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능주의를 경계한 제임스 뷰캐넌의 삶과 학문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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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능주의를 경계한 제임스 뷰캐넌의 삶과 학문세계
  • 김성준 경북대·정치경제학
  • 승인 2022.10.0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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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제임스 뷰캐넌: 공공선택학의 개척자, 정부만능주의를 경계하다』 (김성준 지음, 지식발전소, 152쪽, 2022.09)

 

국가는 시장과 정부라는 두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이 두 기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국가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약육강식의 게임으로 폄하하고 시민의 사유재산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침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위 ‘시장만능주의’라는 부정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이 시대는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만능주의’가 문제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시장이 불완전하여 때로는 적정하게 기능하기 어렵듯이, 정부 또한 시장 못지않게 (혹은 본질적으로 더욱) 불완전하기 때문에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해 정부가 무분별하게 개입할 경우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정부실패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정부를 움직이는 정치인과 관료가 소비자, 생산자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정치인과 관료가 ‘보통사람’은 따라가지 못할 수준의 도덕성과 이타심으로 무장된 공익추구의 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의 이해관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가능한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합리적인 보통사람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뷰캐넌이 설계하고 개척한 공공선택학(Public Choice)은 경제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시장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 한다는 가정 하에 정치행정의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미국 남부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뷰캐넌은 젊은 시절 차별과 불공정을 겪으면서 고학으로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걷는다.

 

                                    James M. Buchanan (October 3, 1919 ~ January 9, 2013)

재정학자로 출발한 뷰캐넌은 국가재정의 정부지출 부문이 상당부분 정치적 과정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 불공정 등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그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번영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인기영합주의에 사로잡혀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가채무는 결국 미래세대의 희생으로 현 세대가 누리는 혜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적자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균형예산의 재정준칙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선택학의 개척자이지만 스스로를 정치경제학자, 입헌계약론자, 정치철학자라고도 불렀던 뷰캐넌의 학문세계는 대단히 깊고 넓기 때문에 책에서는 그의 사상과 연구의 핵심을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고전정치경제학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는 뷰캐넌은 생각과 감정의 기본단위를 개인(individual)으로 간주하고 집단, 조직,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의 자유를 모든 가치판단의 출발점으로 인식하였다. 때문에 그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정부의 태도를 경계한다. 예컨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의 자유를 일부 제한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일지라도 ‘공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명만큼 소중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무력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개인의 선택과 자발적인 교환을 토대로 한 시장경제를 신뢰한다. 무정부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뷰캐넌은 지나친 정부개입의 문제를 비판하고 제한적인 정부를 제시했지만, 국방, 치안, 사회 인프라 구축과 같은 분야에서 정부의 보호적, 생산적 역할을 인정했다. 그는 시민의 자유로운 삶에 필요한 기본질서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공정한 규칙(법과 제도)을 강조한다.

뷰캐넌은 전통적으로 수용되던 정부에 대한 지배적인 통념에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도전한 학자이다. 그는 정부가 시민의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정부실패와 헌법실패의 원인을 탐구하였다. 또한 게임규칙으로서 한 국가의 헌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 정부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등 정치적 의사결정의 구조를 연구하였다.

그는 시민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순진한 믿음 혹은 낭만적인 시각을 경고하고, 시민이 부여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정부,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건전성 유지, 불합리한 정부규제의 적극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김성준 경북대·정치경제학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에서 행정학과 정치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행정연구원과 서울연구원에서 연구하고 2005년부터 경북대학교 행정학부에서 정책학, 공공선택론, 규제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국내외 학회와 정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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