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태평양 도서국과의 외교적 기반 확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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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태평양 도서국과의 외교적 기반 확대 필요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9.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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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향] KIEP, ‘태평양 도서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전략경쟁 동향과 시사점’

 

최근 태평양 도서국(이하 ‘태도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와의 협력 기반 및 외연 확대를 위해 독자적인 중장기적 협력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AUKUS, IPEF, PBP 출범 등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태도국과의 협력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태도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태도국은 규모가 작은 섬나라로 구성되어 있으나, △동등한 투표권 행사로 인한 국제사회 내 영향력 △세계 주요 해상 수송로인 태평양 항로가 위치한 지리적 요건 △광대한 규모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인한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 보유 △미국의 주요 군사 기지 위치 등으로 인해 전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태도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전략경쟁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태도국의 입장을 분석하여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한 보고서 <태평양 도서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전략경쟁 동향과 시사점>(작성자: 박나연·김영선 KIEP 전문연구원)을 14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태도국을 둘러싼 주요국의 전략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정부는 태도국과의 외교적 기반 확대를 위해 △독자적인 중장기적 협력전략 수립 △대화 채널 체계화 및 정례화 △ODA를 활용한 소다자협력 참여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주요 내용】


■ 중국의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전략적 이해와 협력 동향

▶ 중국의 협력전략 및 특징

•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지정학·외교·경제적 측면에서 태도국을 전략적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으며, 다방면에 걸쳐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 중국은 국가발전전략을 추진하고 미중 갈등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태도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협력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태평양 역내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 역대 중국 지도부는 태도국을 직접 방문하여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교류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다자 및 양자 협의체를 통해 중점 협력 분야 및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협력의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 중국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태도국과의 교류·협력을 도모해왔으며, 최근 중앙정부는 중점 분야별 협력센터를 설립하여 실질적인 협력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 주요 분야별 협력 현황

• 정부간 협력 의지를 바탕으로 중국과 태도국 간 무역 및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 중국은 개발도상국이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태도국과의 남남협력을 강화하고 대외원조를 통한 공동 발전과 번영을 강조해왔다.

• 2022년 4월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 체결을 공식화했으며, 이는 미국, 호주, 일본이 태도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본격적으로 견제하는 계기가 됐다.

• 중국은 지진, 화산 폭발, 해수면 상승 등 태도국이 직면한 각종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 재생에너지 협력, 친환경 발전 전략 공유 등을 지속해왔다.

• 중국은 태도국의 의료 서비스 보급 확대 및 국민 건강 개선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을 확대해왔다.


■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주요국의 대응

▶ 미국

•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태도국과의 협력에 한동안 소홀했으나, 중국의 태평양 진출이 본격화되자 ‘아시아 회귀 (Pivot-to-Asia) 전략’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태도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미국은 태도국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경제개발 지원을 의식하며 최근 재정 지원 확대 약속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 바이든 행정부는 태도국과의 긴밀한 외교관계를 재구축하고자 미국 대사관 추가 설립, 안보협력 강화, 인적교류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강화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 호주

• 호주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도국과의 관계가 호주의 국가 경제 및 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태도국의 정치·경제·안보 분야 등에 가장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 호주는 태평양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관 중심의 인프라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2년 5월 새로 취임한 알바니즈 총리는 ODA 증대를 통한 협력관계 증진을 강조하고 있다. 

• 알바니즈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신임 외교장관을 태도국에 파견하고 PIF 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등 태도국과의 외교관계를 재건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 일본

•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일부 태도국을 위임통치한 것을 계기로 역사적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일본은 오래전부터 태도국의 경제·외교적 중요성을 인식하여 현재까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 일본은 태도국에 대한 ODA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한편, 미국과 공동으로 호주의 AIFFP에 참여하는 등 소다자 협력에도 동참하고 있다.

• 일본은 태도국과 정기적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양자·다자 간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오고 있으며, 협력 강화를 위한 주요국과의 다자협력 이니셔티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태평양 도서국의 입장

• 태도국은 [그림 1]과 같이 인종·지리적 기준으로 세 지역(마이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으로 분류되며 전통적으로 각 지역별로 주요 파트너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 태도국은 중국과의 양자간 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한편 전방위적 다자간 협력 확대에 대해서는 국가별 입장이 상이하나, 전반적으로 ‘합의 기반’의 의사결정 원칙과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균형적 외교를 추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 태도국은 강대국간 전략적 경쟁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면서 경제발전, 기후변화, 불법어업 근절 등 도서국으로서의 존속이 달린 사안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에 대해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점

• 태도국 내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주요국 간 전략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에 있어 태도국은 주요 해상교역의 통로가 위치한 지역이며, 주요 핵심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미래 협력 파트너이자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 구현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 한국정부는 태도국과의 협력 기반 및 외연 확대를 위해서 독자적인 중장기적 협력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 태도국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태도국 간 외교관계·인적교류가 교착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정상급 회담 정례화 △PIF 참석 △대사관 추가 설치 등을 통해 대화 채널을 유지·강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태도국을 둘러싼 다양한 협력 이니셔티브가 추진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호주 등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태도국의 당면 과제인 인프라 구축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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