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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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0.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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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의 시대: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토머스 불핀치 지음 |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664쪽

 

신화(神話)는 인류의 문화와 상상력의 끝없는 원천이자 토대가 되어 왔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된 보고(寶庫)로서, 서구의 사상,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문화 활동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불핀치는 독자들이 이런 신화에 대한 지식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어렵고 방대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고전 서사시들에 산재되어 있는 신화들을 쉽고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신화의 시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북유럽 신화, 게르만 신화, 인도 신화 등 세계의 주요 신화들이 실려 있다. 아폴론 신의 구애를 피해 도망치다 월계수로 변해 버린 님프 다프네,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로 영원히 간을 뜯어 먹히는 형벌에 처한 프로메테우스, 아테나 신과 천 짜는 솜씨를 겨루다 거미로 변한 여인 아라크네, 죽은 아내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간 시인 오르페우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전쟁에서 돌아오며 기상천외한 모험을 겪은 오디세우스……. 

이처럼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어 온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불핀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주요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참조하며 이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또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는 오딘, 토르, 로키 같은 북유럽 신들의 이야기와 인도의 힌두 신들 이야기, 게르만 민족 영웅 베오울프의 이야기 등 그 밖의 주요 신화들을 수록하여 독자들이 참조할 수 있게 했다.

불핀치 이전에도 신화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화 입문서〉로서 대성공을 거둔 그의 『신화의 시대』는 그리스 로마 신화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문적인 관심보다는 대중이 읽기 쉬운,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불핀치는 특히 신화의 지식이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불핀치는 이 책에서 각 신화들을 소개하며, 그 신화가 비유로 녹아든 다양한 영시 작품들도 함께 풍성하게 수록하고 있다. 밀턴, 바이런, 셸리, 키츠 등 중요한 영미 시인들의 작품을 곳곳에 삽입하고 해설하면서, 문학 속에 녹아든 신화적 모티프의 예들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을 옮긴 박중서 역자는 특히 불핀치의 책이 〈신화 입문서〉로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저자의 본래 주요한 의도 중 하나인 〈영시의 이해〉 방면은 오히려 소홀히 여겨지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저자가 예시한 영시 가운데 상당수가 오늘날에는 생소하게 여겨진 까닭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시 인용문을 빼버린 발췌 번역본이 여러 번 간행되었다〉는 점을 말한다. 이 책은 원전의 본문과 영시 인용문 모두를 빠짐없이 번역한 완전판으로, 특히 영시 인용문의 경우 영시 전문을 확인하고 저자가 잘못 인용한 부분까지 검토하며 더욱 정확한 번역을 기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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