노르웨이 국립학술출판위원회의 Level-X 리스트다.

이런 의심 학술지들은 '논문을 출판하지 못하면 도태되는'(Publish or Perish) 학계 분위기 속에서 이윤 추구 성향의 출판사와 성과 압박에 시달리거나 쉽게 성과를 챙기려는 연구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OA저널은 출판 비용을 저자에게 청구할 수 있고 이를 논문처리비용(APC: Article Processing Charge)이라고 한다. 논문 승인만으로 APC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OA모델은 늘 부실 운영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보통의 학술지는 대개 게재료가 무료거나 몇십 만 원 수준이지만, 의심 학술지는 200만~300만 원 수준의 고가 게재료를 요구한다.

이인영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17~2021년 의심 학술지에 출판된 2만103편 가운데 약 4분의 3이 스위스 학술 출판사인 MDPI 계열의 53종 저널에 게재됐는데, 이 저널들의 평균 APC는 323만 원이었다. 대외적으로 게재료가 비공개인 다른 학술지들도 비슷한 금액대라고 가정했을 때, 전체 게재료로만 약 649억여 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실 의심 학술지'의 상위 10종 중 8종은 MDPI 계열이었다. 하지만, MDPI 학술지 전체를 문제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동안 MDPI는 대표적인 OA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OA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많은 부실 의심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Beall's List 등이 MDPI 계열 학술지에 대한 과도한 의심을 철회한 상태다. 또한 Elsevier, Springer 등과 같은 유명 학술출판사들도 서둘러 OA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유럽은 공공·민간 보조금 지원받은 연구 결과에 대한 모든 학술 출판물은 OA 학술지·플랫폼에 게시돼 즉시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공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된 R&D 과제의 결과물로 나온 논문을 즉시 대중에게 무료 공개하는 공공접근 정책을 2025년까지 마련하라는 정책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인영 의원은 “국가 R&D 평가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논문의 게재수로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실적을 평가하는 현재 시스템이 개혁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연구재단은 부실 학술지 규정을 명시화하고 SAFE를 한국연구재단으로 이관해 부실 학술 활동 예방을 위한 시행을 강화해야” 하며 “공공기금으로 수행한 R&D 논문을 개방·공유·보존할 의무와 권리를 갖도록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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