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은 세상을 만들었다, 사소한 것부터 그야말로 장엄한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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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은 세상을 만들었다, 사소한 것부터 그야말로 장엄한 것까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0.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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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의 유전자: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 김정아 옮김 |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380쪽

 

최근 우리는 개인의 힘으로 대응할 수 없는 여러 위기를 직면했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전에 없는 팬데믹 상황을 맞이하였고,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로 인한 기후변화,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와 멸종 등 인간의 이기적 행동으로 야기된 여러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이기적’ 존재인 것일까? 저자 라이하니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이기적인 존재라 오해받아 온 인간의 본성이란 ‘협력’임을 지적하며, 협력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가능케 한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 역시 협력을 통해 존재할 수 있었다. 인간이란 약 수십조 개에 이르는 세포가 협력하여 이루어낸 다세포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현상과 군상 역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협력이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며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 지적한다. 협력이 가지고 있는 힘과 협력의 진화 과정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은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톺아볼 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다른 다양한 사회적 생명체의 이야기도 함께 살핀다.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묘사한 이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런데 도킨스의 말대로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협력’의 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유전자를 설명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즉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묘사한다고 해서 유전자가 이기적 인간의 특정인 부도덕이나 교활함 같은 특성을 포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 함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가 있음을 뜻한다. 그 유일한 목표는 바로 미래 세대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이기적 유전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고, 실제로 자주 협력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개념이나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결국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너무나 만연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는 집단행동과 협력으로 역사를 이루었다. 협력이야말로 이기적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처음 협력하기 시작했으며, 그리고 왜 협력하는 걸까? 저자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의 성취가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알리며 이 흥미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인간은 협력으로서 존재한다. 인간이라는 개체는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고 발로 뛰게 만드는 수십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다세포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란 농업이 시작된 순간, 혹은 바퀴의 발명 따위가 아니라 바로 유전자 간의 우연한 협력이 발생한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라 말한다.

도대체 우리 인간은 어떻게 우리의 존재를 시작으로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지나 국가와 세계라는 거대한 개념까지 협력의 영역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초기 인류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냥이나 채집을 해야 했고,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힘을 합쳐야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영장류 종과는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침팬지는 마치 ‘거대한 샐러드 그릇’과 같은 정글에 거주하는 한 협력할 필요가 없다. 반면 우리 인간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활 기술을 가르치고 아이를 기르는 육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방면에서 협력을 통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물론 인간다움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풍기는 사회적 행동이 인류 고유의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와 거리가 먼 종에서 협력이 등장할 때도 많다. 저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종으로 연구 범위를 넓힌다. 

협력에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기꾼과 배신자가 존재한다. ‘암’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암은 본질적으로 다세포체 내부의 변절자다. 그들은 협력을 거부하고 우리의 건강을 갉아먹으며 증식하는 속임수 세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암세포 역시 협력에 기꺼이 참여한다. 암이 세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그들이 승리했을 때 얻어내는 궁극적 결과가 자살 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라 해도, 그들은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 함께 결속한다. 이는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협력의 역설’을 드러낸다. 한쪽에서는 협력인 것이 다른 쪽에서는 경쟁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껏 마주한 모든 상황 뒤에 늘 도사리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어쩌면 협력의 본질은 생명 단위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아닐까? 다만 이러한 잔인한 진실은 공동체의 고질적인 고민거리인 부패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사회적 부패를 협력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말하는데, 괜찮은 일자리에 가족 구성원을 우선 채용하는 것,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 모두 도움과 신뢰를 수반하는 협력 활동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한 소수의 협력이 필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법안의 발판을 마련하는 방법 역시 사회 전반의 협력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최근 세계는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협력이 끊어지는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맞닥뜨렸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와 멸종, 환경 오염 증가, 핵무기 등은 모두 우리 인간이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고자 협력하는 데 실패한 우울한 목록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까닭은 인류 전체가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는 협력에 힘입어 여기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우리가 협력을 이용할 바른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뤄낸 성공이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협력이야말로 인류의 본성이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힘 또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우리 인류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는, 누가 뭐래도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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