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바로 삶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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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바로 삶 그 자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13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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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연구란 무엇인가? | 토니 블랙쇼·김연민 지음 | 강의혁·김은영·김은혜 외 1명 옮김 | 한국문화사 | 372쪽

 

우리는 많은 이유에서 커뮤니티로 향한다. 바우만은 불안전한 세상에서 따뜻함과 안전을 찾고, 우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느끼고, ‘그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다고 지각되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고 아마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가 전혀 아니며 바로 삶 그 자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오늘날 커뮤니티의 역설이 놓여 있다. 우리가 커뮤니티에 이끌리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커뮤니티가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 주기를, 교육시켜 주기를, 주의를 전환시켜 주기를, 놀람을 가져다 주기를, 계몽시켜 주기를, 그리고 우리를 매혹시켜서 이피퍼니나 카타르시스와 같은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고유한 존재를 형성해 내기 위해 기예(art)를 사용해야 된다고 제안한 푸코의 말처럼 오늘날의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기예로 여긴다. 커뮤니티는 예술처럼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영감, 도덕적 교훈, 위안은 물론 새로운 생각을 제공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삶 이야기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살아갈 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바로 이런 ‘자기에의 배려’를 통해 커뮤니티는 명징하게 드러나며 이에 따라 우리는 자기 발견과 자기 형성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것, 고유한 존재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지각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커뮤니티’라는 개념(concept)은 사회과학분야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준 개념 중의 하나이다. 80년대 말 커뮤니티라는 개념은 장소, 사회적 관계망, 그리고 성원들이 공유하는 소속감이라는 세 가지 주요 차원으로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되었으며, 커뮤니티는 이런 부분들의 총합이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개별적 구성요소들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라는 추가적 설명 역시 제공되었다. 학생들에게는 이 세 가지 주안점에 포섭되는 여러 현상들, 즉 시골-도시간의 병합체, 몰락한 커뮤니티, 그리고 새롭게 발견되는 커뮤니티를 통해 커뮤니티 개념을 탐구해야 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러한 작업은 뒤르켐, 베버, 마르크스, 또한 특히 공동사회(Gemeinshaft, 가족과 친족의 개인적이고 친밀한 사회관계에 기반한 단일체)에서 이익사회(Gesellschaft, 계산에 기반한 비인격적이며 계약적 관계들), 혹은 커뮤니티(Community)에서 사회(Society)로의 가차없는 이행을 정식화한 퇴니스(1955) 등과 같은 사회학의 창시자들과 시카고 학파 간의 차이, 그리고 이들이 현대 커뮤니티 연구의 장에서 벌어지는 경험주의적 발전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토론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벨과 뉴비(Bell and Newby)는 당시 입문서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책 『커뮤니티 연구: 지역 커뮤니티 사회학 입문』을 통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에 관한 핵심적인 이론적 사고는 창시자들의 사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커뮤니티 연구는 사회학에 속해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확실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대략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던 일군의 학자들이 개념론적 혁명처럼 여겨질 변화를 도입하면서부터는, 커뮤니티 연구가 사회과학의 한 분과(사회학)에 속해있으며 커뮤니티에 대한 핵심적 사고가 시대 초월적이며 보편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생각이 부정되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이러한 변화는 1983년의 『상상된 커뮤니티: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의 출간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정치학자인 베네딕트 앤더슨은 “원시 커뮤니티보다 큰 모든 커뮤니티는 상상된 것”(Anderson, 1991: 6)임을 짚어낸다. 이런 생각에 기반하여 그는 또한 국가는, 상상된 하나의 민족적 서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개인들의 의식에 뿌리를 둔,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일관된 느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거대한 형태의 소속감을 계발하는 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앤더슨에 의하면 대중 매체, 특히 프린트 미디어라는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발전이야말로 모든 근대적 “상상된” 커뮤니티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며 이런 상상된 커뮤니티는 “진위 여부가 아니라 그들이 상상된 방식/스타일에 의해 구별된다”는 것이다. 앤더슨의 손을 거치며 커뮤니티는 비물질적이고 환영적으로 전화하며, 커뮤니티는 더 이상 사회적인 기반 위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것이 된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난 후인 1985년에는 인류학자 앤써니 코헨(Anthony P. Cohen)은 『커뮤니티의 상징적 구성』(Symbolic Construction of Community)을 출간하는 데, 이 책에서 그는 모든 커뮤니티는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 요구되는 무조건적 작인(作人, agency)의 소산일 뿐 아니라, 상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경계를 표시하는 과정, 관습, 습관, 의식(儀式) 그리고 이들 간의 교통 없이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없음을 피력한다. 바꿔 말하면, 이런 상징들은 단순하게 커뮤니티를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며, 이들 상징은 커뮤니티가 지금의 모습이 되는 데 근본적인 의미에서 공헌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의미에서 상징은 커뮤니티 구축의 핵심적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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