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또는 재산으로 평등과 불평등을 측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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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또는 재산으로 평등과 불평등을 측정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0.0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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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은 불공정하다 | 야론 브룩·돈 왓킨스 지음 | 경제지식네트워크 옮김 | 양문출판사 | 368쪽

 

이 책은 이제껏 선善으로 여겨지고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덕목으로 여겨지던 ‘평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제안한다. 과연 평등에의 지향이 옳은 방향인가? 소득이나 재산으로 평등과 불평등을 측정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진정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어디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새로운 답을 이 책에서는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평등과 정의를 정부가 재단하고 교정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국가주의, 즉 개인의 자유를 축소하고 제약하는 쪽으로 사회주의 국가화가 된다는 점이다. 가장 평등한 사회를 추구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가 독재 하에서만 추구될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또 이제껏 누군가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즉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는데 이것도 옳지 않다. 이 책에서는 전체 파이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한 사람의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아올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단지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것만으로 누군가가 속임수에 넘어갔다거나 착취당했다거나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이 좋은 소식을 불러오고 어떤 것이 나쁜 소식을 가져다주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구분을 위해 부의 분배부터 따지고 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의 창출과 더불어 더 넓은 관점에서 성공과 행복의 추구를 가능케 하는 환경이다. 수명과 행복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듯이, 돈에 대한 욕심도 끝이 없다. 그러나 개인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그 가치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저자는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생산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취감을 주는 생산적 목적의식이 없는 삶을 노력 없이 번 돈이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여겨지던 여러 현상에 대한 새롭고 명쾌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경 유착은 정치적 불평등이 빚어낸 관행으로 본다. 불평등 비판론자들이 정경 유착에 반대할 때는, 사람들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자격 없이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 특혜와 자격 없는 돈을 잘못된 사람들이 받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는 것이다. 또 상속세는 투자와 생산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저축에 관한 세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큰돈을 벌어들인 기업가 눈앞에서 “아끼지 말고 펑펑 쓰세요!”라 적힌 거대한 광고판을 흔드는 것과 똑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에 의한 결실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시하지 않고, 성공한 개인들의 부를 상속할 자유는 제한하면, 그들은 투자하려고 했던 부를 소비하게 된다는 점을 꼬집는 것이다.

저자는 계급투쟁 관점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계급투쟁 관점의 큰 문제는 기본적인 가정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유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부자인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부유층’이라는 개념은 그것과 다르며, ‘부유층’과 ‘상위 1%’와 같은 용어들은 한 개인의 소득이나 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해 집단과 같이 동질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경제적 계급이란 것이 존재하고, 경제 계급들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결국 공정하다는 것의 합리적 개념은 평등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어떠한 업적이나 결과에 따라 공평하게 우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기에는 평등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같은 것은 동등하게 취급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같은 이치로, 같지 않은 것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성취는 같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평등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자유와 번영, 기회가 확립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싸워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개인으로 성장시켜야 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계획하고 그것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저자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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